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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신부
▲ 김승훈 신부 김승훈 신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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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년 기념미사가 저녁에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추기경의 강론에 이어 계속된 2부 행사에서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성명서를 김승훈 신부가 발표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명의였다. 함세웅은 추기경에게 누가 미칠까봐 이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아서 강론을 마친 후 곧장 퇴장하였다. 성명서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박종철 군을 직접 고문하여 죽게 한 하수인은 따로 있다.
2. 범인 조작의 각본은 경찰에 의해 짜여졌고 또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3. 사건의 조작을 감당하고 연출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4. 검찰은 사건의 조작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밝히지 않고 있다.
5. 이 사건 및 범인의 조작 책임은 현 정권 전체에 있다.
6.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다시 규명되어야 한다.
7.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형사에 대한 재판은 공개되어야 한다.
8. 이 사건의 조작에 개입한 모든 사람은 처벌되어야 한다.
9. 박종철 군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 이는 우리 사회의 양심의 척도가 될 것이다. (주석 2)

사제단의 발표는 그 위력이 대단했다. 어용화되었던 제도권 언론도 이를 보도ㆍ방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두환 정권의 몰락으로 가는 '시한폭탄'이었다.  

19일, 드디어 경찰은 물고문 사실을 자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고문 경관 조한경과 강진규를 고문치사 혐의로 구속하기에 이른다. 이때 경찰은 수감되는 두 사람의 얼굴을 감춰주기 위해 똑같은 방한복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경관 10여 명을 차에 태웠다. 신문에 일제히 실린 이 모습은 마치 할리우드의 갱스터 영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야당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사인 규명에 들어가고, 주력군이 대부분 투옥된 상태의 민주화 운동권은 종로5가 기독교회관과 명동성당에 다시 집결해 대책을 논의한다. (주석 3)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는 뇌관 역할을 한 함세웅은 우여곡절을 겪고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두고 '섭리의 오묘한 작용'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증언한다. 

저희들이 일을 할 때 인간적으로 두렵기도 하여 피하고 싶지만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성서적 틀 안에서 해석하니까 섭리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요. 요나 예언자가 늘 저희들에게 묵상의 귀감이 되는 거죠. 그리고 발표의 짐을 떠맡은 김승훈 신부님! 믿음이 참 소박하고 단순해요. 무슨 일을 부탁드리면 묻지도 않으세요. 그러고는 "그래!" 대답을 편안하게 해주세요.

후배들이 걱정하면 "걱정하지마. 하느님이 다 해주시는데. 우리는 우리 할 것만 하면 돼." 늘 이러세요. 사람들이 할 것을 제대로 하고 그래야지. 무조건 하느님이 해주신다고 하면 되느냐고 제가 논박하면, 껄껄 웃으면서 "아, 그래도 하느님이 다 해주셔." 그래요. 그분 특유의 표현이에요.

그 참 소박한 믿음! 후배들에게는 참으로 큰 가르침을 주셨어요. (주석 4)


주석
2>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 397쪽.
3> 유시춘, 앞의 책, 194쪽.
4> <함세웅의 시대증언>, 405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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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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