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없이 순항하던 벤투호가 마지막 최종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9일 오후 10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7승 2무 1패(승점 26)을 기록하며, A조 2위로 최종예선을 마감했다.
 
한국대표팀 벤투호가 UAE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0-1로 패했다.

▲ 한국대표팀 벤투호가 UAE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0-1로 패했다. ⓒ 대한축구협회

 
졸전 펼친 한국, UAE 역습 한 방에 패배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김태환-김민재-김영권-김진수로 구성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 앞 선에 권창훈-이재성이 자리했다. 전방은 황희찬-황의조-손흥민이 포진했다.

한국은 시작부터 후방에서 빠른 패스와 점유율 확보를 통해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10분 이후 후방에서 정우영, 김영권이 몇 차례씩 실수를 범하며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는 상황을 초래했다. 공격에서도 날카로움이 결여된 모습이었다.

전반 34분 UAE는 역습 기회에서 압달라의 개인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황희찬과 손흥민의 위치를 바꿨다. 한국은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전반 36분 왼쪽에서 영리하게 돌파에 성공한 권창훈이 문전으로 크로스했지만 황의조의 발 끝에 닿지 않았다. 39분에는 권창훈의 슈팅이 골문을 크게 넘겼다.

전반 42분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펀칭한 공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황희찬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크로스바를 튕겨나왔다.

한국은 후반 들어 UAE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후반 9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알 발루시의 헤더 패스를 받은 압둘라가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조현우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고, 침착하게 왼발슛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전열을 재정비한 한국은 반격에 나섰다. 후반 14분 오른쪽에서 김태환이 올린 볼을 황의조가 머리로 받아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맞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벤투 감독은 후반 16분 권창훈 대신 남태희를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UAE는 걸어잠그는 수비 형태로 완전히 전환했다. 중앙에서 공간을 만들지 못한 한국은 오른쪽 풀백 김태환의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을 시도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32분 두 번째 교체 카드로 오른쪽 풀백 김태환을 불러들이고, 윙어 역할이 가능한 조영욱을 투입했다. 그러나 경기력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 45분 손흥민의 직접 프리킥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한국은 득점없이 UAE에 패배를 당했다.

중동세 넘은 벤투호, 최종예선 조기 통과에 만족

당초 최종예선 조추첨이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속해, 역대 최악의 편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9월 이라크와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기자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고수했다. 선수들도 '원 팀'으로 똘똘 뭉치며 조화를 이뤘다.

지난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대표팀은 최종예선 1경기 1경기를 치를수록 전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순항한 벤투호는 결국 지난 1월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번 3월 이란-UAE와의 2연전에서도 벤투 감독은 2승과 조1위를 목표로 내세우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줬다. 이 가운데 이란전 승리는 한국 축구의 염원과도 같았다. 지난 24일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11년 동안 이어진 무승 징크스를 탈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경기 승리에 힘입어 조1위 도약과 함께 월드컵 조추첨에서 3포트를 확정지었다.

벤투 감독은 UAE를 잡고, 자력으로 조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은 앞선 경기들과 비교해 무거운 몸놀림으로 일관하며 크게 고전했다. 잦은 패스 미스를 반복하며 흐름이 끊기는 등 전반적인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후반 초반 UAE의 역습 한 방을 제어하지 못하고 실점하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경기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꿀 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나상호, 김진규, 백승호, 조규성 등이 코로나 양성으로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다. 5일전 이란과 격전을 치른 뒤 UAE 원정길에 오르는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 여파도 끝내 발목을 잡았다. 월드컵 본선까지 8개월, 현 상황을 재정비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알막툼 스타디움, UAE 두바이 – 2022년 3월 29일)
UAE 1 - 압둘라 54'
한국 0
 
선수명단
한국 4-3-3 : 조현우 - 김태환(77'조영욱),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정우영 - 권창훈(61'남태희), 이재성 - 황희찬, 황의조, 손흥민

 
※ 한국 대표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결과

0-0무 이라크 (홈/2021.9.2)
1-0승 레바논 (홈/2021.9.7)
2-1승 시리아 (홈/2021.10.7)
1-1무 이란 (원정/2021.10.12)
1-0승 UAE (홈/2021.11.11)
3-0승 이라크 (원정/2021.11.17)
1-0승 레바논 (원정/2022.1.27)
2-0승 시리아 (원정/2022.2.1)
2-0승 이란 (홈/2022.3.24)
0-1패 UAE (원정/202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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