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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샀다. 마늘은 우리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양념이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 마늘이 비싸다고 한다. 사실은 비싸지 않은 것이 없지만 정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다.

나이 든 우리야 조금 더 절약하고 견디면 되지만 아이들 교육시키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걱정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많은 사람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젊은 사람들 말대로 월급만 안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다.

올해  마늘을 산 곳은 특별한 곳이라 소개하고 싶다. 남해에 있는 농가에 주문한 마늘이 도착했다. 그곳이 어느 곳인지 나는 모른다. 막내 동서가 친구 소개로 매년 마늘을 사는 곳이라고 전화번호를 알려 주어 주문을 하게 되었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주문을 했지만 늦게 주문한 탓인지 마늘이 다 떨어졌다는 말만 듣고 살 수 없어 섭섭했다.

올해는 조금 서둘러  얼마 전에 전화로 주문을 했다. "마늘 주문할 수 있나요?" 물음에 대답한 분은 주소를 찍어 보내라고 답이 왔다. '살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안심이 되었다. 사실 마늘이 없어 못 사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마늘을 비싸지 않게 사려면 신경을 쓰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남해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성 기후 날씨 덕분에 마늘은 병해충 발생이 적고 마늘 재배의 최적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바다의 나트륨 가득한 해풍은 마늘의 양분 이동을 좋게 하여 알싸하고 독특한 맛을 형성해 준다고 한다. 해풍을 맞고 자란 마늘은 알리신 성분이 타 지역의 마늘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도 말한다.

주부가 일 년을 살아내려면 계절에 따라 마늘 나올 때 마늘을 사야 하고, 고추 나올 때는 고추를 사야 한다. 그런데 매번 어디서 사야 물건이 좋고 가격도 괜찮은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이제는 귀찮아진다. 어느 한 곳을 정해 놓고 가격이 조금 차이가 나도 물건만 좋으면 사고 싶다. 젊을 때와는 다른 마음이다.  
                     
동서 덕분에 마늘 단골이 생겨 발품 팔지 않아도 마늘을 살 수 있다.
▲ 남해 마늘 동서 덕분에 마늘 단골이 생겨 발품 팔지 않아도 마늘을 살 수 있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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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kg짜리 두 망이 왔다. 마늘 값은 10kg에 택배비 포함 9만 원이었다. 마늘 10kg은 200개 정도라고 막내 동서가 말해 주었다. 200알이면 우리가 말하는 2접이다. 내가 산 마늘은 전부 4접이다. 

커다란 박스를 열어 보니 마늘에 흙이 전혀 묻지 않고 깨끗하다. 마늘을 캐서 바로 씻어서 말렸는지, 지금껏 많은 마늘을 사 보았지만 이처럼 깨끗한 마늘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돈을 먼저 받지 않고 물건부터 보내는 일도 처음이었다. 

물건을 보내기 전 문자로 물건 값과 계좌번호 보내라고 했지만 물건 보내면 그 안에 가격과 계좌번호가 있을 거란 말을 했다.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이 흐뭇했다. 지금도 이처럼 순박한 마음을 가진 분이 있구나 싶어 놀랍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 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택배를 받고 고마운 마음에 바로 송금을 했다. 그런 다음 송금했다고 곧바로 전화를 했다. 마늘 잘 받았다고, 내년에도 주문한다는 말과 함께.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물건을 사는데 나는 아직은 아날로그 세대라서 그런지 그게 익숙하지 않다. 

사람은 사회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산다. 나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지만 내가 필요한 먹거리를 농사 짓는 분이 계셔 감사하다. 그분들의 땀방울이 있어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가만히 앉아서 사서 먹을 수 있다. 이제는 신경 쓰지 않고 마늘을 살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어 마음이 편하다. 

마늘 20kg이면 일 년 동안 남편 흑마늘 만들어 주고 양념 마늘로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 마늘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단골이 생겨  너무 좋다. 나이 들면 몸도 마음도 간결하게 살고 싶다. 많은 것을 신경 쓸 기운이 모자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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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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