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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무덤이 내 집인걸~" 한돌 작사·작곡,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는 비록 내용은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의 선율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개똥벌레는 지금도 아이들이 학예회에서 율동과 함께 부르는 인기곡이다. 반딧불이 애벌레가 개똥벌레인데 다슬기와 달팽이 등을 잡아먹고 살며 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옛 사람들은 가축의 똥과 풀을 모아 묵힌 두엄에서 개똥벌레가 생겨났다고 여겼다. 퇴비 위에서 쉬고 있는 성충을 흔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밤마다 짝짓기를 위해 꽁무늬에서 불을 켠다. 한 밤중에 눈에 띄는 불빛은 천적에게 쉽게 노출되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반딧불이 몸 속에는 독성물질인 루시부파긴(Lucibufagin)을 가지고 있어 포식자를 물리친다. 두꺼비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독액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종마다 발광 횟수와 간격이 달라서 동족을 찾는 교미 신호로 이용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에 서식하는 한 반딧불이 암컷(Photuris)은 다른 종(Photinus)의 깜빡임을 흉내내어 수컷을 유인한 뒤 먹잇감으로 삼는다. 친척을 잡아먹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독성물질을 몸 속에 저장하기 위해서다. 알 속에 루시부파긴이 있어야만 천적들이 알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날아다니며 배 끝에서 빛을 낸다.
▲ 불빛으로 짝짓기 신호를 보내는 반딧불이 한밤중에 날아다니며 배 끝에서 빛을 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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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는 전세계적으로 20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종이 산다. 애반딧불이는 논에 사는 고둥이나 우렁이, 달팽이, 다슬기 같은 연체동물을 잡아먹는다. 다슬기가 사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 살 수 있기에 환경지표종이다. 성충은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짝짓기를 하고 물가에 알을 낳는다.

약 한 달 후면 부화하여 물 속에서 생활하며 애벌레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유충 시절에도 물 속에서 불빛을 내는데 이는 경고의 의미다. '나를 잡아먹으면 맛이 없다'라는 뜻이다.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흙 속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반딧불이가 한밤중에 나는 모습은 낭만적이지만 손으로 잡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똥을 재활용하는 기막힌 방법

똥을 재활용하는 곤충들의 기발한 생활사를 알아보자. 독수리팔랑나비는 자신이 싼 똥을 먹는다. 왕방울 만한 커다란 겹눈에 비만형 몸매를 갖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나방으로 착각하고는 한다. 민첩하게 나는 모습이 방정맞아 보일 정도로 잘 날아다닌다.

오줌 냄새가 나는 땅에서 무기질을 흡수한 뒤에, 다시 지면에 자신의 똥을 싸놓고 긴 주둥이를 내밀어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런 식성의 이유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향후 연구가 계속되면서 비밀이 벗겨질 날이 올 것이다.
  
긴 대롱입으로 자신의 배설물을 먹고 있다.
▲ 똥을 핥고 있는 독수리팔랑나비 긴 대롱입으로 자신의 배설물을 먹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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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자신의 배설물을 피한다. 우리가 인분에서 느끼는 불쾌함은 소똥에서 느끼는 메스꺼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동물들의 경우에는 영역 표시를 하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똥과의 접촉은 곧 기생충을 통한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을 높인다. 다른 동물의 똥보다 같은 종의 똥이 더 거슬리는 것은 이런 진화적 까닭에 기인한다.

흥미롭게도 은색팔랑나비(Epargyreus clarus) 애벌레는 배설물총을 쏜다.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광역 분포하는데 기생말벌을 피하기 위하여 항절의 한 부분을 빗장처럼 만들어 새총과 같이 이용한다. 평소에는 이 기관이 항문을 막고 있지만 배설을 할 때는 초속 1.3m의 속도로 자기 몸의 40배 가까운 거리로 똥을 발사한다. 인간으로 치자면 대략 70미터의 거리를 쏘는 똥총인 셈이다.

동물의 똥 뿐만 아니라 인분에도 꼬이는 곤충이 몇 종 있다. 어깨에 멋진 뿔을 갖고 있는 소요산똥풍뎅이와 광택이 나는 검은색 딱지날개를 가진 모가슴소똥풍뎅이는 포유동물의 똥을 먹는다. 소똥이나 말똥을 처리하는 소똥구리도 사람의 똥은 다루지 못하는 것에 견주어보면, 자연계의 대단한 환경미화 곤충이라고 할 수 있다.
 
포유동물의 분변을 처리하는 딱정벌레.
▲ 소요산똥풍뎅이 포유동물의 분변을 처리하는 딱정벌레.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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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벌레 종류는 애벌레 시절에 자신이 싼 똥을 짊어지고 산다. 꽁무니에서 점액물질과 함께 배설물을 내어 등에 얹힌다. 잎사귀를 갉아먹고 허물을 벗고 자랄수록 똥의 부피도 커진다. 한마디로 말해 똥짐을 지고 사는 녀석들인데 성충으로 탈바꿈하면 화려한 체색을 갖춘다.

이 밖에 새똥하늘소, 배자바구미, 극동버들바구미 등은 새똥으로 위장하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다.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배자바구미는 칡을 갉아먹고 사는 녀석이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인 배자를 닮았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애벌레가 나무 줄기를 파 먹으면 식물줄기는 이상증식하여 혹을 만드는데 이 속에서 천적을 피한다. 극동버들바구미는 가죽나무에서 볼 수 있다. 건드리면 죽은 체 하며 늦봄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7월에 성충이 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똥벌레 , #반딧불이, #독수리팔랑나비, #소요산똥풍뎅이, #배자바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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