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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혐오정치는 인종 및 국적,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 장애, 거주환경, 고용형태 및 직업 등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기반한 혐오정치는 이주/난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홈리스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건강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건강은 이제 질병에 대한 치료와 통제의 범주를 벗어났으며 병리적 관점에서 의학적 개입으로만 완성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소수자 또는 약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써 사회 속에서 공존하고 공생하기 위해 우리의 평등한 건강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연속기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편집자말]
오늘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대선과 지방선거 사이의 간격이 가장 짧다고 한다. 지방선거는 평소에도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 격으로 치러지는 경향이 강했으나, 이번에는 대선 이후 곧이어 지방선거가 시행되면서 각 지역에 대한 정책이 중심적으로 다뤄지기보다 대선 연장전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는 투표용지 수가 보여주듯 뽑아야 할 사람이 많다. 그에 비해 평소에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지방의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는 등 시민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만드는 기구인 만큼 보다 꼼꼼히 그 활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강조되어야 할 영역 중 하나가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다.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란 성적 건강, 성적 권리, 재생산 건강, 재생산 권리를 가리킨다. 모두가 차별없이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건강정책이다. 2021년부터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여러 제한이 존재한다.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마다 임신중지 비용은 천차만별이고, 유산유도제의 도입 과정 또한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피임을 위한 수단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특히 청소년은 피임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피임 관련 시술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피임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다. 거대 양당의 무책임한 정치 속에서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으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 또한 극심하다.

장애인은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는 듯 그들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부정당하기 일쑤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은 여성을 포함한 시민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인구 조절의 차원에서 성과 재생산을 통제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낙태죄 폐지 1주년 4.10 공동행동'이 진행한 행사 모습.
 "낙태죄 폐지 1주년 4.10 공동행동"이 진행한 행사 모습.
ⓒ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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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단지 질병이나 기능 저하, 장애가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가리키며 차별, 강요, 폭력, 사회적 낙인 없이 성적 정체성, 친밀한 관계의 형성 및 성행위의 여부, 상대방,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사할 권리, 자녀를 가질지 여부와 시기, 방법, 자녀의 수 등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행사할 권리를 말한다.

국제인권규범은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인권의 주요한 한 측면으로 다루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일반논평 제22호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문서에서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보장을 위해서는 이용가능성, 접근가능성, 수용가능성, 질이라는 네 가지 핵심요소를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이용가능성은 성·재생산 건강에 대해 관련 의료시설 및 서비스를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의료전문인력, 콘돔 및 응급피임약, 임신중지와 임신중지 후 돌봄에 필요한 의약품, 성매개감염 및 HIV의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접근가능성은 물리적 접근성, 즉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물리적·지리적 접근가능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벽·오지에 사는 사람들, 장애인, 난민 등의 집단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비용 부담 장벽이 접근성을 가로막지 않아야 하며 모든 사람 및 집단은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근거 기반 정보에 접근가능해야 한다. 수용가능성은 어떤 정체성의 집단이든 존중받아야 함을 뜻한다. 질은 성과 재생산 건강과 관련있는 시설, 재화, 정보, 서비스는 반드시 양질의 것, 즉 근거에 바탕을 두고 과학적·의학적으로 타당한 최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원칙에 기반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에 필요한 정책을 고민해보자.

'낙태죄' 폐지 이후 임신중지와 관련해 새로 만들어진 임신중지 권리 지원 정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우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202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술적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 중 81.6%가 의료비용 부담을 호소했다. 비용 마련을 위해 수술 시기를 미루거나 놓치는 경우를 방지하고 건강보험 보장 체계 내에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기 위하여 수술·약물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각 지자체 내의 보건의료기관, 상담기관, 관련 교육기관, 단체 등에 임신중지에 관한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그림, 다국어, 수어 등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통·번역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여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임신중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임신중지와 관련한 차별 실태, 접근성 관련 정기 실태 조사를 수행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져야 한다.

피임과 월경에 있어서는 우선 다양한 피임 수단, 월경 용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피임과 월경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 구축 및 성·재생산 건강 지원센터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정보접근권이 향상되어야 한다. 학교 성교육 체계 내에서 포괄적 성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성교육과 관련한 내용 및 전달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며 누구든 언제나 피임과 월경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또한 다양한 용품을 체험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월경용품의 공공시설 비치 또한 중요하다. 누구든 비용의 부담 때문에 피임 시술 및 약물 복용, 월경 용품 구입 등을 망설이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국가 정책의 기조 아래에서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실질적인 고려 없이 보조생식기술의 사용이 국가적으로 장려되고 있다. 출산을 통한 인구 증가에만 집중하는 동안 한국의 모성사망비는 2016년 8.4명, 2018년 11.3명, 2019년 9.9명으로 나타나는데 이 수치는 OECD 평균을 계속해서 웃돈다. 특히 OECD 가입국 중 고소득 국가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국가의료보험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미국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며, 한국이 그 다음으로 높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출산 제고 정책은 임신·출산 당사자의 다양한 생애 기획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건강권과 평등권을 외면한 채 추진되는 시혜적인 출산장려 정책이 아닌, 시민이 자신의 재생산을 선택하고 계획하며 책임질 수 있도록 성평등과 건강권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이 외에도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너무나도 많다. 그만큼 아직 한국 사회에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위한 정책이 거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는 2020년,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 법안을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이 법의 제5조(평등과 차별금지)는 "모든 사람은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평등과 차별금지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삶의 구체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어려움을 알아야 비로소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정책을 마련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고, 유명한 정치인과 친하다고 인맥을 자랑하거나, 동네의 '개발'과 '발전'을 책임지겠다는 선거가 지겹게 반복되고 있다. 자신이 출마한 동네를 책임지고 이끌어보겠다는 일말의 진심이 있다면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모두에게 평등하고 차별없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당신이 '인권'이라는 가치에 입각해서 살아가고자, 활동하고자 노력하는 후보라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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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는 시민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건강권 시민운동단체입니다. '건강'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선언하며 2003년 4월 출범했습니다. www.konkang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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