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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2개월에 즈음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가 하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대 정부를 평가할 때 그 평가 시점은 1개월, 3개월, 6개월, 1년·2년·3년 등이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 당면한 국내외 상황과 예측되는 중장기 여건 등은 국정운영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전 2개월에 걸친 인수위 활동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국무위원 인선,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파기 및 국민투표 시사 등으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국론 분열이 야기됐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기반인 여당, 국민의힘은 국회 제2당으로서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력 없이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입법을 추진할 수 없다. 제1당의 독자적 입법을 제어하는 것도 힘겨운 실정이다. 이를 모면하는 방안으로 시행령(대통령령) 및 시행규칙(부령)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으로 국정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때까지 2년 동안 이런 기조의 유지와 이로 인한 국회 입법의 법치주의 수축이 예측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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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시행규칙에 이어서 이상민 행안부장관 시행령이 준비되고 있다. 이상민 시행령은 행정안전부의 전신, 행정자치부←국민안전처←안전행정부(세월호 사건)←행정안전부←행정자치부(내무부·총무처 통합)에서 노태우·김영삼 정부 내무부 마지막 10년 등 내무부의 연혁을 뒤돌아보게 한다.

대한민국 법률 제1호 <정부조직법>(1948.07.17. 제정)은 내무부가 11개 부서 서열 제1위, 내무부장관은 "치안·지방행정·의원선거, 토목과 소방에 관한 사무를 장리하고 지방자치단체를 감독한다"라고 규정했다.

제63대에 이르는 내무부 장관의 면면을 보면 많은 인사들이 권력 실세로 역사적인, 악명 높은 인물로서 정치사에 기록되고 있다. 내무부의 주요 기능은 선거·지방행정 관리 감독, 치안·소방 등으로 국내 안전 및 전국 통치체제 구축·수호 등 정부 안정에 있었다. 내무부는 공무원 사회에서 일반적인 관료나 공무원이 아니라 '제복 없는 특수한 집단' '절대 충성' '불가능은 없다' '속전속결' 'OO 병정' '막강 호위군' 등으로 인식됐으며 이것을 스스로 자부심으로 여겼다. 지난 날의 국회 내무위원회는 여야의 상시적 격렬한 대결장이었다.

내무부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의 중앙집권 통치체제를 철옹성으로 수호하기 위하여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행사한 기록 중에 하나, 선거·선거관리위원회·정당·정치자금 관여 등이다.

이승만 정부 시기 1949.01.06. 대통령령 제44호 <선거법기초위원회직제>는 선거법기초위원회를 내무부에 설치하고(간사장; 내무부 지방국장),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공무원 기타 공무원의 선거에 관한 법규의 자료를 수집 조사하며 그 초안을 기초 심의한다"라고 규정했다. 국회의원선거법, 지방자치법, 동법 시행령(대통령령)을 주도했다. 이러한 관행은 제2공화국 이후에도 지속됐다.

제3공화국 이후 1994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 제정되기 까지 대통령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의 시행령(각령·대통령령)은 1963.08.22. 제정된 시행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 1994년 '공직선거관리규칙'으로 변경)과 1994.06.30.까지, 그리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후 공직선거법) 시행령(대통령령)은 1994.05.28. 제정된 공직선거관리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과 2016.03.11.까지 각각 병존했다.

제2공화국 헌법은 헌법기관으로 중앙선거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위원회법을 제정하였으나, 그 시행은 선거위원회규칙이 아니라 국무원령이었다. 제3공화국 헌법은 헌법기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관리위원회법을 제정하였으나 그 시행은 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아니라 각령·대통령령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규칙은 1987.11.07. 매우 뒤늦게 제정됐으며, 선거관리위원회법 시행령(대통령령)은 2012.03.30.까지 존속됐다. 

1962.12.31. 제정된 정당법의 시행령(각령·대통령령)은 1973.01.10. 늦게 제정된 시행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 1994년 '정당사무관리규칙'으로 변경)과 1994.06.30.까지, 그리고 1965.02.09. 제정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의 시행령(대통령령)은 1981.01.10. 늦게 제정된 시행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 1994년 '정치자금사무관리규칙'으로 변경)과 1994,06.16.까지 각각 병존했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행정안전부가 18개 부서 서열 제8위,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정부혁신, 행정능률, 전자정부, 정부청사의 관리, 지방자치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재정·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지방자치단체간 분쟁조정, 선거·국민투표의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비상대비,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초기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한 행정자치부로 과거 총무처의 직무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내무부의 주요 직무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던 지방자치제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포함한 4대 지방선거 동시실시가 이뤄졌고, 1991년 이후 경찰청(해양경찰청), 소방청(소방방재청)이 신설됐다. 선거·선거관리위원회·정당·정치자금의 관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됐으며, 국민투표법은 1989.03.25. 전부 개정된 이후 33년간 국회의원선거법·공직선거법에 상응한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서 '죽은 법(死法)' 상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존재 이유이자 직무인 국민투표 사무의 일부가 행정안전부 직무(시행령 등)로 돼 있다.

공정한 선거, 지방자치제 실시 등 민주주의 실현을 거부하거나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내무부가 민주화의 흐름에 떠밀려 가게 되면서 부서 명칭이 행정자치부로 바뀌게 된 계기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자의 당선이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약속하고 공동 선거공약의 제시와 공동 선거운동을 실시했다. 제15대 대통령선거 공약(21세기로 가는 길, 국난 극복과 내일의 번영을 위한 당신과 나의 약속) Ⅱ. 참여와 통합의 21세기 민주정치 구현 – 8.(2)에서 "내무부를 폐지하고, 지방자치처를 설치하겠습니다"였다.

과거 내무부는 지방자치제 실시를 완강히 거부하고, 이를 마지 못해 실시하는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한사코 제외하며, 지방의원선거의 동시 실시를 회피하고, 기초지방의원선거 후보자의 정당 추천을 반대했다. 이러한 행정자치부가 2000년 발간한 <지방자치법연혁집> 부록 '지방자치제 실시 추진 일지'에는 일관되게 지방자치제 실시를 추진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어 자화자찬의 사실 왜곡에 실소와 분노가 일어난다.

이번 이상민 시행령(대통령령) 사건은 내무부 치안국·치안본부의 오랜 경찰 장악 본능과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잔존하는 경찰 통제에 기인한다. 일제 강점기라는 치욕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은 일본이 식민지배의 유산으로 남겨준 내무부의 지방·경찰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 군사 제국주의가 제2차 대전 패전 후 붕괴되고 민주정치체제로 환골탈태하게 된 것은 미군정이 군국주의의 4개 지주인 천황·군대·내무부·경찰을 개혁한 결과다. 천황은 상징적 존재로, 군대는 전쟁·무력 위협과 무력 행사 포기, 그리고 군대 보유 금지로, 내무부는 지방자치제 실시로, 경찰은 공안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으로 바뀌었다.
 
경찰의 강한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뜻을 밝힌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근무자의 경찰청 로고가 거울에 비치고 있다.
 경찰의 강한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뜻을 밝힌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근무자의 경찰청 로고가 거울에 비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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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은 경찰행정의 최고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의 민주적 구성으로 이뤄진다. 이는 특정 정파의 다수 점유와 지배를 금지하며, 나아가서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여·야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선출)하는 것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도 국가경찰위원회의 구성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상민 시행령으로 경찰 개혁을 거꾸로 되돌릴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부분적으로 이뤄진 경찰 수사의 독자성 확보와 지방자치경찰을 발전·완성시키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개혁을 해야만 한다. 전임 정부의 공(功)을 이어받아 부족한 부분을 더욱 발전시키지 않고, 공을 과(過)로 왜곡·부정하는 것에 몰두하면 경찰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결여되면 국민을 위한 경찰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를 위한 경찰, 집권세력의 특정 소수 힘 있는 자들의 경찰이 되고 만다. 지난 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입법 노력과 그 실패에 따른 경찰 행정의 고질적 폐해 등을 깊이 성찰해야만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리 '국익·실용·공정·상식', 국정목표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그리고 헌법의 기본권 보장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의 실현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공권력 행사, 국민에게 봉사하는 민주 경찰상의 구현으로 이뤄진다. 

* 한동훈 시행규칙(부령)과 관련하여 2005.11.15. 노무현 정부가 발의한 <고위공직자인사검증에관한법률안>(의안번호;173343)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검토보고서(2006.04.20. 상정) 중에서 <참고자료-1> '미국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발췌(첨부파일)

태그:#이상민, #이상민 시행령,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국가경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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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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