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월은 체리의 시간이다. 한국의 여름 하면 노란 참외가 떠오르듯 내게 독일의 여름은 빨간 체리다. 햇빛이 귀한 독일에서 뜨거운 햇살을 맘껏 누리는 계절 여름. 그 여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바로 새콤달콤한 체리다.
 
비젠하우젠 체리 농장, 탐스러이 열린 체리
 비젠하우젠 체리 농장, 탐스러이 열린 체리
ⓒ 김중희

관련사진보기

 
독일의 7월은 본격적인 체리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독일산 체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나 비젠하우젠 체리는 단맛으로 유명하다. 지난 주말 비젠하우젠 체리농장을 다녀왔다. 나무에서 바로 딴 체리의 새콤달콤함은 땡볕 무더위 속에서도 입 속 가득 행복을 선사한다.

한국에 '참외'가 있다면 독일에는 '체리'
 
빼곡히 심겨져 있는 체리나무들 비젠하우젠의 체리 농장에서.
 빼곡히 심겨져 있는 체리나무들 비젠하우젠의 체리 농장에서.
ⓒ 김중희

관련사진보기

 
독일 중부의 헤센(Hessen)주와 니더작센(Nidersachen)주는 베라(Werra) 강변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도시들과 인접해 있다. 그중에 체리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 있다. 인구 약 만 사천 명(2021)의 작은 도시 비젠하우젠(Witzenhausen)이다. 비젠하우젠은 북부 헤센주에 속해 있고 베라강을 끼고 있다. 아름다운 베라 마이쓰너(Werra-Meissner-Kreis) 지역에서 가장 작은 도시다.

이 아담한 동네의 정확한 체리나무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는 유머가 있다. 그만큼 많은 체리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봄이면 하얀 체리꽃들 천지가 되고 여름이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새빨간 체리들이 주렁주렁 달려 장관을 이룬다.

비젠하우젠에 처음 체리 나무가 심긴 건 1573년, 19세기 초부터라고 한다. 약 10만 그루의 체리나무에서 해마다 2백만 톤 이상의 체리가 생산된다고 하니 명실공히 체리의 도시라 불릴 만하다.

비젠하우젠 전체가 다양한 체리나무들로 가득 차 있고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체리 농장들이 있다. 4월에는 체리꽃 축제(Kirschebluetten Fest), 7월 둘째 주에는 전통 지역 축제 캐스퍼키어메스(Kesperkirmes) 안에서 1967년부터 시작된 체리여왕(Kirschenkoenigin) 선발 대회가 열린다.

우리로 하면 지역 특산물 선발 대회라 하겠다. 체리여왕이 되면 일년 동안 체리에 관련된 100건이 넘는 내·외부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니 체리와 비젠하우젠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체리 와인의 라벨에 체리여왕이 나와있다.
 체리 와인의 라벨에 체리여왕이 나와있다.
ⓒ 김중희

관련사진보기


또 체리의 도시 비젠하우젠에는 특이하고 재밌는 대회가 열린다. 이름하여 독일 체리씨 뱉기 선수권 대회다. 올해는 9일 10시부터 시작된다. 참가비 2유로를 내고 등록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체리씨 뱉기 선수권 대회는 말 그대로 체리 씨앗을 자리에 서서 누가 더 멀리 뱉어내는지를 겨룬다. 한국에서 수박을 먹을 때면 동생들과 누가 수박씨를 멀리 뱉나 내기를 하고, 마당 꽃밭에 떨어진 수박씨가 수박이 되기를 기다린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비젠하우젠시 홈페이지에는 작년 체리씨 뱉기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출신 동네가 홍보 페이지에 나와 있다. 비젠하우젠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분들은 체리를 먹을 때마다 얼마나 연습했을까 싶어 웃음이 터졌다.

독일의 7월은 새콤달콤한 체리의 시간
 
체리가 들어간 체리맥주. 색도 예쁘고 맛도 달고 부드럽다.
 체리가 들어간 체리맥주. 색도 예쁘고 맛도 달고 부드럽다.
ⓒ 김중희

관련사진보기

 
체리소스를 얹은 스테이크
 체리소스를 얹은 스테이크
ⓒ 김중희

관련사진보기


또 체리나무들 사이로 개발된 산책로는 봄이 되면 꽃길이 되고 여름이면 체리길, 가을이면 가을색 입은 체리잎길이 되고 겨울이면 체리나무 위에 하얀 눈꽃을 얹은 둘레길이 된다. 체리나무 사잇길로 22km 자전거 하이킹 코스도 있다.

비젠하우젠의 킨더파터(kindervater)라는 체리농장에는 체리뿐만 아니라 체리로 만들어진 체리 누들, 체리레모네이드, 체리사탕, 체리위스키, 체리맥주 등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체리농장 내부 레스토랑에서는 일 년 내내 체리를 활용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여름철 체리나무 아래는 빛 피할 곳 없이 뜨겁다. 태양을 받아 빨갛게 익어가는 탐스러운 체리들의 풍성한 모습에 더위를 잊은 채 덩달아 풍요로워진다. 간간히 불어 오는 바람에 달랑이는 체리들의 귀여운 소리는 덤으로 받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태그:#유럽, #독일, #비쩬하우젠, #체리농장 , #체리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일 카셀 미대에서 서양회화를 전공하고 현재는 독일 개인병원 의료팀 매니저로 근무 중입니다. 생생한 독일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