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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길을 오르다 뒤를 본 풍경.새파란 하늘, 푸른 숲, 마을이 편안해 보인다.
▲ 굽이길 굽이길을 오르다 뒤를 본 풍경.새파란 하늘, 푸른 숲, 마을이 편안해 보인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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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음을 따라 걷는다. 강원도 영월 산꼬라데이길은 지난겨울 '광부의 길'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산꼬라데이길은 망경대산 아래 위치한 깊은 골짜기로 총 26㎞, 8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오늘은 출향인 공원을 들머리로 삭도~예밀정거장까지 5.5㎞, 두 시간짜리 '굽이길'이 목적지다.  

회색빛 아스팔트가 끝없이 펼쳐진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등을 밀어주니 구불구불 오르막길이 힘들지 않다.

연초록 나무와 노란 민들레, 활짝 핀 냉이꽃,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이 반겨준다. 차량이 드문 한적한 길에서 새소리,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소리, 벌레 소리가 오감을 깨운다. 
 
길을 가다 만난 노부부는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손수 돌담을 쌓고 있다.
▲ 돌담 길을 가다 만난 노부부는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손수 돌담을 쌓고 있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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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길 중간중간 자리한 집들의 부지런한 주인들은 텃밭 일구는 데 여념이 없다. 새로운 터전을 손수 가꾸는 노부부의 돌담 쌓는 모습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첫 만남에 오가는 인삿말이 오랜 이웃사촌처럼 정겹다.

"몸이 건강하십니다. 아직 반은 더 올라가셔야 합니다."

아직 반은 더 올라가야 한다는데도 힘들지 않다. 오늘은 바람도, 햇볕도, 체력도 모든 것이 적당하다. 

고도가 높아질 때마다 녹음이 짙어짐을 느낀다. 숲속에 흩날리는 연초록 나뭇잎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껴본다. 자연의 변화에 감탄하게 된다.

구불구불한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똬리 튼 뱀 모양이다. 어느덧 하늘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시선이 하늘과 일직선이 되는 순간,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내려다보는 풍경은 빈속에 마시는 술처럼 짜릿하다.

취한 마음이 노래 한 곡조를 뽑게 한다. 손가락이 까닥까닥 장단을 맞춘다. 노래가 끝날 무렵, 수풀 속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담벼락이 나타났다. 의아한 두 눈에 '삭도시점'이란 안내판이 들어왔다. 이곳은 별표연탄으로 유명했던 옥동광업소의 삭도였다.

안전가르막 뒤로 무성한 풀들 사이에 뾰족뾰족 가시나무를 발견하곤 손을 뻗는다. 엄나무인지 두릅나무인지 연한 잎을 뜯어 입 안에 넣는다. 쌉싸름하면서 독특한 향이 입안에 풍긴다. 엄나무 순이다. 
 
예전 옥동 등 석탄산업이 번성했을때 많이 이용했을 정류장.
▲ 오래된 정류장 예전 옥동 등 석탄산업이 번성했을때 많이 이용했을 정류장.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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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아서니 예밀 정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거장 오른쪽으로 가면 솔숲길로 이어지는 듯하다. 이름만으로도 숲속 향기가 전해지는 솔숲길은 다음에 찾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은 자전거 동호회의 행렬로 생동감이 넘친다. 안전을 위해 뒷쪽으로 전달되는 신호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걷기 좋은 이 길이 자전거길로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골마을을 운행하는 몇 대 안 되는 버스를 보는 행운도 잡았다. 손님 한 명 없는 빈 버스에 봄바람이 살랑 올라 탄다. 그렇게 봄날이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영월여행, #굽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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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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