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블루윙즈는 과거에 '축구 수도'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클럽이라 자부했지만 지금은 팬들조차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다. 숨고르기가 필요할 정도로 빡빡하게 이어지는 리그 일정 중간에 파고든 FA컵 8강이었고, 지난 시즌 K리그 1 챔피언 전북 현대와 만난 어웨이 게임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그들 앞에 놓여 있었지만 이번에도 3골을 내주며 무너진 것이다.

지난 19일 열린 FC 서울과의 슈퍼 매치 홈 게임 0-1 패배부터 시작된 4게임 연속 패배 기록은 물론 최근 2게임 연속 0-3 완패 흐름은 그들 스스로를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 

이병근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가 29일(수)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열린 2022 FA(축구협회)컵 전북 현대와의 8강 토너먼트에서 0-3으로 완패하고 돌아서야 했다.

교체 선수 '김건희'의 골대 불운까지 겹쳐

2020년 이 대회 우승 팀 전북 현대가 2019년 우승 팀이자 이 대회 최다 우승(5회) 기록을 갖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일주일 전에도 그들은 K리그 1 일정 속 바로 거기서 만나 전북이 수원 블루윙즈를 2-1로 이겼었기 때문에 이번 FA컵 8강에서는 어떤 흐름이 이어질 것인가 주목받을 만했다.

그런데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전반전을 버티지 못하고 흔들렸다. 게임 시작 후 26분만에 수비수 고명석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벤치에 있던 불투이스가 급하게 교체로 들어가야 했고, 40분에 첫 골을 내주며 주저앉기 시작했다.

홈 팀 왼쪽 날개 공격수 바로우가 측면에서 올려준 로빙 크로스를 향해 골잡이 구스타보가 재치있게 빠져들어가 헤더 골을 꽂아넣은 것이다. 수원 블루윙즈 입장에서 전반전을 이대로 버텨냈어야 했지만 추가 시간에 1골 더 내주며 따라붙을 힘조차 모조리 빼앗기고 말았다.

전반전 추가 시간이 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송민규의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가 날카롭게 이어졌고 김진규가 바로 그 공간으로 빠져나가며 정확한 오른발 밀어넣기를 완성했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원 블루윙즈의 이병근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수비수 이한도를 빼고 공격수 김건희를 들여보내며 더 과감한 공격 축구를 주문했다. 거짓말처럼 김건희 오른발 앞에 만회골 기회가 58분에 찾아왔지만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휘어져 나가며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수원 블루윙즈의 현재 K리그 1 순위는 꼴찌 성남 FC 바로 위 11위(4승 6무 8패 13득점 22실점)이다. 총 18게임을 치르며 넣은 골 수가 13골(게임 당 0. 72골)로 득점 랭킹 1위 스테판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개인 득점 14골(게임 당 0.78골) 기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수원 블루윙즈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라 말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도 수원 블루윙즈의 공격 양상은 전진우가 주도했다. 일부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전북 현대 수비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고 주로 전진우의 솔로 플레이, 무리한 드리블 돌파가 더 눈에 띄었다.

0-2로 버티던 수원 블루윙즈는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다 끝나는 시간에 전북 현대 후반전 교체 선수 한교원에게 골문 앞 쐐기골까지 얻어맞으며 종료 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 달 17일 김천 상무와의 홈 게임 2-1 승리 이후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활짝 웃지 못했다. A매치 휴식기가 끝나고 6월 19일 빅 버드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슈퍼 매치 0-1 패배를 시작으로,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6월 22일, 전주성) 1-2 패, 수원 FC와의 연고 도시 더비 매치(6월 25일, 수원종합) 0-3 패, 그리고 이번 FA컵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6월 29일, 전주성) 0-3에 이르기까지 무려 4게임 연속 패배(1득점 9실점)의 수렁에 빠진 것 때문이다.

이제 수원 블루윙즈는 K리그 일정에 전념하며 강등권에서 벗어나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마침 다음 게임(7월 3일 오후 7시 30분)이 해마다 강등 후보로 꼽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4위)와의 홈 게임이니 7월 첫 일요일 저녁 빅 버드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FA컵 4강에 오른 전북 현대를 비롯하여 울산 현대, 대구 FC, FC 서울은 추첨식 이후 준결승 일정에 돌입한다.

2022 FA컵 8강 결과(29일 오후 7시, 왼쪽이 홈 팀)

전북 현대 3-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구스타보(40분,도움-바로우), 김진규(45+1분,도움-송민규), 한교원(90+4분)]

★ 울산 현대 1-1(PSO 6-5) 부천 FC 1995
★ 대구 FC 3-2 포항 스틸러스
★ 부산교통공사 0-3 FC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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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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