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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다음 달 10일 취임식 직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찬을 개최한다고 한다. 즉각 '청와대 영빈관을 놔두고 왜?'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취임도 전에 윤석열 당선자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는 청와대 이전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5일과 26일 양일간 JTBC를 통해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 <대담>은 문 대통령이 대담자로 나선 손석희 앵커를 안내하며 공개된 청와대 내부 풍경 때문에 더 주목을 끌었다. 대담의 오프닝은 내부를 비추며 청와대의 역사와 전통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취임식 비용에만 역대 최고인 33억 원을 쓴다는 윤석열 당선자가 왜 굳이 청와대를 버리려는지, 그러면서 왜 애먼 국민들을 앞세우는지 의문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윤 당선자와의 만남이 미뤄지면서 뒤늦게 성사됐다는 인터뷰 속 문 대통령의 언어 및 태도는 세 단어로 압축할 수 있었다. 절제와 해명 그리고 변명.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자 측으로부터 적극적인 반발이 나온 문 대통령의 마지막 <대담>에서 받은 인상은 이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2022.4.1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2022.4.15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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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먼저, 절제. 정권교체론을 두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라며 "억울한 점"을 토로했지만 그 정도가 전부였다. 억울한 점을 토로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실상 상대 탓은 극도로 절제했다.

현 정부 검찰총장 출신 윤 당선자의 당선조차도 "아이러니"라며 말을 아꼈고, 소위 '검수완박 부작용' 질문이 세 번 가까이 이어졌음에도 "의견을 말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정치 현안 개입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다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검수완박 저지' 발언에 대해서만은 달랐다.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앞서 검찰 개혁의 명분을 두고 "검찰의 정치화"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었다. 이어지는 답변에서도 "국민의 피해를 막겠다"라는 한 후보자의 명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렇게 응수했다.
 
"예, 뭐. 그…그냥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되죠. 진짜 국민을 이야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는 것이죠."

해명과 변명

둘째, 해명. 부동산 정책이나 K-방역 등 현 정부 정책의 실패나 오해들에 대한 해명의 근거 중 여럿이 바로 해외의 시선이나 평가였다. 손 앵커의 재반박이 이어지긴 했지만 문 대통령은 OECD 발표나 해외 언론 보도를 근거로 부동산 상승 폭이 크지 않다거나 코로나19 방역이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 정부 내내 국내 언론 평가가 박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변명. 정권교체론을 포함해 선거에서 패배한 대통령의 임기 말 인터뷰는 어쩔 수 없이 변명으로 들리는 측면이 다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담> 인터뷰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을 터. 그 변명에서 묻어나는 문 대통령의 감정은 일종의 피로감이 아니었나 싶다.
 
"그냥 통째로 반대한 거죠. 통째로 부정한 거죠. 그냥 오로지 어떤 무슨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부정하고 반대한 것인데 그것이 사실은 우리 정부의 성과라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성과인 거거든요."

민주당이 패배한 20대 대선에서 결과론적으로 정권교체론이 승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손 앵커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에서 그 피로감은 절정에 달했다. 현 정부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이루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지난 70년간 가장 성공한 나라", "아예 선진국이라고 UN기구에서 공인한 유일한 나라"를 이뤘음에도 정권교체론이 승리한 나라 대한민국.

"통째로 반대했다"는 표현에서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피로감이 읽혔다면 다소 과도한 해석일까. 그렇지 않을 듯싶다. 문 대통령은 <대담> 인터뷰 1부 마지막에서 위와 같이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가 이룬 국민들의 성과를 부정하지 말아 달라고,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이름이나 포장이 달라지더라도 연속성을 가진다고, 전면적인 부정이야말로 "선거용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문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가 솔직담백했는지, 위선적인 해명의 일관이었는지는 역사라는 연속성의 산물이 평가해 줄 것이다. 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해명이든 변명이든 그 인터뷰조차 차기 당선자와의 비교속에 향후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1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14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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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죠. 아주 민주적인 대통령제죠. 그런데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에 또는 권위주의의 유산 속에서 그런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권한을 넘어서서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한 거죠.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이죠. 말하자면 프레임화해서 공격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제가 제왕적 대통령이었을까요? 오히려 권한이 있는데 왜 행사를 안 하지? 그런데 무슨 제왕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문 대통령은 "중요한 권한들이기는 하지만 마구 휘두를 수 있는 그런 막강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딱 법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위와 같이 설명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지 오래임에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는 듯 보인다. 삼권 분립이란 민주주의의 원칙을 배제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하다면 입법부를, 사법부를, 행정부를 대통령의 권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이를 위해 동원했던 것이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었다.

임기 말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민주적인 통제 및 그 권한 하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며 여러 갈등 상황을 조정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분분할 것이다. 결과론적으론 20대 대선 패배와 함께 실패에 무게를 두는 쪽이 우세해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는 이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민의힘 및 다수 언론들은 두 번째 <대담> 직후 "집무실 이전 계획이 마땅치 않다"는 취지의 문 대통령 발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해당 인터뷰를 두고 26일 배현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도 "(현)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 윤 당선자의 탄생 배경"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아이러니" 발언을 겨냥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 말미, "열심히 하고 고생한 대통령,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선도국가로 나아가게 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 바람과 달리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퇴임 직전 대통령의 <대담>은 해명보단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훨씬 커 보인다.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처한 바다.

오미크론 확산세를 이유로 들었지만, 신년 기자회견도 건너뛴 채 퇴임 직전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선 것 자체에 회의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임기 중반 닥친 코로나19 재난 상황이나 임기 초반 직접 및 대면 소통을 강조한들, 여러 갈등 국면을 조정하는데 난항을 겪은 것조차 끝끝내 기울어진 '언로'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해명이든 변명이든, 반면교사든 경고든 이번 <대담> 자체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항변이자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담>을 지켜본 개별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열심히 하고 고생한 대통령"으로 인식할지 또한 그들의 선택이다. 다만, 그 마지막 소통의 기록이 취임 초기 '촛불정부'에 쏟아진 관심에 비해 초라하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듯싶다. 

태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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