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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아가씨'라는 말은 우리에겐 제법 익숙하게 들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말은 굉장히 차별적이다. 간호사는 여성만의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에 '의사는 남성, 간호사는 여성'으로 그려진 삽화가 이와 같은 이유로 비판 받은 바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직업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발자라는 직업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자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남성을 떠올린다. '여성 개발자'라는 말은 애석하게도 여전히 낯선 단어의 조합처럼 느껴진다. 여성이 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뛰어든 여성들은 쉽게 그러한 성별 고정관념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부터 만나볼 이는, 그러한 성별 고정관념과 싸우고 있는 여성이다. 

박하늘(가명)씨는 2년 간 개발자 업무를 맡아온 20대 여성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최근에 각광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남초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성차별은 여전히 여초 직장의 것보다 지극히 원론적이고 일상적이다. 심지어는 그것이 차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지난 13일, 박하늘(가명)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자니까 모르겠지'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현재 개발 관련 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같은 분야의 일을 하고 있기도 해요. 지금은 교내 인턴 중이고, 교내는 여초(집단의 성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경우) 환경이라 외부인 접촉 자체가 별로 없어요. 제가 성차별을 겪었던 건 재작년부터 교외 인턴을 하면서 다른 학교 학생들 만났을 때였습니다. 임원분들도 남성분들이 많으셔서 언행이 불편한 경우도 많았어요."

- 어떤 언행이 있었는지요?
"구체적 표현은 생각나지 않지만, 제가 공학 전공인데도 '여자니까 잘 모르겠지' 하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 있던 것 같아요. 컴퓨터 수리하시는 분이 오셨을 때도 설명을 하시면서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같은 근로생 분들조차도 제가 여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설명해주시는 경우가 제법 많았었고요. 옆에 계시던 임원분이 '얘도 전공자니까 안다'고 말씀하시니 그제야 (앞의 말씀을) 정정하셨어요. 그런데 그 뒤에도 지식을 실험해보는 듯한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 아무래도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큰 분야다 보니 더 그랬을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차별을 겪었을 때, 갑을관계나 다른 문제로 대응하기 힘드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사실 제가 직접 대처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계셨던 다른 분들이 얘기해 주시는 경우가 제법 많았어요. 혹은 그냥 웃어넘기자는 식으로 넘길 때도 많았고요. 업계 자체가 좁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고위층이라면 이후에 제가 사회에 나가거나 했을 때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힘들었어요."

-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우선 저는 공학 분야에 몸담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과거부터 남성의 진출이 훨씬 많은 분야예요. 여성의 학업 기회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여성 개발자가 많이 생겨났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의 진출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많은 곳에서 남성 개발자를 선호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끼리 커뮤니티가 생겨나기도 힘들고, 서로를 돕거나 서로의 고충을 나눌 기회도 줄어들고요. 우선은 여성들의 진출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여전히 공학은 여성들이 많이 꺼리는 분야이기도 한데, 이 일을 처음 선택하신 이유, 그리고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이 일에 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궁금해요.
"저는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아버지가 공학을 전공하셨거든요. 어릴 땐 공학 자체에 관심이 있었을 뿐 업무 환경이 어떤지는 잘 몰랐어요. 크면서 관련 커뮤니티를 자주 찾게 됐는데, 여기 문제가 참 많아요. 흔히 말하는 '쿠션어(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말투)'라는 걸 사용하면 무조건 여성인 줄 아시더라고요. 그리고 맨스플레인(성별을 이유로 남성이 여성을 가르치려 하는 행위)도 굉장히 심하고요. 여성은 이과적 사고방식이나 지식이 부족할 것이다, 하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심해요. 그런 인식과 인력 부족이 합쳐지면서, 고질적인 문제가 쌓여 이상과는 전혀 다른 업무 환경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나를 '인간'으로서 바라봐 주는 회사를 꿈꾸며

- 지금 일하시는 업계 자체가 여성에게 힘들 수밖에 없는 직종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일을 계속하고 계시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 있으실 텐데, '일'이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시작한 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개발이 개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과 융합되는 등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방식이 훨씬 늘어났잖아요. 일종의 예술과 비슷하게 개발 역시 저에게 '메시지를 담는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 앞으로도 일을 하실 거고, 그렇게 연차를 쌓다 보면 이후에 같은 분야로 진출할 여성들에게 업계 선배, 나아가 인생의 선배가 되실 텐데, 미래의 여성 개발자를 꿈꾸는 어린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변화하고 있으니, 도전한다면 겁 없이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여성 개발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도 전보다는 늘어났거든요. 사소하게나마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고 저는 느껴요.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시기고요. 그러니 겁 없이 도전해 볼 수 있길 바라요."

- 나를 위해, 미래의 여성 개발자들을 위해 이 노동시장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나요?
"그 어떤 백그라운드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이 사람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지, 그런 것들만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성을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바라봐 주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이라는 것은 때로는 어떤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나날이 늘어가는데, 우리 사회의 의식은 아직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할 때도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여성스럽기'를 요구하는 행위를 그만 멈춰야 한다. 다만 여성 근로자를 일하는 한 명의 근로자로서, 동등한 인간으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기사를 읽으며 '너무 흔한 일 아닌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적 언행이 흔히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여성을 향한 차별이 만연해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함께 경악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차별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며 이야기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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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근면성실(근로, 면접 시 성차별 실태) 프로젝트의 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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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대학교 바롬프로젝트Ⅲ - 근면성실(근로·면접 시의 성차별 실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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