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윤희
 - 2018년 12월 기존 카페 그대로 인수 후 사업자등록
- 2018년 12월 부천시 《CAFE CLOP CLOP》 커피전문점 개업
- 남편 은퇴 후 카페 협업
  
약 9만 개에 육박하는 사업장이 있는 우리나라 커피숍 시장은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커피 수요가 여전히 높아서 수많은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가 오늘도 개업하고 있다. 반대로 빚만 지고 폐업하는 가게도 적지 않다. 사전 지식이나 경험 없이 은퇴 후에 인생2막으로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그 부담을 털어내고 예쁜 개인 카페를 창업하여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50대 후반에 개인 카페를 창업한 박윤희(61)씨와 지난 6월 초순 만났다. 그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 기자 말

  
카페 외부 전경
 카페 외부 전경
ⓒ 김부규

관련사진보기

  
- 개인 창업을 하신 이유는?
"소상공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커피숍이잖아요. 남편이 귀농에 관심이 많아서 크게 벌릴 생각은 안 하고 언제든지 접을 수 있는 개인 사업을 하게 된 거죠.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혼자서 너무 심심하고 힘들다고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남편이 인천에 작은 커피숍을 알아봐 줬어요. 거기에서 손님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제가 좋아하는 퀼트(quilt, 누비 바느질 소품)도 하고 친구들 보면서 4~5년 했어요. 그게 밑거름이 돼서 커피 사업을 조금 알게 된 거죠.

남편 은퇴 시점에 이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남편은 귀농 준비하느라 멀지 않은 지역을 알아보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남편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 상가에 커피숍이 나왔다고 하는 거예요. 집에서 5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우니까 괜찮겠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한 달 동안 시골에 다녀왔는데 그때까지도 안 팔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인수했어요. 

아무 준비도 없이 집이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게 되었는데 그게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일단 출퇴근 거리가 멀고 오다가다 지치면 힘드니까 일단 집과 가깝고 아파트 단지도 세대 수가 많고 한번 해 본 경험도 있어서 막연히 해도 될 것 같아서 하게 된 거예요." 
 
주방에서 조리하시는 박윤희 대표
 주방에서 조리하시는 박윤희 대표
ⓒ 김부규

관련사진보기

  
- 손님이 많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카페 인수 후 1년 동안 단골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엔 커피 맛도 있었지만, 동네 상권이니까 친절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초면인데도 제가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니까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현대인은 외롭잖아요. 그동안 몰랐던 사람도 여기 와서 애들 나이가 비슷하면 서로 인사해요. 제가 소개시켜 주면 서로 친구가 되어서 아주 친하게 지내요. 사랑방이 돼 버렸어요. 

제가 처음에 여기에서 카페 개업했을 때 어떤 손님이 당신 딸에게 "커피숍 주인이 바뀌었어. 장사꾼 같지 않더라"라고 말했대요. 저는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께 차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하니까 손님들한테도 통하는 것 같아요. 진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걸 많이 느껴요."

- 주변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많아서 타격이 크시겠네요?
"완전히 크죠. 커피는 특히 그래요.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저렴하고 양이 많으니까 젊은 친구들이 가고, 여기는 나이가 좀 있으면서 커피 맛과 다정다감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그런 면에서 차별성을 두는 거죠."

- 인테리어가 독특한데 모두 혼자 하신 건가요?
"처음에 여기 인수할 때 새로 페인트칠하고 커튼만 바꾼 다음 카페 전체 분위기를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꿨어요. 제가 퀼트를 좋아해서 그동안 만들었던 벽걸이 소품이나 인형, 그리고 꾸준히 모아왔던 그릇으로 장식했어요. 특이한 커피잔 조명등 같은 것도 제가 구멍 뚫고 연결해서 설치한 거예요. 큰 돈 들이지 않고 손님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프랜차이즈하고는 다른 차별화된 분위기 덕분인지 동네 여성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창가 인테리어와 장식장
 창가 인테리어와 장식장
ⓒ 김부규

관련사진보기

     
내부 전경과 손님들이 주신 선물
 내부 전경과 손님들이 주신 선물
ⓒ 김부규

관련사진보기


- 이 카페는 혼자 운영하시는 건가요?
"남편이 은퇴하고 귀농 준비를 하다가 카페를 개업하고 나서 알바도 자청하면서 여기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카페에 영업 제한이 들어오니까 알바를 줄이게 되었고 남편이 카페 일을 도와주게 되면서 시간이 지금까지 흘러온 거죠."

​- ​커피 관련 공부를 별도로 하셨나요?
​"별도로 공부한 거는 없어요. 커피 원두 업체 선정을 잘한 것 같아요. 지인이 소개를 해줘서 원두를 받았는데 그 커피가 정말 맛있었어요. 개인 창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있을 때 제과, 제빵, 샌드위치 등 디저트류, 커피도 배워 놓으면 나중에 큰 힘이 될 거예요. 여기 있는 샌드위치도 제가 만들었어요. 집에서 해 먹었던 방식에 제가 최상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걸 가미해서 새롭게 만들었어요. 손님들 반응이 좋아요. 다 기술자를 채용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본인이 할 줄 안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맛으로 좀 차별화 해서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 어떤 조건으로 인수하셨나요?
"처음에 인수할 때 권리금으로 몇 천만 원 나갔어요. 권리금이 없는 데는 장사가 안 된다고 봐야 한대요. 카페 현존 상태 그대로 인수했는데 커피머신만 너무 오래돼서 새로 바꿨어요. 이 카페는 임대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200만 원이에요. 전철역 가깝고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층 중심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서 입지 조건이 좋아서 세가 비싸요."

​- 개인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일단 커피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요. 맛이 좋은 원두를 골라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또 상권도 잘 봐야 해요. 여기가 아파트 단지다 보니까 엄마들이 요즘은 집에서 안 모이고 다 나오는 추세예요. 

또 미리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워 놓으면 나중에 메뉴를 추가할 수도 있어요. 30년 전부터 퀼트 인형 만들기를 취미로 했었는데, 카페 장식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커피잔으로 엔틱 접시도 만들어 봤어요. 그걸 카페를 하려고 만든 거는 아니지만 그걸 배우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고 노후에 카페하고 연결이 되었죠. 또 디자인 부분에서 배치라든지 이런 것은 본인이 관심을 가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더라고요.

카페를 창업할 위치를 선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해요. 상가 길목에서 안정적으로 수입이 나올 수 있는 자리를 얻으면 금상첨화겠죠. 괜찮은 길목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해요. 커피 맛, 분위기 등등 종합해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려면 한 1년 정도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파트 단지는 금방 소문이 나요. 항상 한결같아야 해요. 어떻게 보면 안정적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 사업하시는 동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젊은 엄마들이 이런 카페 차리는 게 꿈이래요. 나중에 은퇴하고 이런 거 하고 싶다는 손님도 있었지만, 사실은 이 일이 너무 힘들어요. 커피 내리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포터필터'(portafilter 커피 가루를 담아 원액을 내릴 때 사용하는 손잡이가 달린 도구)​도 너무 무겁고 온종일 서서 일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해요. 코로나 때문에 제가 가게에 오래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게 힘들었죠. 알바를 오래 못 써요. 알바 구하는 게 시간이 어중간해서 제가 힘들어도 조금씩 연장 근무를 했었죠. 그게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 이 사업만의 매력은?
​"3년 넘게 카페 사업을 하다 보니 단골 손님이 오실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시나 어디 아프신가 그러면 그분이 딱 오세요. "안 오셔서 궁금했었어요." 그랬더니 자기도 와야 할 것 같아서 왔대요. 손님과 저 사이에 서로 끈끈한 교감이 있는 거죠.​

제가 일면식도 없는 좋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을 어디 가서 만날 수 있겠어요.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프랜차이즈와 달리 저는 세 명이 와서 두 개만 시키면 한 잔 더 드려요. 그러면 되게 좋아하세요. 이게 개인 카페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인테리어 소품
 인테리어 소품
ⓒ 김부규

관련사진보기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갑자기 손님들이 많아져서 제가 바쁘면 단골손님들이 주방에 들어와서 설거지도 해주고 커피도 날라주고 그래요. 또 단골손님한테 잠깐 카페 좀 봐 달라고 하고 급한 일을 보고 온 적도 있어요. 단골손님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하시니까 연말에 자기들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서 식사하자는 요청도 들어와요. 

아기들이 지나갈 때 캔들이라도 손에 쥐어주면 되게 좋아해요. 어떤 유치원생 아이가 여기에 엄마랑 자주 왔었는데 엄마를 놓쳤나 봐요. 상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카페로 들어오지 못하고 저를 보면서 "나 좀 도와 주세요."하는 것처럼 울고 있더라고요. 데리고 들어와서 엄마한테 연락했지요. 그렇게 해서 아이를 찾게 되었고 그 뒤로 엄마와 함께 계속 오더라고요."

- 순수입은?
​"순수입은 연봉으로 따졌을 때 한 4~5천만 원 정도 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줄어든 거고요. 2018~2019년도에는 2배 정도 된 것 같아요. 우리 단골손님들과 이웃 주민들 덕분이지요."

- 전망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이 생기다 보니까 개인 카페 운영이 힘들고 어려워지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카페가 속해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뭔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그 진심을 알아본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면 전망은 얼마든지 좋게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프랜차이즈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랑방처럼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도 있어요. 그 틈새를 보면 돼요.

그리고 사람 수명이 길어지니까 여생을 즐길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는 거잖아요. 나이 있는 사람들이 사실 갈 데가 많지 않아요. 여기는 아기부터 어르신까지 고객층이 굉장히 넓어요. 자기가 하기에 따라서 전망은 얼마든지 좋을 수 있어요."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남편 귀농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거기 가서도 작은 카페를 하면서 농사도 지어 보려고요. 해 본 게 있으니까 커피 예쁘게 뽑아놓고 오시는 분이 한두 명이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소일거리로 하려고요. 거창하게 몇천 평 농사는 아니고요.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소일거리 텃밭 정도로 남편과 함께하려고 해요.
 

덧붙이는 글 | 저의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카페, #개인창업, #사랑방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작가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