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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능소화
 능소화
ⓒ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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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가운 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 그 위에 능소화가 있었다. 능소화는 또 다른 이름인 금등화(金藤花)에서 알 수 있듯(한자 등(藤)이 등나무, 덩굴을 뜻한다) 키를 훌쩍 넘어선 위쪽에 꽃이 핀다. 땅만 보고 걷다가 화사한 주황빛의 능소화를 미처 보지 못 하고 지나칠 뻔했다. 

능소화는 'Chinese Trumpet Creeper'라는 영문명처럼, 꽃이 모여 핀 모양이 마치 악기 트럼펫을 닮았다. 또한 '능소(凌霄)'는 그 덩굴이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이까지 올라가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의미로 붙은 이름. 예전에는 능소화를 양반집에서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왼쪽) 북산필 능소화도, 200*55 / (오른쪽) 북산 김수철 필 능소화도, 102*39
 (왼쪽) 북산필 능소화도, 200*55 / (오른쪽) 북산 김수철 필 능소화도, 102*39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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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그림은 모두 김수철(?~1862 이후)이 그린 능소화이다. 그는 19세기 조선시대에 활약한 화가로 북산은 그의 호다. 김수철은 특히 산수와 화훼를 잘 그렸는데, 조선 말 화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꽃 그림을 남겼다.

능소화의 꽃에는 윤곽선이 보이지만, 잎은 몰골법을 사용하여 윤곽선 없이 먹의 농담으로 형태를 표현했다. 같은 식물이라도 각 부분을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더욱 그림의 매력이 살아난다. 맑고 투명하게 종이에 옅게 채색한 능소화는 서양의 수채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약용으로 쓰이는 능소화

능소화는 뿌리와 줄기, 잎까지 약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특히 꽃을 약재로 많이 활용해왔다. 능소화의 한약재 이름은 자위(紫葳)로, 다양한 부인병과 두드러기, 여드름 등의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 부인병이란 넓게는 여성에게만 있거나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병을 말하지만, 좁게는 여성 생식기 질환을 뜻한다.

산부인과라는 말도 산과와 부인과가 합쳐진 것으로, 임신과 분만에 대해 다루는 산과를 제외한 나머지가 부인과에 속한다. 이 부인과에서 주로 다루는 질병이 부인병이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다. 

동의보감에서는 월경이 중단되었을 때, 월경 기간이 아닌데 하혈을 심하게 할 때, 산후병에 두루 능소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능소화가 어혈을 없애주어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이다. 어혈은 혈액이 원활하게 몸속을 돌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물러 노폐물이 많아지는 증세로, 쉽게 말하면 '나쁜 피'라 할 수 있다. 타박상으로 인해 멍이 드는 것, 여성이 월경을 할 때 덩어리가 울컥 나오는 것도 어혈 중 하나이다. 

몸에 어혈이 많아지면, 얼굴빛이 어둡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대변색이 검고 아랫배가 팽만하고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어혈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는 여성에게 더욱 큰 영향을 끼친다. 월경기간이나 양에 변화가 생기거나 생리통이 심해지고, 어혈이 오랜 기간 정체하면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같은 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능소화가 부인병 외에 주로 활용되는 분야는 피부 질환이다. 능소화는 성질이 차가워 열을 식혀주는데, 피부에 벌겋게 발진이 있고 간지러운 증상에 좋다. 현대적 약리 연구를 통한 밝혀진 항혈전, 항균, 항종양, 항산화 작용 역시 이러한 효능을 입증해준다.

관상용 능소화에 대한 논란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능소화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능소화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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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 외에도 능소화는 그 꽃의 화려한 색과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예로부터 관상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능소화 꽃이 피는 요즘에는 SNS에서도 꽃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한때는 능소화 꽃가루가 갈고리 형태라서 눈에 들어갔을 때 실명의 위험이 있다는 속설 때문에, 능소화를 관상용으로 심어도 괜찮은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다행히도 산림청 연구 결과, 능소화의 꽃가루 표면은 매끈한 그물망 모양이었다. 바람에 날리기도 어려워 눈에 들어갈 확률은 낮은 편이라고.

또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들은 대부분 풍매화(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 수분이 이루어짐)인데 반해 능소화는 충매화(벌, 나비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함)이다. 꽃과 잎, 뿌리에도 독성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름다운 자태만큼 여성의 건강과 피부에도 좋은 능소화. 올 여름, 꽃가루 걱정 없이 아름다운 능소화를 감상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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