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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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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장은 항상 수요가 있습니다. '월급 잘 주는 사장이 좋냐' 아니면 '친절한 사장이 좋냐', 이거예요. 다들 월급 잘 주는 사장이 좋을 거거든요."

진땀승을 거뒀던 대통령선거 때의 태도와 달리 여유가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6.1 지방선거 후 본인을 겨냥한 당 일각의 비판과 공세를 가볍게 받아쳤다. 지난 대선 후 불거졌던 내부 비판에 "노이로제 걸렸다. 그만 해라"고 진저리쳤던 때와 달랐다. 선거 연승에 따른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본인이 주도한 혁신위원회 설치를 두고 '공천권 전횡 시도' '사조직 운영'이라며 비판한 당내 인사들을 향해선 "저에 대해서 하는 많은 얘기들은 거의 기우제 수준이다"며 "굉장히 저열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자신과 설전을 벌였던 5선 중진 정진석 국회부의장에 대해선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정 부의장이 본인의 경륜을 앞세워 '젊은 당대표'에게 "정치선배로서 충고한다"고 한 건, 2030세대의 지지세 유입 등 당의 새 변화와 맞지 않는 모습이라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자기 정치'를 선언한 이 대표는 "이기기 위한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중기적 목표를 "상계동 당선"이라고 말했지만, 강경 보수 성향의 당대표 후보가 나오면 "제가 저지하러 가는 게 맞다"면서 당대표 연임 도전 가능성 또한 열어뒀다.

지난 대선 당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제기해 당 윤리위까지 소집된 본인의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윤리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의혹 제보자에게 '7억 원 지급 각서'를 쓴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서는 "제가 김 실장한테 (각서 작성을) 지시한 것도 없다"고 항변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당대표 취임 후 주술적 메시지도... 굉장히 저열한 정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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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위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다. 

"지금 보면 저에 대해 하는 많은 얘기들은 거의 기우제 수준이다. '제발 이랬으면 좋겠다' '제발 이럴 것이다', 당대표 취임 후 거의 주술적인 단계까지 오는 메시지도 많다.

제가 유승민을 밀어서 대통령 후보로 만들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유승민을 그 전에 대통령 만들었을 거다. 우크라이나 간다니까 해외 도피한다고 그러고, 어떤 미친놈이 전쟁 통에 있는 나라로 도피를 하나. 거의 주술적인 의미에서 '이준석이 그냥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게 광범위하게 돈다. 왜냐하면 선거도 이겼고 책잡힌 게 없기 때문이다.

혁신위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들 입장에선 '이준석이 혁신위 통해서 공천권 휘두를 것'이라는 상상을 심어주고 때려야 하는 거다. 그런데 공천 제도는 다음 당대표가 손댈 텐데 왜 지금 이준석이 손댄다는 거냐? 거꾸로 말하면 이준석이 뭘 하더라도 나중에 바꿀 수 있는 건데. (작금의 공격은) 공천권에 대한 집착이고 도전인 셈이다. 굉장한 모순인데도 그걸 끼워 넣어서 때린다. 굉장히 저열한 정치다."

- 배현진 최고위원이 혁신위를 두고 '이준석 사조직'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나.

"정진석 부의장의 가장 큰 실수가 뭐였냐면, 이준석을 비판하려고 갑자기 뜬금없는 정미경 최고위원을 저격하고, 최재형 의원을 이준석계 '쫄따구'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 배현진 최고위원도 똑같은 실수를 한 거다. 혁신위를 광범위하게 저격해버렸다. 최고위원들이 한 사람씩 추천해서 꾸리는 혁신위인데 그걸 '이준석 사조직이다', 이렇게 해버리면 (안 된다). 저는 (배 최고위원의 주장은) 유튜버들이 하는 수준의 담론인데 왜 이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좀 하게 된다."

"세계적인 지도자들 스타일리시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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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부의장과 설전 중에 '정진석은 당권주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변화는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변화를 캐치하고 그에 적응하는 건 그야말로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달렸다. 저를 당대표로 만들었던 새로운 바람 그리고 지난 대선 경선 때 조직세가 없던 홍준표 후보가 마지막까지 여론전을 이끌었던 점 등을 보면 이제 당의 주축이 양극화 되는 걸 알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바라는 자유주의적 보수관을 가진 세력과 전통적 보수층이 가지고 있는, 다소 전체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는 모습이 병립해 나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당의 많은 구성원들은 (핀 덱) 오른쪽에 있는 볼링 핀 하나를 처리하는 방법 정도만 안다. (핀 덱) 양쪽에 서 있는 볼링 핀 두 개를 스페어 처리하는 굉장히 특수한 방법들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둘 다 공략하는 게 쉽진 않지만 그걸 염두하고 있어야 앞으로 우리 당에서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정진석 부의장은 가장 건드리면 안 될 영역을 건드렸다. '선배로서', 무슨 뭐 이런 걸 내세운 거다."

- 그럼에도 차기 당권 주자로 김기현, 권성동, 안철수 의원과 함께 정진석 부의장이 거론되고 있다.

"저는 그중 정진석 부의장 빼고는 다 도전하실 거라 본다. 지금 상황에서 정 부의장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본인이 당권 욕심 때문에 (대표에게) 들이받았다'고 인정하는 꼴이다. 그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본다."

- 그래도 정진석 부의장은 당내 중진 의원이고, 친윤(친윤석열)의 맏형으로 불리지 않나.

"제가 지난 전당대회 때 상대한 후보들 보시면, 5선 조경태 의원, 4선 홍문표 의원, 4선 나경원 의원, 5선 주호영 의원 아닌가. 다 꺾고 0선인 제가 됐다. '정치적 중량감'이란 단어는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세계적으로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스타일리시하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방송 이력을 바탕으로 대통령까지 간 상황이고, 트럼프 미 전 대통령도 그랬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을 보면 얼마나 스타일리시한가. 윤석열 대통령도 아주 스타일리시하다. 진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신조로 사시는 분인데, 그게 지금까지 정치인들과 다른 신선한 모습이라서 국민들이 지지하는 거다. 기존 정치문법의 상징처럼 돼 버린 정진석 부의장이 선거에 나오시면 따라다닐 단어가 '선배' '충고' 이런 것일 텐데 쉽지 않을 거다."

"윤 대통령, 선거 이기는 사람 선호할 것"

- 과거 '친박'에 이어 '진박'이 나오면서 당내 분열을 불러왔다.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친윤 중에서도 '누가 진짜 윤핵관이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굉장한 실적주의자다. 누구나 자기와 일할 수 있지만 허명이 앞서는 사람, 그러니깐 실질적인 성과는 못 내고 이름만 앞서는 사람은 한 번 정도 써보고 배척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와 친소관계가 있다고 해서 역차별은 않지만 친소관계로 누구를 밀어주지도 않을 분이다.

20대 총선 공천에 개입을 사실 좀 많이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했던 분이라 반면교사 삼을 것이라 본다. 그때 (새누리당이) 공천파동으로 120석으로 내려앉아서 결국 탄핵을 못 막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그런 걸 너무 잘 아는 분이다. 그래서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 기준에서 봤을 때 '윤핵관'은 총선 파트너로서 조금 부족하다? 

"승장은 항상 수요가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람들을 잘 다독이지 않지만 항상 수요가 있는 것은 승장이기 때문이다. 월급 잘 주는 사장이 좋냐 아니면 친절한 사장이 좋냐는 거다. 다들 월급 잘 주는 사장이 좋을 거다."

- 유승민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을 바라보고 한 발언이 아니다. 거기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말이다. 그분들이 대부분 전당대회 때 절 지지했던 분들이다. 오히려 그분들이 당 운영이나 (대선) 경선 과정 중에서 제게 역차별을 받았다. 제가 뭐 손만 대면 '유승민 밀려고 한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자기 정치' 하겠다는 선언과 덧붙여서 이제 그런 역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뜻에서 한 얘기다."

"상계동 당선 목표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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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자기 정치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진) 이기기 위한 것들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많이 할 거다."

- 발언이나 행보에 변화가 생긴다는 건가.

"달라진다는 것보다 원래 제가 살던 대로 살 거다."

- 지방선거 당시 조기사퇴설이 검토된 걸로 안다.

"저는 검토한 적 없다."

- 그럼 당대표 임기를 다 채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나.

"그거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자기 정치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혁신 이야기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저는 '혁신위원장 최재형'을 지방선거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이분만이 시스템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사람을 볼 거다."

- 당대표 연임 생각도 있나?

"중기적 목표가 상계동 당선이다. 지난 총선 때 제가 굉장히 준비 잘했고 동네 분위기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땐 솔직히 지도부 리스크가 너무 컸다. (2024년 총선 때도) 지도부가 안정되지 않으면 내가 상계동에서 실컷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또 낙선할 텐데) 이런 생각도 있다.

그래서 제가 봤을 때, 역량을 신뢰할 수 있는 분이 다음 당대표가 되는 상황이 오는 게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게 안 되면 제 입장에서 미쳐버리는 거다. 나중에 공천 파동 터지고 이러면 상계동에서 뭐 하고 하는 게 의미가 없다. 그리고 또다시 정권 3년 차쯤 됐다고 갑자기 평생 영남 의원만 하셨던, 눈에 '애국'밖에 안 보이는 강경 보수 성향의 당대표가 나오고, 만날 애국만 외치는 분위기면 상계동 선거는 해볼 필요도 없다.

이처럼 저에게 (다음 지도부 구성은) 현실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거기(혁신위)에 관심을 갖는 거다. (제가 우려한 대로) 그렇게 될 바에야, 제가 그때 어떤 상황이든, 진짜 저지하러 (전당대회에) 나가야 한다. 그런 사람이 (당대표가) 될 것 같으면."

- 다음 전당대회 때 신뢰하고 맡길 사람 없다면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건가.

"당의 혁신에 가장 큰 위협인데 해야 한다."

"김철근에 각서 교사 지시한 적 없어... 나도 모르는 내용 언론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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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윤리위 심의 일정이 6월 24일에서 27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윤리위 관계자는 자기는 통보받은 바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도 통보받은 바 없다."

- 윤리위 일정 잡힌 바도 없는데, 이준석 대표가 어떻게 일정을 아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제가 반문하고 싶다. 저도 아무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는데도 '24일 확정'이라는 기사가 돌았다. 그럼 언론인들은 어떻게 들은 것인가. 어느 기사에선 '24~27일에 윤리위 열린다'는 걸 봤다. 그러면 누가 얘기했나? 저는 왜 이걸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나?"

- 김철근 정무실장이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서 제보자 입막음용 각서를 쓴 건 이 대표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때는 대선 시기라 제가 거의 하루에 8개씩, 9개씩 일정을 하던 때다. 저는 (가로세로연구소의) 그 의혹 방송 나온 다음에 그냥 변호사 선임해서 일임했다. 어차피 경찰 수사 받으면 다 끝나는 일이니깐, 그렇게 끝난 상황이었다. 경찰에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또 지방선거니깐 선거운동 도는 중이었다.

그리고 윤리위에서 온 통보서를 보면, 언론에서 말하는 '성어쩌고' 의혹이 없다. 그에 대해 징계를 다루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김철근 실장의 일 처리(각서 작성)를 교사(敎唆)했느냐'고 묻는다는데 그걸 윤리위가 어떻게 판단할 건가? 제가 그런 교사라고 할 만한 지시를 한 것도 없고, 윤리위가 저한테 딱히 얘기한 것도 없는데 계속 언론에 이런저런 내용이 먼저 기사로 나가고 있다. 그래서 제가 자꾸 공개 회의하자고 하는 이유도,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으니 그런 거다."

- 윤리위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보나.

"왜 나도 모르는 내용을 자꾸 기사로 알게 되느냐는 거다."

[이준석 인터뷰] 윤석열·권성동과 다른 이준석 "법사위 넘기면 국회법 개정안 논의 가능" http://omn.kr/1zdl1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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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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