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01 14:41최종 업데이트 22.04.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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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3호선 경복궁역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2022.3.28 ⓒ 공동취재사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였다. 열차 시간이 늦춰져 시민 불편은 있었지만, 이 사실 하나만으로 공권력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할 불법 시위라 할 수 없다. 많은 시민들이 시위가 끝나서 열차가 이동하길 묵묵히 기다렸던 건 장애인 시위가 성역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출근길 지하철을 타자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면서도 때로는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병원 예약 시간을 앞두고 있어 '시위 중이라 급하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빨리 경찰이 투입되어 끌어내 주길 바란 적은 없다.

지하철로 출근하고 싶다는 시위를 불법이라고 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하지 않던 일을 윤석열 당선자에게 생떼부리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시민의 편에 선 척하면서 장애인단체를 악마화하는 갈라치기, 무엇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는 궤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 볼 줄 모를 정도로 아둔하거나 잘못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오만하거나 둘 중 하나인가. 
 
또 갈라치기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라는 단체가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있었던 장애인단체로 지난 대선에서 일찌감치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 단체가 전장연 시위에 비판적인 성명을 내자 이준석 대표는 이를 SNS에 공유하고 "지장협과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추구해 나가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관련기사: 이준석 "전장연에 사과 안 해, 잘못된 의식 버려라" http://omn.kr/1y29b).

국민을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갈라치기하는 것도 모자라 장애인단체마저 채찍과 당근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개 국회의원도 아니고 곧 여당의 대표가 될 정치인이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커녕 갈등을 키워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지지자들을 홍위병처럼 세우려는 얄팍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 대체 장애인단체의 생존과 직결된 이동권 요구를 이렇게 혐오해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가 논란이 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페니미즘을 비판하며 20~30대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기 한 것도 그였다. 이는 당 대표 선거에서 20~30대 남성들의 지지로 이어져 당선의 촉매제가 됐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윤석열 당선자조차도 여가부 폐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니 페니미즘 논쟁에서 자신이 승리자라고 자신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열의 깊은 상처 치유에는 관심이나 대책도 없어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선거 전략으로 등장했던 세대포위론도 마찬가지다. 20~30대와 60대가 40~50대를 고립시키자는 세대포위론을 국민의힘에서는 묘수처럼 이야기 했지만 이는 세대 갈등을 부추겨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들어 마땅한 꼼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3.24 ⓒ 남소연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에는 혐오의 대상(여성, 40~50세대, 장애인 단체)과 피해자(남성, 20~30세대, 선량한 시민)가 있다. 그의 문제 제기에는 피해자인 남성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시민의 편리한 출근길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이유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실상 정치적 이득은 피해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혐오를 부추겨왔던 정치세력에 돌아간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정치 성장 배경이기도 하다.
 
장애인 단체의 요구에 대해 정치권은 선거 때는 약속하고 사진 찍으며 생색 내다가 선거가 끝나면 예산 핑계로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준석 대표는 철석같이 약속해놓고 약속을 안 지킨 정치권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라는 시위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달변이라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약삭빠른 정치일 뿐 옳은 정치라 할 수 없다.
 
혐오와 국민화합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당선 인사 중 일부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 모두 통합과 국민 화합을 주창한다. 대선의 승자가 된 윤석열 당선자의 국민 화합 호소도 다르지 않았다. 박빙의 차이로 끝난 대선 결과와 여소야대 국회에서 일방적인 정국 운영이 쉽지 않으리라는 현실적인 계산도 있었을 것이고 화합이 당선자에게 바라는 가장 큰 여론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의 포부처럼 새 정부가 국민 화합을 위해 나설지,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이 국민통합에 발벗고 나설지는 지켜볼 일이다. 남녀를 가르고, 세대를 가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 정치적 위상을 키우고 선거에 이용해왔던 정당이 당선자 말 한마디에 국민 화합에 나선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9.6 ⓒ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무릎 사과에 대변인이나 비서실장도 아닌 사람의 사과라고 폄훼했다. 본인의 발언은 국민의힘 대표로서 발언했다는 걸 내세운 셈이다. 그래서 윤석열 새 정부의 국민 화합 호소를 국민의힘이 받아 안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벌써부터 20~30대 여자, 40~50 세대, 장애인단체의 다음 표적이 어디일까 하는 예측 섞인 농담까지 시중에 웃음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 화합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선자 자신도 후보 시절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며 잘못된 정보로 외국인 혐오를 부추긴 적이 있다. 그리고 일체의 반성도 없다.
 
한국 사회는 빈부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이 높고 갈등 관리 능력은 낮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진다. 소득 격차가 끝없이 벌어져도 부자들의 감세를 주장했던 것이 국민의힘이다.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세대 포위론을 내세운 것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였다.

윤석열 새 정부의 국민 화합, 좋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읍참마속의 결단이 없어서는 안된다. 걸핏하면 혐오 대상을 골라 갈등을 키우는 여당 대표를 두고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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