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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유두절은 음력 6월 15일로, 요즘은 잘 모른 채 지나치는 명절 중 하나이다. 올해는 양력으로 7월 13일인데,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인 소서(작은 더위, 7월 7일)와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인 대서(큰 더위, 7월 23일) 사이에 있다.

유두(流頭)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로, 유둣날 동류(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운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유둣날 물맞이 하는 풍속은 신라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유두'란 말이 신라 때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은 이두 표기라고 보기도 한다. 
 
조선시대, 종이에 채색, 104.8 x 46.4cm
▲ 수욕도(일부) 조선시대, 종이에 채색, 104.8 x 46.4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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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산,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거꾸로 매달린 나무, 굽이져 내려오는 폭포, 그 아래 개울가의 사람들을 그린 '수욕도(목욕하는 사람들)'이다. 목욕을 끝낸 직후인지 옷을 반쯤 풀어헤치고는 담뱃대 혹은 부채를 들고 담소하는 두 사람 아래편에는 저마다 다양한 자세로 물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연 속에서 저렇게 자유로이 물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시원할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유두절에 먹는 음식 중 수단은 멥쌀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찐 것을 꿀물이나 오미자 물에 넣고 얼음에 채워서 먹는 화채의 일종이다. 

꿀의 약재 이름은 봉밀로, 기침을 멎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어 허약자에게는 보약이다. 위염, 구내염, 기관지염, 피부염 등의 염증에 효과가 있고 통증을 줄여주며,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오미자는 몸이 허하고 피로할 때, 식은땀이 날 때, 숨이 차고 기침이 있을 때 효능이 있다.

수단은 더 예전에는 단오 음식으로 먹기도 했는데, 덥고 지치기 쉬운 여름에 시원하게 먹으며 기운을 낼 수 있는 전통 음료였다. 

여름철 갈증 해소 음료
 
홍금표, 맥문동(10)
▲ 맥문동 꽃 홍금표, 맥문동(10)
ⓒ 공유마당(기증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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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여름철 갈증을 풀었던 건강음료로 현재까지도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은 생맥산과 제호탕이 있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가 들어간 한약처방으로 맥문동은 8g, 나머지 인삼과 오미자는 각 4g씩 들어간다. 

오미자의 열매는 단맛과 신맛이 나고, 씨앗은 매운맛과 쓴맛이 있으며, 전초(잎, 줄기, 꽃, 뿌리 따위를 가진 풀포기 전체)는 짠맛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다섯 가지 맛을 모두 가졌다 해서 오미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이용하는 열매는 신맛이 강하고, 입맛이 없을 때 이러한 신맛은 식욕을 돋워 준다. 

인삼은 대표적인 보약으로 기운을 보태준다. 맥문동은 길을 지나다보면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보랏빛 꽃으로 덩이뿌리를 약재로 사용한다. 폐를 촉촉하게 적시고 심장의 열을 식혀 가슴이 답답하거나 갈증이 나고 마른 기침이 나는 증상에 좋다. '맥을 살린다(생맥 生脈)'는 이름처럼 생맥산은 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려 맥이 빠지고 기운이 없어 늘어질 때 도움이 된다. 

제호탕은 오매(불에 그을려 말린 매실), 사인, 백단향, 초과를 가루고 곱게 갈아 꿀과 함께 끓인 것을 찬물에 타서 마시는 전통음료이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에서는 단옷날 궁중의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께 진상했고, 이를 임금이 다시 기로소의 나이 많은 문신들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2022년 올해는 양력으로 6월 3일이었다. 단오로부터 제호탕을 즐겨 마시면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고 했다. 사인과 초과는 모두 생강과에 속해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단향도 복통, 구토 등에 활용되는 약재이다.

이처럼 제호탕은 입맛이 없고 속에 메슥거리는 여름철 소화에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서는 제호탕이 더위를 풀어 주고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고 갈증 나는 증상을 그치게 해준다고 했는데, 이는 오매의 효과와 비슷하다.
 
오매
 오매
ⓒ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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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탕에 들어가는 각 약재의 양을 살펴보면 오매 1근, 초과 1냥, 사인과 백단향은 각 5돈으로 오매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1근=600g=16냥, 1냥= 37.5g=10돈, 1돈(혹은 1전)=3.75g 편의상 1돈을 4g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물론 약재에 따라 적은 양만 들어가도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제호탕은 오매를 중심으로 다른 약재들이 어울러져 여름에 특히 적합한 처방이 된 것이다. 

여름은 아직 한창이다. 길고 힘든 여름을 지치지 않고 활기차게 보내는 것이 다가오는 가을, 겨울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 맞는 건강한 전통음료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수욕도, #유두절, #유둣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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