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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포 이민적이 1761년 지은 정자. 보물 2051호
▲ 안동 체화정 만포 이민적이 1761년 지은 정자. 보물 2051호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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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풍산읍 입구에 있는 조선 시대 정자, '체화정'(棣華亭)은 형제 간 우애를 상징하는 곳이다. 지난 2019년 보물 제2051호로 지정됐다.

체화정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정자 앞 연못 '체화지'와 인공섬 3개, 넓은 정원 등으로 사계절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겨울 눈 내린 체화정은 마치 눈 이불을 덮어쓴 듯, 평온함과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체화정은 사시사철,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안동버스터미널에서 자전거로 불과 12km 남짓하고 안동~풍산 옛길로 가면 50분 정도 걸린다. 카카오맵에서 순수 자전거 도로로 운행하면 22.2km, 1시간 28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이 정자는 조선 영조 37년, 1761년 진사 만포 이민적(李敏迪)이 세우고 공부했다. 특히 그의 형인 옥봉 이민정(李敏政)을 아버지처럼 섬기면서 우애를 다졌다고 한다. 그래서 형제 간의 화목과 우애를 상징하는 '체화'(棣華)란 이름을 정자에 붙였다.
  
온돌방을 중심으로 양옆에 마루방이 있고,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고 난간을 둘렀다. 조선 후기에 지은 전형적인 양반가 정자이다. 보물 2051호
▲ 안동 체화정 온돌방을 중심으로 양옆에 마루방이 있고,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고 난간을 둘렀다. 조선 후기에 지은 전형적인 양반가 정자이다. 보물 20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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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經) 소아(小雅)편 '상체지화'(常棣之華)가 그것으로 체화는 '아가위꽃', '산사나무꽃', '산앵도나무꽃'이라고 하며 올망졸망하게 열린 열매들을 형제로 비유했다고 한다.

"활짝 핀 아가위 꽃이여,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가, 이 세상에 누구라 해도, 형제만한 이가 없도다. 常棣 之華, 鄂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弟" - 시경 소아편

사실 필자는 아직 체화나무를 직접 보지 못했다. 그래서 체화정 근처에도 체화나무는 눈에 띄지 않았고 대신 오래된 배롱나무를 볼 수 있었다. 배롱나무는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로 '목백일홍'이다.

배롱나무 줄기는 매끄럽고 깨끗하다. 겉과 속이 같은 모양으로 숨김없는 떳떳한 모습에 따라 '선비가 갖춰야 할 청렴과 정신'을 상징한다.

배롱나무는 조선 선비가 사랑했던 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안동지역에선 배롱나무를 많이 심었고, 서애 류성룡 선생을 모신 병산서원에도 400년 가까이 된 배롱나무가 있다.

배롱나무꽃은 7월쯤 핀다. 무려 100여 일 붉은 꽃을 피우면서 여름꽃으로 유명하다. 지금(5월), 체화정에는 이팝나무꽃과 불두화, 목단꽃이 활짝 피어 길손을 잡는다.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불두화, 목단 등도 볼 수 있다.
▲ 안동 체화정과 연못, 이팝나무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불두화, 목단 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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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정의 구조는 독특하다. 정자 바로 앞 정원에는 연못이 길게 조성돼 있고 여기에 섬 3개가 있다. 섬은 중국 방장산과 봉래산, 영주산 등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한다.

진시황과 한무제가 불로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 수천 명을 보냈다고 하는 신선이 사는 산이다. 신선사상과 음양론, 천원지방설의 영향을 받아 방형(方形) 연지와 세계의 원형 섬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방장산과 봉래산, 영주산 등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한다.
▲ 정자에서 바로본 3개의 섬 중국 방장산과 봉래산, 영주산 등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한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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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현판 '체화정'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자 안동 출신 학자 유정원 선생이 썼다 하고, 안쪽 '담락재(湛樂齋)' 현판은 조선 최고의 서화가 중 한 명인 단원 김홍도의 글씨이다. 김홍도는 안동에서 종6품인 '안기 찰방'을 지냈다. 또 당시 시인 묵객들의 시판과 기문이 여러 편 걸려있어 정자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체화정 현판은 안동 출신 학자 유정원이, 담락재 현판은 김홍도가 썼다
▲ 체화정과 담락재 현판 체화정 현판은 안동 출신 학자 유정원이, 담락재 현판은 김홍도가 썼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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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정 원운[棣華亭 元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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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上簷端霄可詠(월상첨단소가영): 처마 끝에 달 떠오르니 시 읊기 좋은 밤이고
風生池面午宜眠(풍생지면오의면): 연못에서 바람 불어오니 낮잠 자기 적당하네
自知老去閑無事(자지노거한무사): 늙을수록 한가로워 일 없음을 아노니
弟唱兄酬送暮年(제창형수송모년): 아우는 노래하고 형은 화답하며 노년을 보내리


한국국학진흥원 권진호 박사는 그의 저서 <안동의 유교현판>에서 "하지 이상신(1710~1772)이 쓴 '체화정기'를 보면 이민적과 이민정 형제의 우애는 가풍적 연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외부의 부귀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형제 간의 자족적인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선대로부터 되물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썼다.

*체화정 : 안동시 풍산읍 풍산태사로 1123-10

덧붙이는 글 | 자전거로 떠나는 안동 문화 여행은 계속됩니다.


태그:#자전거 안동문화여행, #체화정, #이민적, #이민정,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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