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 : '시작이 반이다' :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이미 그 일을 반 정도는 한 것과 같다

중국 : '90%에 이르면 이제 50%를 한 것이다 (行百里者半九十)' : 백 리 길을 목표로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에 도착하면 '이제 반 정도 왔구나'라고 생각하라는 것


한국인의 급한 성격과 중국인의 느긋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두 나라의 속담이다.

한국에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이미 그 일을 반 정도는 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중국에는 '90%에 이르면 이제 50%를 한 것이다(行百里者半九十)'라는 속담이 있다. 백릿길을 목표로 길을 가는 사람은 90리에 도착하면 '이제 반 정도 왔구나'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업이나 업무 목적으로 중국인을 만나 상담하는 한국인은 중국인의 '만만디(慢慢的)' 성격에 속을 태운다. 특히 출장 기간을 정해서 중국을 방문했을 경우 귀국일자가 임박해지면 더더욱 마음이 급해진다.

중국에서 중국인을 만나 상담할 경우 중국 측은 대부분의 시간을 상담 주제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보낸다. 또 식사 자리가 장시간 계속돼서 실제로 사무실에서 협의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주재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재원이 한국 본사에 상담에 진전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또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엔 더 조급해진다.

그래서 한국인과 상담 경험이 있는 중국인은 이런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성격을 '매사에 급하게 결과물을 얻으려고 한다(급우구성, 急于求成)'는 중국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처음부터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모습
▲ 중국 지엔코우 만리장성 처음부터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모습
ⓒ 김기동

관련사진보기

 
중국인이 상담할 때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협상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화된 상담 과정 중에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서구 국가 기업은 중국 법인장의 주재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그러니까 중국 법인장이 조급하게 비즈니스 성과를 내려다가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고 그 결과 결국 기업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또 서구 국가 기업은 중국에 법인장을 보낼 때, 중국을 모르는 사람을 보내기보다는 중국 현지 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을 승진 발령 내기도 한다. 서구 기업들은 이미 중국 비즈니스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무원 시험 제도는? 
 
멀리서 경치를 감상하는 중국사람
▲ 중국 돈황 야단 지형 멀리서 경치를 감상하는 중국사람
ⓒ 김기동

관련사진보기

 
중국 공무원 제도는 직급을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눈다. 한국 공무원 제도상 집급은 9급에서 1급으로 나뉜다.

중국에는 고급 직급을 뽑는 공무원 시험 제도가 없다. 한국에는 9급 공무원, 7급 공무원, 5급 공무원을 뽑는 공무원 시험이 있지만, 중국에는 한국으로 치면 5급, 7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없다. 그래서 중국 공무원은 모두 가장 낮은 직급에서부터 시작해 자신의 능력과 주변 사람의 평가에 따라 진급할 수 있다.

행정, 사법, 외무, 등 모든 공무원 시험이 이런 기준으로 운영된다. 회계사처럼 기술과 기능을 측정하는 국가시험은 자격증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가장 낮은 자격증을 딴 후 경력을 쌓은 후에야 그다음 직급의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한국 공무원 시험은 자신의 지식 수준 등에 따라 직급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중국인은 '한국은 오직 지식만이 중요한 사회'라고 말한다. 한국 공무원 시험에서는 5급에 응시해 합격하면 바로 중국 지도자급의 직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머리만 똑똑하면 그 사람이 어떤 품성을 가졌는지에 관계없이 국가 지도자급 직급에 오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국가 지도자급 직급이 되려면, 공무원 초급 시험에 합격하여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품성을 점검받은 후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국가 지도자급 직위를 한국에서는 단 한 번의 지식 테스트 시험으로 얻을 수 있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처음부터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모습
▲ 중국 지엔코우 만리장성 처음부터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모습
ⓒ 김기동

관련사진보기

 
 

태그:#공무원, #공무원시험, #한국문화, #중국문화, #5급공무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