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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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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곧바로 서울시장에 나갔다. 게다가 본인은 불과 두 달 전 '86 용퇴'를 주장했던 당사자다. 겉으로는 송영길 출마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6월 지방선거 공천-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주류·신주류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에서 지고도 자리를 지킨 '윤호중 비대위'는 교통정리를 못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의 평가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서다.

앞서 우상호·김민석 의원 등 민주당의 비중 있는 중진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이어 친문(친문재인) 그룹인 '민주주의 4.0'은 6일 집단성명까지 내고 송 전 대표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정계은퇴를 선언한 86세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송탐대실"이라고 비난했다. 내홍이 깊어지고 있지만 송 전 대표는 결국 7일 서울시장 경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은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민주당이 노정한 문제점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 반성 없는 '졌잘싸' 부작용

먼저,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자체가 민주당의 반성 없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기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큰 선거에서 지고 물러난 지도부가 곧바로 당 전면에 등장한 전례가 없다"라며 "비대위원장은 대선 때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서울시장 후보는 당대표였던 송영길이라면 도대체 민주당의 뭐가 바뀌었다고 유권자를 설득하나"라고 지적했다.

촛불 이후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정치 지형에서 민주화 이후 첫 '5년 만의 정권교체'를 허용했음에도 민주당이 '0.73%p 차 패배'에만 안주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승리라는 이유 하나로 당이 대선 패인 분석조차 통제했다"라며 "정확한 진단과 성찰이 없으니 당에서 다시 검찰개혁·언론개혁 같은 무책임한 얘기나 나오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양극화·부동산 등 민생 실정에 대한 진솔한 사과조차 없었다"라며 "정권 뺏기고도 헛다리만 짚는 걸 보면 암담하다"고 했다.

② 리더십 없는 지도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와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와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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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를 '졌잘싸'로 봉합한 흐름은 '윤호중 비대위' 체제의 정당성 문제로 번졌다. 대선 패배 다음날인 3월 10일 민주당은 송 전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모두 사퇴했다. 그러나 당내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윤호중 전 원내대표가 차기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당에선 거센 반발이 일었다. 왜 물러나는 지도부가 비대위원장 인선까지 하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송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당내 서울시장 주자간 신경전으로 시끄러웠을 때 지도부가 먼저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어야 했다"라며 "지도부의 마땅한 역할인데, 비대위 자체를 일종의 '편법'으로 세우니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힘과 정당성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유력 주자간 교통정리가 잘 됐다면 '차출' 모양새를 갖추는 등 송 전 대표가 출마할 명분도 만들 수 있었고, 지금처럼 잡음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젠 송 전 대표가 출마한다 해도 입은 타격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우상호 의원 역시 "송 전 대표 출마로 이낙연 전 대표나 외부인사 카드가 모두 물 건너 갔다"(4일)면서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③ 86 용퇴-쇄신론 '퇴색'

대선 기간 중이던 지난 1월 25일 송영길 전 대표가 직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86 용퇴론을 촉발시켰던 것 역시 현재 송 전 대표에겐 장애물로 되돌아왔다. 더욱이 대선 패배 후 86 정치인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최 전 수석은 "송 전 대표는 대선 땐 86 용퇴론을 점화시키더니 지금은 다른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7일), 김민석 의원은 "86 용퇴의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을 선언한다"(4일)라면서 송 전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당시 송 전 대표와 이재명 전 후보 쪽에선 86 용퇴론이 이어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86 세대 '맏형'격인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을 해야겠다는 건 일관성이 없다"고 봤다. 그는 "송 전 대표 출마는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를 굳히기 위한 정치적 계산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했다. 여기에 경선 후보 등록 막판인 7일 박주민 의원까지 서울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86'세대 송 전 대표의 출마 명분은 더 약화되는 모양새다.

④ 신·구세력 주도권 싸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왼쪽)은 울먹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왼쪽)은 울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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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당내 주도권을 놓고 벌어진 계파 갈등 역시 송영길 전 대표 출마를 계기로 한층 고조됐다. 구주류인 친문,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송 전 대표 출마는 이재명 전 후보 측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서울 출마를 막기 위한 포석이다. 대선에 패한 이 전 후보가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신주류인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애초에 이낙연 전 대표나 임종석 전 실장 출마는 더 현실성 없는 얘기였다. 송 전 대표 비토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맞섰다.

6일 친문 의원 모임 민주주의 4.0의 '송 전 대표 출마 반대' 입장문은 이같은 신·구주류 세력간 갈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단면이다. 4.0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 전 대표의 명분도 가치도 없는 내로남불식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주의 4.0에 속한 한 의원은 성명 직후 통화에서 "이재명계 주류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라며 "지방선거 결과가 안 좋다면 송 전 대표를 지원한 세력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이재명 전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선 이후 활동이 왕성한 지지자 그룹들이나 지역 여론을 보면 이재명 전 후보의 당내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라며 "과거의 친문 주류 세력의 역할론은 사실상 끝나간다고 본다"고 짚었다. 그는 "친문은 구심점이 없지만 신주류는 이재명이라는 확실한 기둥이 있다"라며 "의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8월 전당대회 때 '이재명 당대표 추대론'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선 이후 비대위 구성, 원내대표 선거, 이번 송 전 대표 출마 논란에 이르기까지 모두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라며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서 패하고도 내부 이권 다툼에만 함몰돼 국민 일반 여론과 점점 괴리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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