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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9시에 방문한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왼). 도로 중반부터 안심귀갓길이라는 단어가 보이지만, 도로 초입(오)에는 가로등이 없어 ‘안심귀가’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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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가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을 지속적으로 펴오고 있지만 미흡한 치안 시설과 홍보 부족 등으로 정작 여성들이 밤길을 안심하고 다니기에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춘천에서 3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 구아무개(24·여)씨는 효자동 강원대 후문 부근의 중국어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오후 10시쯤 귀가한다. 구씨는 집으로 가는 직선 코스를 이용할 경우 10분이면 걸어 가지만, 큰길을 따라 30분을 더 걸어 집으로 간다. 운동 삼아 걷는 것이 아니다. 직선 코스의 길은 가로등이 아예 없어 어두운 밤에 혼자 다니기 무섭기 때문이다.

구씨가 저녁에 이용을 꺼리는 직선 코스에는 '여성안심귀갓길'라는 문구가 도로 위에 표시돼 있다. 여성안심귀갓길은 춘천경찰서가 관할 지구대별로 범죄가 많이 늘어났거나 112 신고 건수, 범죄 발생 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자치 위원회에서 심의·선정해 지정하고 있다.

춘천 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춘천교대 여기숙사 후문~강원도개발공사 후문(석사동), 춘천청소년수련관~동산빌라(효자동) 등 시내 12개 구간에 CCTV 12개, 보안등 45개, 반사경 7개, 비상벨 1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4일 저녁 시내 한 여성안심귀갓길을 지나가던 함아무개(24·여)씨는 "주위가 어두워 혼자 다니기 무섭다"며 "페인트로 '안심 귀가' 표시만 한다고 안전해지냐"고 항변했다. 
  
코로나에 중지된 안심귀가 지원정책
  
흐지부지 사라지는 안심귀가 지원 정책도 문제다. 강원도가 발표한 '여성안심귀가 보안관 동행 서비스(아래 안심동행보안관)' 정책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서비스를 신청한 여성을 대상으로 집 앞까지 동행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안심동행보안관 서비스를 이용해보려고 하니, 서비스를 운영하는 강원 1366 여성긴급전화 측으로부터 "현재 사업이 중단되었다"는 말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서비스가 중단된 이유에 대해 도청과 시청 모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운영중단 외에는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도청에선 "시에서 하는 일은 시청에 문의하라"며 시청으로 전화를 돌렸고, 시청에선 오히려 기자가 안심동행보안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안심귀갓길 정책이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에 잘 알려지지 않는 것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춘천경찰서는 지난 2020년 범죄예방디자인 캐릭터 '올밤이(allbam)'를 개발, 여성이 밤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여성 범죄 예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춘천교대 앞 주택단지에 '올밤타운', 신사우동파출소 부근에 '올밤이존'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올밤타운, 올밤이존 등의 존재를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지난 4일 우두동 올밤이존을 산책하던 50대 박아무개씨는 "이 부근이 올밤이존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며 "그게 뭐냐"며 기자에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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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10시에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올밤이존 표지판. 정책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올밤타운, 올밤이존 등의 존재를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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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심 귀갓길 위치를 찾기도 쉽지 않았으며, 인근 아파트 단지 담장에 붙어 있는 올밤이존을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올밤이존 앞에는 위급할 때 사용하라고 SOS 비상벨 하나가 설치됐으나 불법 주차된 차량들에 가로막혀 비상 상황에서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보였다.

경찰서 관계자는 "보안등이 들어오는 오후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켜지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놨다"며 "타이머가 고장 나거나 아파트에서 보안등을 켜지 않으면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범죄 건수 분석해 안심 귀갓길 증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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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우두동 올밤이존의 비상벨 앞에 차들이 주차돼 있어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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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나 가로등 설치 확대, 시민 홍보 강화 등 안심귀갓길 사업의 개선 여지에 대해,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모든 곳에 CCTV를 설치하긴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범죄 건수를 분석해 수가 줄어든 곳은 해제하고, 새 취약 지역에 여성 안심 귀갓길을 증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으로 언론 홍보하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사이트나 SNS 등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