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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가 '용산구 청소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가 "용산구 청소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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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슈퍼에 가서 '지갑을 놓고 왔다'고 말하면서 쌀 4kg짜리를 사는데 외상을 했다. 쌀값 19000원이 없어서 그런 거다. 최저임금으로 받는 월급을 그대로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했겠나. 그걸 안 주니 이렇게 된 거 아니냐. 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울시 용산구 용산2가동, 이태원 1동과 2동 등에서 주민들이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 허아무개씨가 23일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째 구청으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 말이다.

이날 허씨는 20여 명에 달하는 동료들과 함께 형광색 작업복을 입고 나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만 받으면서 일만 한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가 용역업체 잘못인지 구청 잘못인지 정확히 모른다"며 "다만 최소한 월급은 주고 일을 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 오늘이라도 밀린 월급은 달라"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용산구청 졸속행정처리로 발생한 것"

용산구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은 왜 5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것일까? 

이날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에 따르면 용산구는 올해 1월부터 생활폐기물 처리 구역이 조정돼 기존 5개였던 청소구역이 3개로 통폐합됐다. 과정에서 H용역업체, S용역업체 2개 업체가 나눠 처리하던 구역도 1개 업체가 합병해 처리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용역을 맡게 된 것이 H업체다.

그러나 구역 통폐합 과정에서 두 업체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통합에 따른 업체 간 지역배분과 인원, 장비 등 운용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업체 간 갈등 상황을 관리 감독해야 할 용산구는 방관하는 자세로만 일관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전언이다.

이로 인해 기존 S업체에 소속돼 있던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소속 없이 청소 업무를 진행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구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H업체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을 5개월째 받지 못한 이유다.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가 '용산구 청소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가 "용산구 청소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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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동조합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용산구청의 졸속행정처리로 청소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면서 "용산구청은 지금 당장 5개월째 공짜 노동을 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지금이라도 양 회사 간 통합에 따른 세부업무협약을 중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청소노동자들이 H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은 주된 이유'에 대해 "H용역업체는 과업지시서와 근무시간, 휴게시간 등이 다르게 표기된 근로계약서를 노동자들에게 강제로 제시해 노동자들로 하여금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면서 "H용역업체는 비리기업으로 언론을 통해 수차례 알려져 이미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용역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이 매우 큰 업체에 안전조치 없이 승계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해 확인한 H업체 작성 '표준근로계약서'와 용산구청에서 작성한 '과업지시서' 속 내용은 상이하다. 운전원의 경우 근무시간은 2시간 이상 길고 임금은 매달 32만 2560원 차이가 난다. 사진 속 위가 업체에서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 아래가 용산구청에서 업체에 내린 과업지시서.
  <오마이뉴스>가 확보해 확인한 H업체 작성 "표준근로계약서"와 용산구청에서 작성한 "과업지시서" 속 내용은 상이하다. 운전원의 경우 근무시간은 2시간 이상 길고 임금은 매달 32만 2560원 차이가 난다. 사진 속 위가 업체에서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 아래가 용산구청에서 업체에 내린 과업지시서.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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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마이뉴스>가 확보해 확인한 결과, H업체가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와 용산구청에서 작성한 '과업지시서' 속 내용은 상이하다.

업체가 노동자들에게 건넨 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22시부터 다음날 9시(오전)로 명시됐다. 하지만 용산구가 작성해 업체에 내린 과업지시서에는 근무시간(수거원 및 운전원)이 22시에서 07시로 기입됐다. 2시간 차이가 난다.

급여 역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용산구청은 과업지시서에 '수거원의 경우 396만 2705원을 받고, 운전원의 경우 419만 2958원 임금 수준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H업체가 작성해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근로계약서에는 운전원의 경우 387만 423원을 수령하도록 명시됐다. 노조의 주장대로 (운전원의 경우) 2시간 이상 근무시간이 길고 임금은 매달 32만 2535원 차이가 난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3일 용산구청은 노조와 면담 자리에서 '업체 소속을 변경하는 근로계약서를 쓰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하는데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에 따른 적법한 근로계약서를 요구한 것이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 아니냐. 무리하게 통폐합을 강행해 비리 업체에 계약 수주를 맡겨 노동자들의 피해를 양산한 용산구청은 감사원과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 소속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도 "H업체가 청소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고용승계도 하지 않고 인건비만 고스란히 받아가는 것은 업체에게 부당이익을 챙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용산구청이 이를 감독하지 않고 노동자를 방치하는 것은 소극행정이고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용산구청 "월급 미지급 사태, 지난 2월 인지... 계약서 새로 써야 해결"
 
성장현 용산구청장.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성장현 용산구청장.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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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은 24일 오후 5시께 <오마이뉴스>에 "각 구역별로 1개 업체만 응찰해 유찰된 것"이라면서 "H업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S업체와 운영을 단일화할 것을 전제했다. 용역 계약 과업지시서에 차량, 인력 확보를 위한 유예기간 90일 지정 명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산구는 올해 2월 두 업체의 이익배분 등 이견으로 기존 업체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두 업체 사이 협의가 원만하지 않아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이 미지급된 사태'와 관련해 용산구는 "S업체 (청소노동자) 임금은 용산구청에서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용산구와 계약한 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용역비 중 노무비를 포함해 지급하고 정산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용산구는 관리감독 권한만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업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뜻.

그러면서도 용산구청은 "S업체 노동자가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계약업체(H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면서 "근로계약 미체결 상태에서 발생한 임금 미지급 건에 대해 개입할 여지가 있는지 등 청소노동자가 적정하게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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