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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유묵 영인본
 안중근 의사 유묵 영인본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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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자공부 온라인 카페의 정기모임에 참석했다.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열린 모임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30여 회원들이 자리했다. 참석자는 젊은 세대보다는 중장년층들이 많았다. 80대 회원도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회원들은 "근 3년 동안 만나지 못해 혼자 공부하면서 여러모로 학습의 제약이 많았다"며 정기모임을 환영했다. 대면하는 공부모임이 정보를 교환하는 등 학습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다는 반응들이다.

나는 실용한자의 음훈을 익히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카페 회원 중에는 오랫동안 한자를 공부했거나 한시를 쓰는 분들도 있다.

한자교육 프로그램 보급 기회 받아주는 곳 없어

코로나 기간에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한자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들 중엔 사회적 거리가 해제되면서 그룹을 지어 주변에 한자를 보급하는 의욕적인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한자교육보급은 녹록지 않다. 가지고 있는 재능에 열정만 있으면 한자보급은 얼마든지 가능할 줄 기대했지만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한자보급의 소망은 여기서 접어야 할 듯하다.

이들은 연초 구청 주민교육 프로그램에 한자교육을 제안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한자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했는데 담당자들은 검토하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어 동네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주민참여 예산프로그램에도 한자교육 제안서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 제안을 거절한 이유도 특별한 설명이 없었다. 프로그램 유치 담당자들은 수강생들이 한자교육에 관심과 수요가 없다는 얘기뿐이었다.

최근 평생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자교육 프로그램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건강, 요리 강좌 위주로 구성돼 있다. 평생교육기관에서조차 한자보급을 외면하고 있었다.

한자보급 제안자들은 적게는 30년, 길게는 50년 이상 한자를 배운 사람들이다. 대부분 중학시절 한자를 처음 접하고 지금까지 독학으로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들중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한문전공 교수에게 특별히 사사한 분도 있다.

이들이 이처럼 한자 매력에 푹 빠진 것은 단순한 호기심과 취미에서 비롯됐다. 학창시절 안중근 의사 유묵 전시에 갔다가 한자를 읽을 줄 몰라 낭패한 적이 있어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자녀가 한자급수 시험 공부하는 것을 보고 함께 시작한 분도 있다.

한자 재능기부자들의 봉사기회 제공해야
 
서예전시에 전시중인 한자서예 작품, 회사후소는 '그림을 그리려면 바탕이 흰색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예전시에 전시중인 한자서예 작품, 회사후소는 "그림을 그리려면 바탕이 흰색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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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한자 공부는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다. 한자의 묘미를 터득하다 보니 이를 사회에 보급하면 한자 소양은 물론 우리말 학습에도 유익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은퇴를 했거나 앞둔 60대의 이들은 "그간 스스로 연마한 한자를 지역사회에 무료 봉사로 보급하려는데 아무 쓸모없다는 냉담한 반응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애써 배우고 익힌 한자가 사장된다고 생각하니 한자교육에 대한 우리 현실이 참담해 보였다.

오랫동안 배운 한자를 주변에 보급하려는 재능기부자들의 의욕을 살려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이들은 한자의 인문학 둥 거창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배운 한자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려는 것뿐이다.

한자보급을 반대하는 사람 중엔 '인터넷 한자사전으로 검색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어 한자교육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자를 단편적으로 이해할 뿐 한자어 이해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이는 마치 화성이론 없이 음악공부를 하는 것과 같다.

한자 프로그램은 독서 등 학습뿐 아니라 취미차원에서도 권장할 교양프로그램이다. 한자어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소양에도 매우 긴요하다. 한자보급 홀대가 자칫 한자경시와 무관심으로 흐를까 걱정이다. 한자교육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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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어쩌다 그것이 언론과 신문에 발표되고 이를 계기로 글쓰기 지평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습작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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