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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위 4.3% 부부?

오은영 박사님이 금쪽이가 아닌 부부 상담에 나섰다, 이름하여 <오은영 리포트_결혼지옥>. 내가 보았던 회차에는 5년째 문자로 대화하는 부부가 출현했다. 대한민국 부부 상위 4.3%라는 타이틀이 부부를 소개하는 키워드였는데 알고 보니, 부부의 하루 대화 시간이 5분 미만인, 그러니까 대화 시간이 적은 부부들 중 상위권이라는 말이었다.

방송에서 공개된 설문조사 자료에 의하면,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부부들도 37%나 된다고 하니 밥 먹었는지 혹은 뭐 먹을 건지 아니면 (아이가 있는 집의 경우) 아이에게 별 일은 없었는지 꼭 필요한 하루 일과를 '브리핑' 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가만있자, 나는 오늘 남편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시간을 되돌려본다. 어랏? 선뜻 떠오르는 대화 내용이 없다. 조금 더 이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눈을 뜬 아침부터 대화의 흔적을 따라가 보아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없다. 휴대폰 메시지 창을 열어 보았지만 반전은 없었다. 단답형의 짧은 문답들만이 열거되어 있을 뿐이었다. 남 일이 아니었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시작해 가정을 이루었으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생계를 꾸리는 일이 순탄할 리 없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연애 감정이 유지되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갈등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갈등의 주된 원인은 육아와 가사 분담 비율이었지만 이외에도 사소하게 부딪히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양말을 벗은 다음 빨래통에 넣지 않고 벗은 자리에 두는 것, 과자를 먹으면 과자 봉지를 치우지 않고 그 자리에 두는 것, 밥 먹을 때 허겁지걱 먹느라 식탁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 등이 나의 촉수를 건드렸다.

사실 그의 양말을 빨래통에 넣고, 과자 봉지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밥을 다 먹은 뒤 식탁을 닦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런 행동들은 나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는 것이고 나아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서운한 감정들이 쌓여 감정의 불똥들이 여기저기로 튀다가 말다툼으로 번지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묵이라는 듯이.

미움과 사랑 사이
 
이옥섭 영화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는 악인이 없다고 한다. <서울체크인>에 출연한 그의 연인이자 배우인 구교환 님의 말이다.
▲ 만약에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버려요. 이옥섭 영화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는 악인이 없다고 한다. <서울체크인>에 출연한 그의 연인이자 배우인 구교환 님의 말이다.
ⓒ 서울체크인, T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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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6년, 결혼 후 6년 합 12년을 한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서로를 알고, 이해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남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이다. 남편은 과연 나에게 이해받아야 하는 존재일까? 있는 모습 그대로 남편을 받아줄 수는 없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보류해왔다.

나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는 남이 아니라 나의 남편이라는 관계성에 얽매여 감정이 앞서는 날이 많았다. 남편이 미운 순간이 불청객처럼 마음에 찾아들 때마다 마음이 힘들었다. 누구를 미워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대상이 타인이 아니라 사랑해야 마땅할 내 가족, 내 남편인 경우에는 더욱.

"그래서 저희는 만약에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버려요." 

영화감독 이옥섭 감독의 말이다. 미움이라는 어둡고 축축한 감정에 한줄기 빛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이옥섭 감독은 그동안 주로 독립영화를 연출해 왔는데 감독의 연인이자 배우인 구교환 님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연출하는 영화에는 악인이 없다고 한다.

감독의 한 일화를 옮겨보면, 미국에서 2층 버스를 타게 될 일이 있었는데 한 여자가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더란다. 냄새도 나고 공공장소에서 그러는 모습이 되게 싫다고 생각하던 순간 '영화에 담기면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이제는 싫은 사람, 미운 사람이 없다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실제로는 그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온전히 그 사람에게 속한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만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기에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바로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것이다.

세상에 없던, 신박한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일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내일은 또다시 새로운 다짐 속에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남편을,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리라.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발행되는 글입니다. 브런치by달콤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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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서평은 주로 인스타그램) 처음에는 우연히 보았다가도 또 생각나서 찾아 읽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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