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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 인사동에서의 김지하 시인.
▲ 2003년 봄 인사동에서의 김지하 시인. 2003년 봄 인사동에서의 김지하 시인.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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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문인이었다. 특히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의 굴욕적인 한일회담 강행과 일본자본의 한국경제 잠식 그리고 일인들의 기생관광으로 민족적 자긍심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 미시마 유끼오(三島由紀夫)가 군국주의 부활을 요구하면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신군국주의 첨병의 자살에 대해 김지하는 <아주까리 신풍(神風)-미시마 유끼오에게>란 격문과 같은 시를 썼다. 전문이다.

 별것 아니여
 조선놈 피 먹고 피는 국화꽃이여
 빼앗아 간 쇠그릇 녹여버린 일본도란 말이여 
 뭐가 대단해 너 몰랐더냐
 비장처절하고 아암 처절하고말고 처절 비장하고
 처절한 신풍도 별 것 아니여
 조선놈 아주까리 미친 듯이 퍼먹고 미쳐버린
 바람이지, 미쳐버린
 네 죽음은 식민지에
 주리고 병들어 묶인 채 외치며 불타는 식민지의
 죽음들 위에 내리는 비여
 역사의 죽음 부르는
 옛 군가여 별 것 아니여
 벌거벗은 여군이 벌거벗은 갈보들 틈에 우뚝 서
 제멋대로 불러대는 미친 미친 군가여. (주석 7)


<아주까리 신풍>에서 김지하는 일본의 새로운 침탈정책과 박정희정권의 친일정책, 이에 편승한 매판자본과 부패관리들의 행태를 매섭게 비판한다. 짧은 글이지만 긴 울림이 남긴다. 그의 담시에 대한 평론가의 견해이다.
엄혹하던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때 국내에서는 김지하의 책을 출판할 수가 없었다. 일본의 종교단체에서 그의 글을 모아 <不歸>(불귀)라는 제목을 달아 출판해 준 책이다(왼쪽). 한편, 책 <김지하는 누구인가>는 1979년에 일본에서 풀판된 김지하의 옥중 투쟁의 기록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민중을 위한 그의 고뇌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노년 변절할 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아쉽다.
 엄혹하던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때 국내에서는 김지하의 책을 출판할 수가 없었다. 일본의 종교단체에서 그의 글을 모아 <不歸>(불귀)라는 제목을 달아 출판해 준 책이다(왼쪽). 한편, 책 <김지하는 누구인가>는 1979년에 일본에서 풀판된 김지하의 옥중 투쟁의 기록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민중을 위한 그의 고뇌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노년 변절할 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아쉽다.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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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일련의 담시들은 독재권력의 강권통치와 부패상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그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의 수난과 고통을 통해서 이땅에서 참된 민주ㆍ민권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소중한 일인가를 강조하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를 내세운 박 정권의 유신독재정치를 비판하고, 급격한 근대화 정책이 빚어내는 온갖 모순과 비리 및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가 초래한 비인간화 풍조를 야유하면서 진정한 인간회복운동으로서 민주주의운동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 일련의 담시들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대립적으로만 파악하여 필요 이상으로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를 일방적으로 과장했다거나, 구성방법상에 있어서의 단순화로 인해 도식성 또는 상투성을 보여준 점, 그 전개과정에서 부분적 독자성에 집착한 나머지 장황함과 논리적 자가당착의 요소를 지닌 점, 그리고 전체적인 면에서 스케일상의 제한성 내지 단순소박성으로 인해 바람직한 의미에서 완성된 서사시의 전범을 보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일련의 작품들을 연작으로 보아 전체적으로 읽어본다면 하나의 일관성 또는 통일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알게한다. (주석 8)


주석
7> <김지하 담시 모음집 오적>, 181~182쪽.
8> 김재홍, 앞의 책, 119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지하, #시인김지하평전, #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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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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