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 인수위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몇 초간 실소가 터졌다. '어이상실'이란 표현이 무색해서였을까. 그러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개인적으로 1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는 속보가 전해진 직후 반응을 설명하자면 이랬다.

여당을 넘어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 2차 차기 정부 장관 인선과 검찰 개혁에 주목하던 이들의 반응도 가히 천편일률이라 할 만큼 비슷했다. 기수 파괴에 민감한 검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상상도 못한 파격이라는 반응은 기본이었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실 폐지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예고한 윤석열 당선자가 '오른팔'로 불리는 한 검사장을 검찰총장 아닌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후보자 지명이야말로 측근 인사는 기본이요, 검찰공화국 혹은 검찰 독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14일 자 사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통합(?)이었다. 진보·보수 및 경제지들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중 <동아일보>는 <법무에 논란 많은 한동훈 지명… '檢 공화국' 비판 왜 자초하나>라며 꽤 수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는 한동훈 법무 장관 지명>이라며 '기대'를 앞세운 <조선일보>를 뛰어 넘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경향신문>은 <한동훈의 법무부 장관 직행, 가당치도 않다>라며 독설을 쏟아냈고, <한겨레>는 <'검찰 직할 통치' 의도 드러낸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이라며 윤 당선자의 "국정 운영에 대한 독선적 태도"를 꼬집었다. 윤 당선자 측근들조차 말렸을 거란 해석이 나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

보수·진보 통합시킨 법무부 장관 지명 

불과 3년 전이다. 지난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 직후 윤 당선자는 '코드 인사'의 절정을 보여줬다. 주요 핵심 보직을 특수통 측근들로 채운 윤 당선자의 인사에 현직 검사 70여 명이 줄사표를 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한 지명자를 비롯한 그 측근들이 검찰 개혁에 반발하고 조국 일가족 수사를 비롯해 청와대 수사에 '올인'할 줄은.

한 지명자를 비롯해 그 특수부 측근들이야말로 작금의 윤 당선자를 만든 호위 부대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후 한 지명자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사사건건 충돌했고, 국가 공무원으로서는 드물게 건건이 입장문을 내며 '친검' 언론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사실 2차 내각 인선의 면면이 측근 인사로 점철된 만큼 윤 당선자의 한 지명자 등용이 대수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정말 그런가. 윤 당선자는 최측근이자 오른팔로 꼽히며, 김건희 여사와도 긴밀하게 연락한다는 한 지명자에게 정치인으로 가는 비단길을 깔아줬다. 청문 보고서 통과 여부를 떠나 법무부 장관 지명 자체로 차기 정부의 복심으로서 정치 무대에서 활약할 프리패스를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자체가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 당선자는 이미 민정수석실 폐지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를 공언했다. 최측근인 한  지명자가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는 순간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는 동시에 검찰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리란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수사 지휘권 자체가 필요 없는 검찰 출신이자 대통령 최측근 법무부 장관의 탄생이 코 앞에 닥친 것이다.

일간지들이 14일 자 사설을 통해 쏟아낸 것처럼 검찰 장악의 의도가 이렇게 훤히 드러나도 되는 걸까. 1년 전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동훈은 당시 가지 못했던 자리 또는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라고 예언(?)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간 예측을 내놨다(관련기사: 조국 전 장관의 1년 전 '불길한 예언' 적중했다 http://omn.kr/1yc84).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이자 법무부 수장이었던 조 전 장관이 예견한 한 지명자의 권한은 이랬다.
 
- 검찰 인사권을 가짐은 물론, 민정수석실 폐지로 다른 부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까지 갖는 법무부 장관
- 수사·기소 분리 입법 후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 또는 '한국형 FBI'가 법무부 산하로 배치되면 이 역시 총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 수사·기소 분리 성사와 무관하게 '상설 특검'(예컨대 이재명 겨냥 대장동 특검)을 발동할 권한을 갖는 법무부 장관

큰 그림

측근 인사, 검찰 장악과 함께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바로 윤 당선자의 독선적 태도다. 한 지명자는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으로 인해 고위공직자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비록 검찰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한들 공수처 수사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은 변함이 있을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한 검사장은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해제하지 않은 휴대폰(아이폰)을 증거로 제출해 검찰 수사를 일부러 방해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을 실현할 인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고위 공직이 윤 당선자의 논공행상을 나누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어이 검찰총장도 아닌 법무부 장관에 한 지명자를 내정한 것은 윤 당선자의 안중에 국민통합은커녕 검찰공화국의 완성만이 도사리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 할 만하다. 독선을 넘어 검찰개혁을 염원해온 국민 절반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혹은 검찰정상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란 해석 자체가 순진해 보이는 건 그래서다. 검찰총장 시절은 물론 직을 사퇴하고 정치에 뛰어든 이후 윤 당선자는 변한 적이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자 인선은 그러한 윤 당선자의 독선과 큰 그림의 일환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검찰 장악에 대한 큰 그림 말이다.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윤 당선자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반응이 나올 만하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가지다. 한 지명자 내정으로 드러난 윤 당선자의 그 큰 그림을 막아낼 수 있느냐와 함께 윤 당선자를 찍은 48.56%의 국민들도 그러한 검찰 장악의 시나리오를 참아낼 수 있느냐일 터다.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하기자, 하작가. 브런치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