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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디카시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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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하나로 담아내기는
너무 뜨거워라 생이여
- 이상옥 디카시 <퍼포먼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고 음식은 된장찌개고 요일은 금요일이라는 여론 조사를 본 것 같다. 좀 오래된 조사라 지금도 음식이 된장찌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의 음식이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변화가 없을 것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 금요일이 아니겠는가. 지난 8일 포털에 연합뉴스 발로 "홍대 앞은 불금"이라는 제목으로 홍대 앞 한 컷 사진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금요일 저녁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라는 짧은 기사가 뜬 것을 보았다.

아름다운 거리의 야경과 마스크를 썼지만 젊은이들의 세련된 포즈가 빛나고 있었다. 여러 차례 지적한 바이지만 한국에서 있을 때와는 달리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뭇 다르다. 한국의 포토뉴스 한 컷에도 빛나는 대한민국의 아우라가 드러난다. 이 시간에도 한류는 세계 곳곳에 진행형이다. 메콩대학교 한국어 전공 학생들에게 K-pop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들뜬 표정으로 나도 모르는 가수 이름을 말한다.
 
이곳 베트남 빈롱의 퇴근 시간 거리에는 오토바이 행렬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도 장관이다.
 이곳 베트남 빈롱의 퇴근 시간 거리에는 오토바이 행렬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도 장관이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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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불금의 금요일이 한국만의 것이겠는가. 금요일 수업을 마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수업이 없으니 금요일은 여기서도 불금이다. 이곳 베트남 빈롱의 퇴근 시간의 거리에는 오토바이 행렬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도 장관이다. 불금에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와 보니,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과 뒷좌석에 탄 사람 모두 안전모를 쓰고 있어 나만 이방인이다.

외국인으로서의 이방인이 아니라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 행렬을 거슬러 가려니 그렇다. 간간이 자전거를 탄 사람도 보이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퇴근 무렵에는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메콩대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통학을 하는 것 같다.  
 
메콩대학교 한국어 전공 학생들과 금요일 수업응 마치고 한 컷. 금요일 수업을 마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수업이 없으니 금요일은 이곳에서도 불금이다.
 메콩대학교 한국어 전공 학생들과 금요일 수업응 마치고 한 컷. 금요일 수업을 마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수업이 없으니 금요일은 이곳에서도 불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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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겨우 오토바이 행렬을 거슬러 카페로 향하는데, 길거리 과일을 파는 가게에서 커다란 노래방 기기를 구비하고 웃통을 벗어젖히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관객은 한 명도 없이 그냥 혼자서 부르는 노래가 뜨거웠다. 빈롱의 거리에서 밤에 이동식 노래방 기기를 장착하고 삼삼오오 짝 지어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거의 매일 저녁마다 본다. 불금에 오로지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이채를 띠었다. 하루 종일 가게 일을 하고 퇴근 무렵에 하루를 돌아보며 생을 노래하는 것인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베트남에서 노래 들을 기회가 많다. 그것도 육성의 생음악을 자주 듣는다. 길거리에서, 카페에서 듣는 베트남 노래는 이국적어서 그런지 특별한 영감을 주는 듯도 싶다. 게스트룸에서 밤새 매미가 뜨겁게 우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지상에서의 매미의 생이 더 짧기 때문에 소리도 더 뜨겁고 간절하게 드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도 매미에 비해서는 지구에서의 일생이 길다면 긴 것이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매미와 별반 다를 것도 없다. 사람의 노래도 매미 소리만큼 뜨거울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CUU LONG UNIVERSITY, #MEKONG UNIVERSITY, #빈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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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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