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교조 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합쳐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며 "6월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육감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교조 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합쳐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며 "6월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육감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서울의 조전혁, 경기도의 임태희 등 전국 교육감 선거에 보수 후보로 나온 이들 대다수가 "전교조 교육 OUT"이란 구호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통합임에도,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합법적인 조직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교육적으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조전혁, 임태희 후보를 비롯하여 보수 교육감 후보 상당수가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계열 출신이거나 이들과 이념적 성향이 같은 인물들이니, 이들이 전교조 교사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이어진 전교조 퇴출 노력은 법원 판결로 문제점이 드러났고, 조전혁 전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 등 지속적인 정치 공세 역시 불법임이 드러나 심판받았다. 

그런 교사들, 그런 교원단체를 다시 집단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을 구호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 선거에서도 자제돼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교육감 선거에서 현수막으로, 심지어 학교 앞에서까지 이런 선동적 구호를 내걸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선거에서도, 그 전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들은 전교조 배제를 약방의 감초처럼 선거 전략으로 삼아 그들의 잔치상에 제물로 바치려 했으나 실패했다. 전교조라는 교원단체와 5만도 되지 않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정치적으로는 손발이 잘린 상태나 다름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윤석열 후보가 대 놓고 전교조를 비난하는 선거운동을 일삼아도 전교조와 교사들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선거 운동은커녕 선거와 관련하여 어떤 정치적 입장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당과 여당 성향의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거리낌없이 전교조라는 합법 교원단체와 5만의 전교조 교사들을 난도질하고 있다.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전교조 교육 OUT"을 외치는 교육감 후보들을 전교조가 명예훼손(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하는 정도다. 

그들이 그렇게 어느 단체와 그 소속원을 선거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면 그 반대 역시 인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이고, 그래야 정의이다. 그런 면에서 교사와 교원단체의 정치 기본권 보장이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자유의 확대', '규제의 철폐'라는 화두에 이보다 더 절박하게 들어맞는 과제는 없다. 

교원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시급히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선거에서 손발이 묶인 대상을 두고 비방전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전교조 OUT'이란 선거 운동은 정치권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네거티브'다.

성향 다른 5개 서울 교원단체의 기자회견, 그 의미

니체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옮음이 아니라 상대의 틀렸음을 자신의 존재와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 정치를 "노예의 정치"라고 했다. 지금 조전혁 후보를 비롯한 보수 후보들이 전교조, 전교조 교육감을 언급하며 조리돌림 하듯이 'OUT'을 외치는 것은 전형적인 노예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다른 분야는 다 선진국인데 정치만 후진국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수하기를 바라고, 나라가 망해도 자기 당선만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 정치적 편협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지난 20일 전교조가 선거 기간 이런 차별적 혐오 표현을 중단하게 해달라며 국가인귄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치권, 특히 교육감에 출마한 후보들이 자행하고 있는 노예적 정치운동은 또한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일이다. 학생회장 선거에서 후보가 자기 정책에 대한 선거 운동은 하지 않고 상대 후보의 배경과 출신 단체에 대해서 비방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반칙이다. 

지난 23일 서울교사노동조합,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좋은교사운동 서울정책위원회 등 5개 교원 단체는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서울교육감 선거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교육감 후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런 모습이 얼마나 한심하고 안타까웠으면 성향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알려진 전교조와 교총을 비롯한 서울의 거의 모든 교원단체들이 학생들 보기 부끄럽다며 정책 선거를 부탁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겠는가? 7명의 서울교육감 후보들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교육감) 후보들이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지거나 근거 없는 상호비방 등 우리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

태그:#서울교육감선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