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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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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갖췄지만 '내용'은 공허했던 기념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동원령을 내릴 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된 기념식엔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러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초대 내각 인사들도 기념식에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국민의힘 전신 정당의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대통령 불참,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 부실한 경과보고 등의 일은 반복되지 않았다. 추모공연과 기념공연도 딱히 흠잡을 점이 없었고, 윤 대통령도 양쪽에 선 이들과 손을 맞잡고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기념식이 끝난 후에도 윤 대통령은 묘역으로 이동해 참배를 이어갔다.

진상규명·명예회복·헌법수록 빠진 기념사 
 
▲ [현장 영상]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는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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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민주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민주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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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약 6분 동안 낭독한 기념사였다. 대통령 취임 첫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박근혜씨의 4분짜리 기념사보다는 나았지만,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해 5.18 기념식에 참석해 10여 분 분량의 기념사를 발표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비하면 부족한 기념사였다.  

양보다 더 문제인 점은 '질'이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엔 진상규명, 명예회복 등 5.18의 핵심 의제가 빠져 있었다. 신군부 핵심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발포 책임자 등 여전히 밝혀내야 할 사안이 많지만 윤 대통령 기념사엔 '진상규명'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명예회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지금도 이들의 핵심 지지층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5.18 왜곡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5.18 왜곡의 선두에 있던 김진태 전 의원을 오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후보로 공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 12일 대국민보고회를 통해 '5.18 북한특수군 개입설'을 대표하던 '광수 1호' 사진의 주인공 차복환씨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차씨는 장흥 출신으로 5.18 당시 광주에서 납품업을 하다 시민군에 합류한 인물이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5.18 왜곡과 명예회복은 현재진행형임에도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선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야 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예산을 정부가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재위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추경안을 심사하며 내용을 보니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예산이 삭감됐다"라며 "그리고 정부·여당은 오늘 광주에 간다고 한다. 광주에 가는 기차 안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기념사에선 거론되지 않았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 이 내용이 기념사에 담길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최종 기념사에선 해당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이제 광주와 호남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며 AI(인공지능)와 첨단 기술 산업 고도화 등 지역 경제 발전을 약속했다.  

이준석 "감개무량"...박지현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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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5.18 기념식을 놓고 여야의 반응은 갈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당에서 대거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 저희의 변화가 절대 퇴행하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가까이 광주·호남에 대한 비하 발언 등은 (국민의힘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이제 저희도 광주·호남에서의 과오를 딛고 당당히 민주당과 겨루겠다"라고 강조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선 "저는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지금 총리 임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다른 과제들이 나오는 게 부담스럽긴 하다"며 "민주당은 진정성을 보이려면 정부가 출범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에 빨리 협조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여야가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함께했다는 것만으로 5.18 정신이 제대로 받들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18과 광주를 향해 혐오 발언을 일삼던 사람들이 아직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이런 분들부터 반성하고 사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또 윤 대통령 기념사에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빠졌는데 대단히 유감"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많은 의원들이 기념식에 참여한 점에 대해 환영한다"며 "5.18 정신 계승을 말뿐으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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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5.18민주화운동,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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