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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은 해당 마을에 이미용 서비스나 도시락 배달 같은 찾아가는 복지를 제공한다.
 복지관은 해당 마을에 이미용 서비스나 도시락 배달 같은 찾아가는 복지를 제공한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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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에 익숙한 사람에게 '격차'의 문제는 마치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느껴진다. 자본 격차, 교통 격차, 문화 격차, 의료 격차... 코로나19 범유행은 격차를 더 늘리는 현상을 일으켜 불평등을 증식시켰다. 이런 '위기의 불평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게 바로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다. 의료에도, 고립에도 '빈부'가 존재한다는 쓰디쓴 현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시 위기가 오면, 지역은 불평등을 끝낼 수 있을까? 충북 옥천 내부의 '증언'과 전문가 의견을 모아 이 질문에 대답해본다.

때로는 나라가 마을보다 어리석다

사회복지사는 범유행 동안 지역 구석구석을 모세혈관 속 적혈구처럼 돌아다니며 마을을 목격한 '증인'들이다. 복지가 필요한 곳이라면 '읍면리'를 가리지 않고 방문해 동네 살림살이부터 주민의 정서적 안정감까지 고루 어루만지고 있어서다.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의 박미정 사회복지사는 지난 2년의 '위기'를 이렇게 회상한다.

"지역의 위기 대응 능력 부족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왔죠. 고립이 이어진 농촌 마을의 피해가 가장 도드라졌어요. 고령 주민일수록 방치'당한' 기분을 느낀 분이 많았죠.

지역은 예전부터 인구 감소 등으로 마을 공동체가 느슨해지고 인간관계가 축소되는 문제를 겪어왔지만, 코로나 시기만큼 심각한 적은 없었어요. 격리 전에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나눠 먹거나, 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이웃과 대화하며 마음을 달랬는데, 그 통로가 전부 막혀버리니 말 그대로 '외톨이'가 된 기분을 받은 거죠."

- 몸까지 쇠약해진 분이 많다고 들었어요.

"고령자는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건강 상태가 크게 달라져요. 정정하고 활발하셨던 분도 거리두기 후에 눈에 띄게 쇠약해진 경우가 많아요.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불면증을 겪거나, 대문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누워만 계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당연히 몸이 약해질 수밖에 없죠."

- 그런 엄혹한 상황에서 어떻게 격리를 버티셨을까요?

"마을 공동체 덕이 커요. 저희 같은 사회복지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주민을 만나도, 이웃처럼 오래 살필 순 없어요. 옆집이 윗집에, 윗집이 밑 집에 안부를 묻고 먹거리를 나누면서 버티신 거죠. 그게 마을 돌봄이에요.

복지관이 주관하는 '금쪽같은 우리 동네 사람들'도 마을 돌봄 사업인데, 각 마을에 원래 존재하는 공동체를 체계화해 정착시킨 거예요. 우리 사회는 이미 마을 공동체란 훌륭한 돌봄 체계를 갖고도 무시하거나 잊고 살았어요.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마을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중이고요."

- 기존 복지 조직과 마을 공동체의 차이는 뭔가요? 유대감의 깊이일까요?

"각 주민에게 적확한 돌봄을 제공하는 것, 주민 스스로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체 일원이란 소속감을 느끼는 것, 고립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는 점이 달라요. 외부인이 마을을 마을 사람만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해요. 즉, 필요한 도움을 고를 때 '오진'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죠.

또 복지는 돌봄을 '서비스'하는 거지만, 마을 공동체 돌봄은 '같이'하는 거예요. 이 단순한 차이가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줘요. '격리된 내가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과 '함께 갇힌 우리가 서로를 돌보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그는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되풀이된다면 지역이 버티기 어려우리라 전망하면서도 지역만이 희망이라 말했다. 마을은 전쟁과 자연재해, 전염병과 기근을 버티며 수십 세대를 이어온 연대감의 총집합이며, 마을 공동체는 행정기관보다 오래된 '위기 대응 조직'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범유행 중 마을에서 목격한 주민 간 단합력, 이웃을 돌보는 정과 관심, 시시때때로 변하는 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행동력을 보며 오히려 우리 사회가 농촌을 배워야 한다고 느꼈단다.

"때론 국가가 마을보다 어리석을 때도 있다"며 그는 마지막 말을 보탰다. "코로나로 이정도 교훈은 배워야 덜 억울하지 않겠어요?"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릴 차례
 
김창엽 교수(왼쪽)와 김정우 센터장(오른쪽)
 김창엽 교수(왼쪽)와 김정우 센터장(오른쪽)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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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공중 보건 및 사회학 분야 전문가들은 지역의 위기 불평등 문제를 경고해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와 시민건강연구소 지역건강연구센터 김정우 센터장도 이 분야의 대표적인 '스피커'다. 이들은 지역이란 사각지대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김정우 센터장 : "일단 수도권과 도시에 치우친 우리 시각을 교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평가가 많았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알게 모르게 평가 주체는 국가 혹은 수도권 중심이었다고 봅니다. 'K-방역'이라는 말부터 한국 전체를 대상화한 것이죠. 지역, 특히 비수도권과 비도시 지역이 배제된 시각이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누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냥 묻혀버릴 것이고요.

그래서 지역의 방역, 의료 현실은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방역도 방역이지만, 저는 의료 이용에 더 많은 지장이 있었다고 짐작합니다. 지역 주민은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 관리가 부실해지고 응급의료나 입원 후 관리 등도 문제를 겪었을 겁니다.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은 말할 것도 없고요."

김정우 센터장 : "모든 지역에서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니 보건의료, 돌봄, 복지 서비스가 쉽게 중단 혹은 축소되었죠. 기존 서비스에 의존도가 높았던 사람은 생활이 어렵게 될 수 밖에요.

예컨대 이주민, 장애인, 노인, 아동과 그 가족들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공간의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도시보다는 농어촌이 그랬습니다. 즉,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공공서비스에 더 의존했고, 더 커다란 고통과 불편을 겪은 겁니다.

방역에 인력이 동원되면서 보건진료소가 폐쇄되고, 지역 주민들은 의료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코로나에 확진돼도,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거의 없는 군 단위에서는 격리 입원을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국가자원이 지역마다 불평등하게 분포해 있으며, 위기 시 그 불평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해 격차가 심화했다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지역에 다시 범유행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과연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김창엽 교수 : "각 지역에 맞는 대응체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군' 지역이 그게 그것 아니냐고 하기 쉽지만, 보건이나 의료, 방역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국가책임제를 봐도 양호한 요양병원이 있는 곳과 없는 곳, 치매 전문가의 근무 여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천양지차입니다.

더 중요한 건 지역이 지역의 문제와 역량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동네 요양 시설이 어떤 상황인지, 마을 어르신이 원격의료를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중앙정부나 '중앙회' 같은 곳에서 알 수 있을까요?

보건과 의료는 특히 '분권화'가 더딥니다. 지자체나 보건소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보건과 의료도 과감한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 보건소가 군민의 건강과 의료를 돌보기 위한 계획을 짜고 인력을 구해서 사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야 미래의 재난도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지적은 '지역 대상화' 문제와 정확히 맞물린다. 중앙에 집중된 행정력은 지역을 통제나 관리 대상으로 보아 '평가'하려고 든다. 그게 편리하니까.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입장은 조각(阻却)되며, 중앙은 공리주의 실천자가 돼 국민의 최대 다수, 즉 수도권·도시를 만족시킬 대응을 되풀이한다.

범유행 같은 위기가 닥치면 이런 조치들은 '공리'를 위해 더 강화되며, 지역은 다수결의 맹점에 빠져 '소수자의 불평등'을 겪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지역 실정에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대응이 아니라 대비로 나아가는 자세

위기의 불평등을 해결할 특효약은 권력 분권과 공공의료 강화다. 하지만 지역이 중앙의 '힘'을 나눠 갖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래서 공동체를 주축으로 주민 자치를 달성해야 한다. 지역 사람이 지역을 알고, 쓰고, 이끌고, 키우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실현까지 산적한 장애물은 산더미다.

- 지역이 국가 단위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지역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까요?

김정우 센터장 : "의사결정 구조가 열쇠입니다. 지역의 뜻이 반영될 수 있게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확립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죠.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 의견이 정책과 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쉽게 의료 서비스 중단과 축소를 결정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중앙 집중적인 의사결정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결정을 내리면, 수도권 중심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지역과는 괴리가 생기겠죠. 중앙이 지역에 필요한 자원과 권한을 제공한다면, 지역 정치 역시 주민 생활을 위해 필요한 방책을 책임 있게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결국 위기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지역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고, 지자체는 공공서비스 기반을 강화해야겠네요.

김정우 센터장 : "지역 공동체는 보건학적으로 이미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것만으로 우울감과 고립감을 완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나아가면 이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호주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시드니 대학과 퀸즈랜드 주 정부, 그리고 여러 단체가 모여 '사람 중심 응급상황 대비(Person-Centered Emergency preparedness)' 지침을 만들었고, 범유행 중에도 이 지침에 맞춘 대응책을 또 만들었어요. 핵심은 우리 지역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개인 대비 수준은 어떠한지, 개인별 중요 지원 항목과 예상되는 응급상황은 무엇인지, 위기에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사람들이 함께 파악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지지연결망을 구축해 서로 생활 필수 정보와 물품을 확보하도록 돕는 체계로 발전시키고요.

이런 지침을 지역 공동체에서 활용하면 정서적 안정과 체계적인 정보 공유, 적절한 의사결정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위기 시 생활과 생존에 필요한 식량이나 물품, 인간관계까지 제공할 수 있고요. 현재도 지역 공동체가 이런 역할을 하지만, 더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지역 공동체는 위기 상황 '대응'이 아니라 '대비'까지 실천하는 힘을 얻을 것입니다."

김창엽 교수 : "지금은 국민건강보험이 방역이나 의료의 전부라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치료는 큰 병원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지역에선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앞으로는 지역사회 돌봄의 가치도 커질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업은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병원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이 큰 '예산지원처'인데, 지역에서 꾸준히 해야 하는 주민 사업은 건강보험 범위 바깥에 있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료 병원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주민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1차 의료와 보건을 공공 운영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입니다.

앞서 보건의료에서 분권화가 더디다고 말씀드렸는데, 지자체가 공공병원 등 공공 의료 분야를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주민들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식이 희박해요. 보건과 의료 문제는 정부에 '로비'를 하거나 요청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죠.

그래서 저는 주민이 더 큰 역할을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주민이 공동체를 결성해 목소리를 모아 지자체에 요구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공공병원이든 지역사회 돌봄 확대든, 주민이 꾸준히 문제 제기에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인 길입니다. 이것이 참여고 민주주의인데, 보건과 의료, 돌봄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두 전문가는 주민 공동체 역량을 키우라고 입을 모은다. 옥천의 증언자도, 외부의 전문가도 공동체를 강조하는 게 우연일까?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을 막는 제1원칙은 감염자를 격리하는 것이다. 큰 틀로 보면 중세 유럽 흑사병이나 코로나19나 백신을 제외하면 똑같이 격리 방역을 시행했다. 즉, '서로 거리를 두라'는 것.

공동체는 정반대다. '서로 돌보아라'가 원칙이다. 반대급부에 놓인 두 원칙 사이에서, 우리 사회는 거리두기를 택했다. 어쩌면 전염병에는 더 올바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상이변이 온다면, 전쟁이 난다면, 식량 위기가 현실이 된다면 그때도 '격리'에 안주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충북 옥천의 한 복지관 수업 모습
 충북 옥천의 한 복지관 수업 모습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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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옥이네 통권 60호(2022년 6월호)
글 김성민 사진 김정우,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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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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