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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사는 캐나다에는 민들레가 한창이다. 아마 한국도 그럴 것이다. 노랗게 예쁜 민들레지만, 정원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화초가 아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잔디밭의 불청객이다.

다른 잡초들과 달리 뽑기도 어렵다. 뽑아내려면 뿌리가 중간에 부러지고, 그 자리에선 다시 민들레가 더욱 튼튼하게 자란다. 그리고 잔디밭을 깔끔하게 가꾸고 싶은데 민들레가 퍼지면 무척 정신없고 지저분해 보인다.

꽃이 피어있을 때는 그나마 예쁘다고, 그리고 벌의 먹이가 되어준다고 봐줘도 홀씨가 맺힌 모습을 곱게 봐주긴 어렵다. 왜냐하면 그 홀씨가 곧 온 세상에 퍼져서 우리 잔디밭에 더 많은 민들레를 만들어낼 테니까... 물론, 공원이나 우리 마당이 아닌 곳에서는 홀씨도 사실 예쁘다. 어릴 때 불며 놀았던 민들레 홀씨는 사실 정겨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민들레들을 어찌 할꼬 
 
민들레 홀씨는 온세상으로 날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민들레 홀씨는 온세상으로 날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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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지기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민들레가 몸에 상당히 좋은, 버릴 게 없는 풀이라는 것을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잎도 줄기도 꽃도 뿌리도 다 몸에 좋은 약이란다. 염증도 없애주고, 간 해독도 해주고, 위장병에도 특효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민들레를 뿌리째 뽑아서 사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민들레를 제거하는 것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묻은 흙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몇 번 시도를 하던 사람들도 포기하고, 그저 꽃을 따는 정도로 관리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민들레꽃을 따는 이유는 홀씨가 날려서 더 많은 민들레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꽃을 따서 그냥 던져놓으면, 그게 결국은 홀씨가 된다. 기껏 애써서 땄는데, 결국 홀씨가 된다면 속상한 일이다. 
 
이웃집 마당이 민들레로 점령되어있다
 이웃집 마당이 민들레로 점령되어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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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작년부터 민들레꽃을 따서 말려서 차를 만든다. 우리 마당에는 내가 여러 차례 열심히 뽑아서 별로 많지 않지만, 노인 혼자 사는 옆집은 마당이 전혀 관리가 안 되어서 민들레가 넘쳐난다. 내가 그 집 잡초까지 뽑아줄 수는 없지만, 꽃 정도는 좀 따 줘야 우리 집에도 덜 오기 때문에, 나는 통을 들고나가서 매일 부지런히 꽃을 딴다.

민들레로 꽃차를 만들다

꽃을 따서 꽃차 만드는 것을 정식으로 하자면 손이 많이 간다. 씻어서, 쪄서, 말려서 덖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편법을 써서 오븐에서 말린다.
 
민들레를 씻어서 한지 위에 엎어 놓는다.
 민들레를 씻어서 한지 위에 엎어 놓는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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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일단 물로 씻어줘야 한다. 은근히 흙이 많다. 물을 받아놓고, 한 송이씩 잡아 살살 흔들면 된다. 그렇게 씻은 민들레는 살짝 털어서 팬 위에 얹어준다. 오븐 팬 위에는 행주나 한지를 깔아주면, 철판에 바로 닿아 타는 것을 막아준다. 처음에는 눕혀 놓았는데, 엎어 놓는 것이 더 예쁘게 마른다. 

방금 씻어서 축축한 민들레는 곧장 오븐으로 들어간다. 찌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먼저 오븐을 150°C로 예열하고, 꽃을 넣자마자 온도를 보온으로 바로 내려서 1시간을 둔다.

그러면 살균 효과도 되면서 딱 적당히 마른다. 이 정도면 추가로 말릴 필요도 없이 바삭하다. 꺼내자마자 통에 담으면 부스러지니 실온에 두어 시간 두었다가 병에 담아 보관하면 된다.
 
말린 민들레, 차로 마시면 색도 예쁘고 구수하다
 말린 민들레, 차로 마시면 색도 예쁘고 구수하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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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차는 나름 향긋하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약간 달면서 색도 노랗게 나오는 것이 기분 좋은 맛이다. 작년엔 이렇게 만들어서 여기저기 선물도 했다. 

찻잔에 몇 개 놓고 뜨거운 물을 따르니 꽃이 다 펴지면서 예쁜 모양을 만들어 낸다. 향으로 마시고, 맛으로 마시고, 또 눈으로 마시는 차가 되었다.
 
민들레차
 민들레차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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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븐에 말리는 이 방법이 간편하고 좋다. 물론 정식으로 하는 방법과 약간 맛이 다를지도 모른다. 다도 하는 분들이 보면 엉터리라고 흉을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포기하느니 편법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누가 오면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차가 되니 즐겁고, 나도 베란다에 앉아서 기분 전환으로 편히 마실 차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민들레 뽑으면서 이제 그만 투덜대야겠다. 

미운 점이 있지만, 고운 점도 있으니 말이다. 민들레 잎으로 김치까지 담그게 되면 더 이뻐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만 즐기는 걸로! 향긋한 봄날이다!

오븐으로 말리는 초간편 민들레 꽃차

1. 오염되지 않은 지역의 민들레꽃을 따 모은다.
2. 오븐을 150°C로 예열한다.
3. 민들레를 물로 재빠르게 헹궈서 흙을 제거해준다.
4. 오븐 팬에 한지나 베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꽃을 얌전하게 엎어 놓는다.
5. 예열된 오븐에 넣고, 온도를 보온으로 내린다. (보온이 없으면 가능한 최저 온도)
6. 한 시간 후에 꺼내어 바삭하게 말랐으면, 실온에 다시 한 시간 정도 뒀다가 병에 담아 보관한다. (덜 말랐으면, 한 20분 정도 더 말린다.)
7. 준비된 민들레를 찻잔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서 차로 마신다.

※ 찻길가의 민들레는 중금속으로 오염되어있으니 깨끗한 곳의 민들레꽃을 수집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태그:#민들레, #꽃차, #민들레꽃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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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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