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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자 <서울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는 '소수자의 권리 보장'이 헌법에 어긋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의 비영리법인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변했다(관련 보도: [단독] 퀴어축제조직위 설립 불허한 서울시... "성소수자 권리 헌법에 어긋나").

헌법 36조 1항에 결혼과 가족생활은 양성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정관 목적에 '성소수자가 평등한 대우를 받고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한 조직위에는 비영리법인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정관 제3조에 관한 부분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정관 제3조에 관한 부분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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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문제 삼은 조직위 정관 3조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영상문화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란 내용이다. 3조를 포함한 조직위의 정관에 혼인과 관련된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혼인과 가족생활이 양성의 평등을 전제로 한다는 헌법 조항을 신청 거부의 근거로 제시했다.

누군가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은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서울시는 '혐오특별시'를 자처하며 시대에 역행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논리는 빈약하고 차별적이란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우선 서울시는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헌법 조항을 인용하면서 모든 시민이 결혼을 전제로 살아간다는 구시대적인 결혼관을 공고히 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혼이 법제화되니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동성혼 법제화를 우려한 듯한 서울시의 해당 발언은 이러한 혐오세력의 주장을 받아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서울시는 성소수자가 동성애자로 대표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간과하고 있다. 성소수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범성애자 등을 포함하여 성적 지향 혹은 성별 정체성 등과 같이 성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함을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헌법에 양성평등이 명시되어 있는 이유는 제헌 당시의 성 불평등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한 것이지 성소수자를 차별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헌재는 지난 2019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위헌 소송을 만장일치로 기각하며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적대감을 담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상대방인 개인이나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 집단의 가치를 부정하므로, 이러한 차별·혐오표현이 금지되는 것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중 누군가를 정체성에 따라 무시하고 지우려는 시도가 오히려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성소수자도 국민이고 시민이다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 서울 도심 퀴어 퍼레이드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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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법제화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당사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삶의 문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 21일 '트랜스젠더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에 이어 4월 13일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위한 정책권고'를 통해 성소수자 권리 보장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권고하며 "한국의 동성 커플은 헌법 36조에 명시된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며 주거권, 노동권, 사회보장권, 건강권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차별을 겪고 있다"며 "동성 커플에게 어떠한 공적인 인정도 하지 않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시정을 원한다"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헌법 36조의 권리를 동성 커플이 보장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의 주장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조직위는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 누리집 공지를 통해 "헌법도 집회 결사의 자유도 모르는 서울시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적 행정에 피해를 당하고 부끄러워야 하는 건 왜 시민들의 몫이어야 할까요?"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자체로서 가지는 권한을 인식하고 모든 시민의 평등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혐오특별시라는 오명을 쓰기 싫다면 말이다.

태그:#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시,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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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팩트체크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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