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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자전거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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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도 아니고 책 이름도 아닌,
아침의 문을 활짝 열고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이상옥 디카시 '자전거가 있는 풍경'
 

'자전거가 있는 풍경'은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 이름을 단 책도 출간됐고 유명한 카페도 맛집도 있다.

공선옥, 구효서, 권지예, 김선옥, 김연수, 김진경, 박경철, 박찬석, 방현석, 안재성, 윤호섭, 이상대, 이치범, 정성일, 최용원, 최종규, 탁정언, 하성란 등 18명의 문인과 인사가 함께 한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라는 책도 기회가 되면 사서 가볍게 읽고 싶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에 자전거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었고 신나는 장난감이자 소중한 친구였다는 관점에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전거에 관한 추억을 풀어낸 에세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베트남 빈롱의 구룡대학교에 와서 나도 자전거에 관한 추억으로 오래 남을 일이 생겼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외국인은 호기심의 대상이고 또한 범죄의 표적일 될 수가 있다. 베트남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현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로 인해 위함에 처할 수도 있다.

구룡대학교의 행정직원인 하이레가 밤에는 걸어다니는 것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자전거 한 대를 선물로 주었다. 자전거를 탄 기억이 까마득하다.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고향집에서 중학교까지 4킬로 거리라 당시 자전거로 통학했던 것 같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는 언제 자전거를 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50년 만에 처음 자전거를 타본다. 자전거 타는 기술은 한번 익히면 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자전거를 타자마자 항상 타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요즈 자전거 타고 밤에 자주 오는 '카페 1995'
 요즈 자전거 타고 밤에 자주 오는 "카페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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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는 오토바이 행렬. 베트남의 주요 교통 수단의 하나가 오토바이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는 오토바이 행렬. 베트남의 주요 교통 수단의 하나가 오토바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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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저녁마다 자전거를 타고 구룡대학교 인근 카페 가서 커피도 마시고 마트에 가서 망고 같은 과일도 사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전거를 한 손으로 운전하며 한 손으로는 '셀카봉'으로 유튜브 촬영도 하며 자전거를 처음 배운 아이처럼 신나게 지낸다. 저전거를 타고 달리며 바라보는 풍경은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이레는 이제 37세이다. 큰딸이 40살이고 작은딸이 39살이니 딸보다 더 어린 하이레와 나이를 초월하여 좋은 친구가 됐다.

프랑스의 아드란 주교가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웬 왕조의 수립에 기여함으로써 베트남과 프랑스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됐지만, 베트남을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했던 프랑스는 가톨릭 탄압을 핑계로 베트남 다낭을 점령하고 북부까지 침공해서 베트남의 지배권을 장악해 결국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가 됐다.

베트남은 오랜 중국의 오랜 영향권 하에 놓여 있었지만 서구적 사유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프랑스 식민지 경험에 기인하는 것 같다. 하이레가 자신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나를 세대를 넘어 친구처럼 대해주는 것도 그 한 예가 아닌가 한다.

베트남이나 한국 다같이 중국 주변에서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기에 급급했고,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에 이어 일본에게도 점령 당했고, 한국 역시 일본에 식민지가 돼서 고통 받은 경험을 했다. 베트남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암암리에 이런 동병상련이 작용한 것인가.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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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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