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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소상공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영수증 사진
 자영업자·소상공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영수증 사진
ⓒ 아프니까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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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자영업계의 대표적 상반기 비수기인 4월이 도래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따스한 봄바람과 햇살에 설레하지만, 자영업자에게 4월은 떨어진 매출에 한산한 가게를 바라보며 괴로워해야 하는 '스산한 계절'일 뿐이다. 놀라운 건 배민과 쿠팡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들의 배달 대행료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단 점이다.

"단가 엉망이야! 평일은 2천 원대로 떨어졌고 주말이 돼도 겨우 3천 원대로 올라. 겨울 시즌 챙겨주던 프로모션도 이제는 거의 없고, 그래서 플랫폼 배달대행 안 나간 지 꽤 됐어, 나가봐야 밥값 기름값도 안 나오는데..."

며칠 전 통화에서 지인은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투잡을 뛰고 있다. 본업에 더해 플랫폼 배달대행 일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겨울 시즌 내내 배달의 핫플레이스라는 서울의 마포지역에서 일했던 그는 당시 그 지역 배달 단가는 평균 7000원~8000원에 이르렀다고 했다. 배달기사에게 주는 기본 수수료에 여러 가지 추가 할증이 붙으면서 기사들이 받는 배달료가 올라간 것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배달 기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배달 수수료가 너무 과다하다며(특히 단건 배달) 목소리를 높이던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사그라졌을까?

배달비까지 챙겨가는 플랫폼  

- "배민1 쓰지 말아주세요 ㅠ"... 사장님은 영수증 손글씨로 읍소 중 (한겨레, 2022.04.03)

위 글은 며칠 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를 대표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연일 올라왔고, 이를 통해 현재 외식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배달기사에게 지급되는 금액(단가)이 낮아졌음에도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배달수수료가 너무 과하다고 항의하는 이 모순된 상황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이는 지난 2월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3월에는 '배달의민족'이 '단건 배달(배민1)' 서비스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배민의 경우 기존엔 중계수수료가 1천원이었지만, 새로운 체계에선 정률제(기본형 기준 중개수수료 6.8%, 부가세 별도)로 바뀌면서 주문 금액(음식값)에 따라 수수료가 커진다.

물론 이 두 기업은 이번 수수료 체계 변경은 '인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프로모션 수수료'다. 그러니까 이 두 플랫폼은 이전 수수료 체계를 '계약서'에만 명기했을 뿐, 실제로는 자신들이 시행하는 새로운 사업 수단에 외식 자영업자를 유입시키고자 지금까지 '프로모션 수수료'를 적용한 것이다.

여하튼 현재 상황을 좀 더 직관적으로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배달 음식 가격은 2만 원을 기준으로 했고 수수료는 두 앱의 '기본형'을 기준으로 했다.
 
음식값 2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수수료를 표로 그려봤다.
 음식값 2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수수료를 표로 그려봤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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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현재 두 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는 2만 원짜리 음식을 팔 때 이전(프로모션을 적용받았을 때)보다 총 1360원의 수수료(중계+배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반면 플랫폼 배달 기사들은 서두에 기술한 바와 같이 비수기를 맞이하여 지난 겨울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2~3천 원대의 박한 배달비를 받고 있다. 자영업자가 더 내고, 배달기사가 덜 받아 생긴 차액(대략 3~4천 원 이상)은 오롯이 플랫폼 기업이 챙기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배민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적자를 감당하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라며 "실경비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온라인 결제 수수료로 부수입 챙기는 플랫폼
 
VAN사와 플랫폼사의 결제 수수료 비교 표
 VAN사와 플랫폼사의 결제 수수료 비교 표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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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앱에 입점한 음식점의 과열 경쟁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광고 정책 또한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으며,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소상공인들이 오랜 노력으로 몇 년 전 겨우 내린 신용카드 결제수수료(영세소상공인 0.8%)까지 무력화시켰다. 이들은 온라인 결제 대행사(일명 PG사)를 직접 운영하며 입점한 자영업자를 상대로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며 수익을 챙기고 있다(영세소상공인 1.8% 부과).

이뿐만일까? 거대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조차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채널 평가 시스템을 수정하여 '싫어요'는 해당 채널 운영자만 볼 수 있도록 한 반면,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악성 리뷰'에 외식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별점 및 리뷰 정책을 별다른 시정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시행하는 정책이 입점한 외식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지는 앞서 열거한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배달 플랫폼 기업이 등장한 지 벌써 10여 년이 흘렀다. 이제 배달 외식 시장은 이들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류 브랜드라는 자존심에 강 건너에서 불구경하던 세계적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최근 배달 플랫폼에 속속 입점한 것이 바로 그 방증일 것이다. 이제 외식 자영업자라면 그 누구도 자력으론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에게 배달 플랫폼은 '옥상옥'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파괴할 포식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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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욕망의 집단'이다. 소박한 생계든 아니면 그럴듯한 야망이든 그것이 뭐가 되었든 간에 핵심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의 집단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기업의 최종 목표는 '이윤 창출의 극대화'인 것이다. 거기다 집단 속 개인들의 도덕관념은 알다시피 매우 무뎌진다. 그래서 기업들의 본성은 속물이고 포식자다. 자연의 통제를 벗어난 포식자는 피식자의 멸종을 부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통제되지 않는 거대 기업은 중소상공인의 기반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 '야놀자'라는 숙박 플랫폼은 숙박업을 직접 운영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배달 플랫폼 또한 다를 것이 없다. 쿠팡은 말할 것도 없이 배민 또한 2020년 'B마트'라는 브랜드로 '장보기'를 대신 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앞으로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빅테이터와 유통을 무기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사한 자리를 자신들이 만든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채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절박한 상황 때문에 최근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영수증를 통해서라도 소비자에게 읍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 원칙, 필요시 최소 규제'와 최근 보도된 공정위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 선회 전망은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 대다수 외식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재난이 촉발한 경영 위기 속에서 배달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이런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거대 배달 플랫폼 기업의 현재 행태를 방치한다면 국가가 이들을 살리겠다며 손에 쥐여준 방역 지원금과 손실보상금까지 플랫폼 기업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꼴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태그:#온플법, #배달 플랫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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