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1 05:50최종 업데이트 22.06.21 05:50
  • 본문듣기

진모빌리티와 현대차가 마련한 '4단계 자율주행차' 시범주행 행사.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탑승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한국에서 최근 자율주행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6월 9일에는 서울에서 진모빌리티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자율주행 로보라이드' 시범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도심 주행에 최적화 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레벨 4'란 미 자동차공학회(SAE)가 제안한 0-6 단계 가운데 하나인 '고도 운전 자동화(High Driving Automation)' 단계를 말합니다.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로, 일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동차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파악해서 운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9일 열렸던 '로보라이드'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이 차로 강남 일대를 20여 분간 돌아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주최 측, 참석한 정치인들, 언론 매체 모두 자율주행차가 '강남'을 달렸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강남의 '한복판'을 자율주행차가 차선을 바꾸고, 좌회전도 하면서 스스로 달렸다며 감탄했습니다.

운전석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문 교육을 받은 기사가 앉아 있었지만, 주행 중 개입은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이르면 8월에 일반인도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행사 다음 날인 10일에는 현대 아이오닉5 기반의 '4단계 자율주행 택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모셔널이 2023년 공개할 예정인 로보택시. ⓒ Motional

 
2023년 미국에서 공개될 로보택시는 현대 자동차와 기술업체 '앱티브(Aptiv)'가 합작투자해 미국에 설립한 자율주행 전문회사 '모셔녈(Motional)'의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모셔널이 자율주행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택시로 고객을 운송하는 사업은 승차공유 회사인 리프트가 맡게 됩니다.

두 가지 뉴스에 모두 현대차가 등장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시범 운행에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이 행사를 보도한 와이티엔(YTN)은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뉴스를 마쳤습니다. "오는 2023년엔 강남 전역인 76킬로미터에서 운행이 가능할 전망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시대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현대차는 한층 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서울 도심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드디어 자율주행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일까요?

자율주행차 앞에 놓인 거대한 장애물

저 역시 '자율주행차 상용시대'가 '성큼' 다가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자율주행차의 앞길은 멀고 험난할 것입니다. 움직이는 자동차는 언제든 '2톤짜리 흉기'로 돌변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은 수동운전보다 안전한 주행을 목표로 하지만, 사람을 넘어서기는커녕, 사람 수준에 도달하는 것조차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기사: 자율주행차,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http://omn.kr/1vftg)
 

2019년에 일론 머스크는 '2020년 말까지 백만 대의 로보택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트위터

 
일부는 현대차가 선보인 '로보라이드'가 3단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4단계 자율주행과 달리, 3단계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앞의 행사가 강남에서 열린 이유는 사용된 자율주행차가 강남 일부 구간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신호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교차로 130여 곳에 신호 변경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발신하는 장치가 별도로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3단계냐 4단계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2단계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자칭 '완전자율주행(FSD)'부터, 가장 진보했다는 '웨이모 원' 4단계 기술까지 공통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의 오류를 들여다보면서, 현 자율주행 기술이 지닌 근본적 문제를 지적해 보겠습니다. 이는 미완의 자율주행 기술과 마주하게 된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개발자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작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했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웨이모 측은 "보행자와 접촉할 시 차는 수동 운전 중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왜 '예외적 상황 이외에 스스로 작동하는' 4단계 자율주행차를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차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히 수동으로 전환한 후 사고가 발생해도 '수동운전'으로 분류됩니다.
 

2021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자동차가 "수동운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해 6월, 웨이모의 다른 자율주행차가 킥보드를 타고 가던 시민을 추돌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해명은 동일했다. ⓒ KWillets/Reddit

 

2021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웨이모의 추돌사고.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이라 해도, 언제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 Tom Simonite

 
같은 해 여름, 애리조나 주의 챈들러 시에서도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웨이모가 '기사 없는 택시'인 웨이모 원 서비스를 해 온 4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인구 25만의 도시에, 도로는 넓되 보행자들이 적고,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의 천적인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입니다.

조엘 존슨은 이곳에 사는 청년으로, 웨이모 승차 경험을 비디오로 찍어 올리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조엘은 그날도 웨이모 택시를 불러 탄 뒤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좁은 길을 지나 큰 도로로 연결되는 삼거리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교차로 앞에 정지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차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면 차가 우회전해야 하는데, 진입할 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놓인 공사용 삼각뿔이 시스템을 교란시킨 듯했습니다.

얼마 뒤 문제를 파악한 웨이모의 직원이 원격 시스템으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원격 지원팀은 자율주행차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 시스템에 개입해 차가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비록 운전석은 비어 있으나,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면서 즉각 개입하게 돼 있는 것이지요. 202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될 아이오닉 로보택시에도 이런 원격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습니다.

현대차가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역시 관제 시스템을 통해 차의 주행 상태와 경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공사 구간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 차로 변경 등을 원격으로 통제하게 돼 있습니다. 초기에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던 자율주행이 진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판단과 개입을 핵심요소로 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로보택시. 관제시스템을 통해 주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진행 방향이나 차선 변경 등을 원격으로 통제하게 돼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 삼각뿔 앞에서 멈추다

문제의 택시는 원격보조로도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차가 계속 정지 상태로 있자, 직원은 "곧 도로지원팀이 도착해 수동으로 운전할 것"이라며 승객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차가 갑자기 움직여 우회전을 하더니 2차선 도로의 실선을 밟은 채 멈춰 섭니다. 뒤에서 오는 차들이 중앙선을 넘어서서 지나쳐야 했지만, 차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다시 "도로지원팀이 금방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습니다. 하지만 이제 차는 후진하더니 꽁무니 오른 쪽을 두 삼각뿔 사이에 밀어 넣고는 삐딱하게 멈춰서 추월 차선을 완전히 막아 버렸습니다. 뒤의 차들은 이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 곡예주행을 하며 경적을 울려 댔습니다. 승객이 불안한 목소리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직원은 미안해하며 "처리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할 뿐입니다. 차에 타고 있지 않으니 달리 도와줄 방법도 없습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운행중인 웨이모의 로보택시 '웨이모 원.' 이 차의 시스템이 도로공사용 원뿔에 의해 교란된 현상은 자율주행 기술이 극복해야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 Joel Johnson

 
얼마 뒤 도로공사가 끝났는지, 인부들이 도로 오른 편에 놓였던 삼각뿔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장애물이 모두 사라졌는데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분쯤 있더니, 핸들이 갑자기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가 있는데도 앞으로 전진하더니 다시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당황하는 것은 승객만이 아닙니다. 원격 지원을 하던 직원도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차가 움직이냐"고 묻습니다.

그러게 한참을 달리던 차는 또 다른 삼각뿔이 나타나자 갑자기 주행을 멈춥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로지원팀이 다가서는 모습이 후면 거울에 보입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다가서는 순간 택시가 도망치기라도 하듯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택시가 정차하고, 뒤쫓아 온 직원이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들을 피해 운전석에 앉기까지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이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자율주행은 여전히 불안정한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미완의 기술을, 상업적·정치적 홍보를 위해 도로 위에 섣불리 내놔서는 안 됩니다. 자율주행은 무인점포나 비디오추천 알고리즘 따위의 기술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을 내포한, 말 그대로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모 소동에서 배울 점

시범주행 후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장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실제로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정말 신기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원 장관은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하고, 끼어드는 차량도 피했다"고 놀라워하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서 안심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공식발언은 주행 중에 한 발언과는 결이 좀 달랐습니다. 오 시장은 차가 좀 거칠게 움직이자 주변을 살피며 "사람이 하는 거 하고는 조금 다른데?"라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원 장관은 "코너링이라고 그러죠?"라고 묻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가속했다가 다시 속도를 떨어뜨려야 되는 차선변경이 들어가는 기능인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살짝 못 미쳤어요."
 

자율주행차 시승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TV

 
매력적인 기술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정치인이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입니다. 비상운전자가 탑승해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주행에서 수동으로 전환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며,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 대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8년 우버가 자율주행 도중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을 때도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지만, 시스템의 오작동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겠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책임소재 또한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업이 기획하고, 국토부가 임시 면허를 내주고, 서울시가 승인한 사업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기사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고 피해 조치도 일원화해 신속하게 복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의 위험요소가 발견됐을 때 즉시 운행을 멈추도록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런 당연한 조처마저 신속히 집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업체는 주가와 기업이미지 때문에, 정치인은 승인 뒤 숟가락을 얹었기 때문에 은폐와 함구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요.

실제로 테슬라부터 웨이모까지 자율주행 업체들은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대한 비협조는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웨이모는 자율주행시 발생한 교통사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교통당국의 요구에 불응해 소송까지 건 상태입니다.

한 가지 더, 막강한 기술력을 지닌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한낱 공사용 삼각뿔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