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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2월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학순 주교와 김지하씨가 환영인파와 함께 원동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 1975년 2월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학순 주교와 김지하씨가 환영인파와 함께 원동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1975년 2월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학순 주교와 김지하씨가 환영인파와 함께 원동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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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부정부패 규탄대회는 박 정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무엇보다 서울로 시위가 번질 것을 봉쇄하고자 15일 서울지역에 위수령을 발동하고, 김지하는 다시 지명 수배되었다. 그는 은신처를 옮겨 다니면서 <금관의 예수>를 집필한다. 한 대목이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한 거리

 어디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중략)
  오, 주여 이제는 여기
 우리와 함께, 
 주여 우리와 함께. (주석 10)

<금관의 예수>는 1976년 11월부터 1977년 2월까지 일본 카와사키, 요코하마, 도쿄 등에서 공연되었다. 

이 시기 그는 '담시'라는 독특한 장르에 무척 애정을 갖고 작품활동을 했다. 쫓기는 신분, 양지를 잃은 처지에서 독재정권, 오적세력과 싸우는 데는 담시보다 적절한 무기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자신을 포함해서 이땅의 구박받고 수탈당하는 기층민들의 애환을 읊기에는 담시가 적격이었다. 자신의 예술적 취향과도 맞았다. 

원주의 땜쟁이 김흔들이가 6.25전쟁기에 겪은 일을 흔들리며 토로하는 형식의 <김흔들 이야기>의 일부이다.

 김흔들이란 놈 흥분해서
 전쟁 때 국군 됐다, 인민군 됐다, 유엔군 됐다, 중공군 됐다, 포로 수용소 갔다, 석방됐다 오락가락 우왕좌왕 허겁지겁 흔들흔들하던 제 처량한 신세타령 입에 게거품 잔뜩 물고 손짓 발짓, 온갖 우스운 표정 총동원해 또 한바탕 신바람 나게 떠들어대고 난 뒤 이파리가 반은 더 빠져버린 화랑담배 붙여 물고

 후우우 ㅡ
 기일게 연기 내뿜으면서
 두 눈에 고이는 물기 슬쩍 닦아내면서
 체머리 흔들흔들 대면서
 마지막 한 말씀 하시겄다
 '민족의 비극이지!' (주석 11)

다음은 농투산이가 사람과 가축ㆍ농기구를 대하는 태도를 서술한 <고무장화>의 한 부문이다.

 제 마누라 제 새끼 부모 형제는 말할 것 없고
 친척 이웃 끔찍 아끼고
 소 말 돼지 개 닭까지 한울님처럼 보살피고
 쟁기 삽 호미 가래는
 쓰고 나선 깨끗  말짱히 씻어 아늑한데 놓아두고
 천지신명 하늘님을 마음에 항시 모셔
 하늘 땅 도는이치 절기 변화를 몸같이 화안히 잘 알았으니
 농사짓는 데 실패가 있겄느냐. (주석 12)

다음은 원주에서 활동 중 장일순을 통해 학습한 동학교조 수운 최제우의 일대기, 특히 그가 처형당한 후 일어난 민중봉기의 현장을 형상화한 <이 가문날의 비구름>의 한 절이다. 

시커먼 먹장구름 헤치고 새푸른 하늘에 찬란한 햇살이 가득 가득히 쏟아져 내리며 중생 속에 살아 뜀뛰는 한울 생명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뛰는 채로, 잠든 채로, 일하는 채로, 웃는 채로, 우는 채로, 성내는 채로, 부딪치는 채로, 엎어지는 채로, 땅파는 채로, 달군 쇠를 치는 채로, 실타래 돌리는 채로, 쇠와 쇠를 땜질하는 채, 노래부르는 채 살아 뜀뛰고 있는 그대로 악쓰는 소리, 고함소리, 포 소리, 총 소리, 폭탄 소리, 비행기 소리, 무너지는 소리, 터지는 소리, 깨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신음 소리 다 사라지고 온갖 지옥의 형상들 다 자취 없고 끝도 가도 없는 우람한 화엄의 바다 끝없이 출렁출렁 그 큰 물결 소리가 생생히 들려와 천지에 널리널리 퍼져나가니 선생의 죽음이 바로 후천개벽의 시작인가, 우주 부활의 씨앗인가 영원한 봄의 조짐인가. (주석 13)

문학평론가 홍용희 교수는 "김지하의 담시의 세계는 지배층에 대한 상대적 개념의 민중상에서 우주 생명의 본질을 구체적인 생활체험을 통해 인식하고 실천하는, 영성의 담지자로서의 민중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주석 14)고 논평했다.


주석
10> <작가 세계>, 30쪽.
11> 홍용희, <김지하문학연구>, 134쪽, 재인용, 시와시학사, 1999.
12> 앞의 책, 134~135쪽, 재인용.
13> 앞의 책, 135쪽, 재인용.
14> 앞의 책, 140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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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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