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31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와 관련해 협력업체 대표 이아무개씨와 법인 삼성중공업은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을까.

창원지방법원 제3-2형사부(재판장 정윤택‧김기풍‧홍예연 판사)는 '다시 쓰는 판결 이유'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지난 23일에 있었고, 판결문이 최근에 나왔다.

협력업체 대표와 법인 삼성중공업은 원심에서 '무죄'였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어 이번에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협력업체 대표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삼성중공업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아무개씨에 대해 재판부는 "협력업체 대표이고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이씨의 업무상과실에 대해 재판부는 "크레인 간 충첩작업으로 인한 충돌위험이 높다는 사실과 실제 수개월 전부터 골리앗 크레인 측에서 제대로 된 무전 연락 없이 지브형 크레인 작업 현장을 지나가거나 가까이 접근하여 충돌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2016년 3월과 2017년 3월경 다른 안벽에서 발생했던 크레인 충돌사고가 의사소통 문제, 신호수들의 다른 작업 수행으로 인한 시야 확보 미흡 등의 문제로 인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충돌로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크레인 중첩작업으로 인한 크레인 간 충돌을 방자하기 위한 위험성 평가와 중첩지역 통과 절차 또는 신호조정 방법 마련 등이 구체적인 안전대책이나 세부적인 기준을 수립하거나 이를 지휘, 관리감독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작업계획서에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따른 간섭 내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방법이나 크레인의 전도‧낙하위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하여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의한 충돌 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정하지 않았고,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등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모듈' 동편 부근에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을 하거나 이를 요청하지 아니하였으며, 간이화장실과 흡연장소를 방치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위험예방ㆍ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인 삼성중공업의 안전조치의무위반과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크레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방법이나 크레인의 전도‧낙하위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하여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의한 충돌 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협의체 운영 의무' 위반도 있었다. 재판부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행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도급인인 사업주 및 그의 수급인인 사업주 전원으로 안전ㆍ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거제조선소장은 2017년 3월경부터 7월경까지 '모듈' 내에서 작업하던 15개 수급인 회사 중 2개 업체를 매월 1회 개최한 회의에 참여케 하지 아니하였다"고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안전‧보건 점검 의무'도 위반했다. 재판부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도급인인 사업주, 수급인인 사업주, 도급인 및 수급인의 근로자 각 1명을 점검반으로 구성하여 2개월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작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점검을 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은 수급 2개 업체의 사업주와 근로자를 점검반으로 구성하지 않고 도급사업의 합동 안전‧보건 점검을 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업무상과실과 안전조치의무위반에 기인하여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매우 중한 재해가 발생하였고, 유족은 물론 뇌출혈, 사지절단 등 매우 중한 상해를 입은 근로자도 다수일 뿐 아니라, 직접 생명 또는 신체에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당시 현장에 있던 수많은 근로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큰 정신적 충격을 입었음이 경험칙상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중대한 결과에 따른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에게 전가하긴 어려운 점, 삼성중공업 측이 피해회복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였고 이에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과는 전부 합의에 이르렀고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하여도 대부분 합의가 이루어졌거나 적어도 민사상 손해의 상당 부분이 변상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종합해 선고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법인 삼성중공업에 대해는 재판부가 "수많은 현장근로자들의 노력과 땀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인 점에 비추어 보면, 엄벌의 필요성을 논하기에 앞서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 회복 노력을 하고, 나름대로는 더욱 '안전'한 작업현장을 만들어갈 것임을 다짐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하였다"고 했다.

세계노동절이었던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크레인 충돌 참사가 발생했다.

태그:#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참사, #창원지방법원, #파기환송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