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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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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동산 투기 문제만큼 뜨거운 쟁점도 없다. 몇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아파트 가격과 개발업자에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준 대장동 사태로 무주택자, 특히 청년들이 느끼는 고통과 미래에 대한 절망감은 매우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등 주요 대선후보 모두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주택공급 방식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정책은 없어 진정한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다시 공급한다고 한다. 한때 주목받았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사라져버린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다시 생각해본다.

부동산 투기의 본질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문제 해결 없이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미래로의 전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아파트 투기,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어떤 방안이 좋을까? 부동산 투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투기는 불로소득 취득을 목적으로 한다. 땀 흘리는 노동,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이 아니라 가격 상승에 베팅하여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주식투자도 일부 투기성이 있으나 경제 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에 역행하는 부동산 투기와는 다르다. 부동산 투기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건설활동의 결과물인 아파트 자체나 주택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투기는 토지를 대상으로 한 땅 투기이다.

그 이유는 건물(주택)은 매년 감가상각 되어 가치가 줄어들지만 토지는 그렇지 않다. 가치가 감소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투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옥 같은 목조주택은 수명이 100년 넘게 가지만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 건물은 40년 이상 되면 낡아서 결국 철거하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파트나 건물 자체는 투기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부동산 투기 대상이 건물이 아니라 건물이 서 있는 부지, 즉 토지인 이유다.

특히 토지는 다른 상품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을 뿐 아니라 공급이 절대 제약된 특별한 재화다. 토지에 대한 수요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증가하고, 집중될수록 커진다. 도시에 고밀도 개발, 초고층 건물이 생겨나는 이유다.

아파트 가격 대부분은 땅값

부동산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땅값이다. 실제 사례로 살펴보자. 국토교통부의 공시에서 아파트 공시가격(토지와 건물 포함)과 해당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를 비교해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 42평형)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2006년 기준 해당 아파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2억8000만원, 해당 부지의 개별공시지가(전용면적 기준)는 8억4500만원이었는데, 2021년 기준 해당 아파트 공시가격은 26억4800만원, 해당 부지 개별공시지가는 22억5900만원이다. 공시가격 기준이긴 하지만 아파트 전체 가격대비 토지가격 비중은 66%에서 85%로 그 비중이 커짐을 알 수 있다.(현재 이 아파트 거래시가는 45억원 내외다. 해당 아파트 신축년도가 1977년이니 45년 된 건물이라 사실상 토지가치가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걸 보더라도 부동산 투기 대상은 결국 토지이며, 토지가격 상승에 의한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라고 할 수 있다.(물론 실거주자의 입장에서는 거주안정을 위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불로소득은 불로소득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토지 투기, 즉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을 잡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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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불로소득을 막는 두 가지 주장

토지불로소득이 자본주의의 근본적 병폐라고 주장하며 그 해결책을 모색했던 두 경제이론가가 있었다. 한 사람은 <진보와 빈곤>으로 유명한 미국의 헨리 조지(Henry George)이고, 또 한 사람은 썩는 화폐 도입을 주장한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의 저자 독일의 질비오 게젤(Silvio Gesell)이다.

이들은 지금부터 100년도 전에 활동한 진보적 경제이론가들로서 인류역사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지속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를 토지 소유주의 불로소득, 즉 지대의 전유에서 찾았다. 토지는 인류 탄생 이전부터 존재하던 인류의 공유재산이다. 따라서 토지사유권은 인류 역사의 어느 시기에 전쟁이나 불법적인 권력에 의해 도둑질한 것으로 그들은 보았다. 그렇다고 현 토지소유자의 합법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자본주의 경제를 왜곡하고 빈부격차를 지속하는 병폐이므로 이를 없애야 한다고 하면서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헨리조지는 토지 불로소득(지대)을 모조리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토지단일세를 주장하였고(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의 이론적 근거), 질비오 게젤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토지를 현재의 시가대로 사들여 국유화한 후 토지이용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경매방식으로 임대하여 국채와 그 이자를 갚아 나가자는 제안을 하였다.(지금의 중국식 토지이용 모델) 이렇게 하면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이 제거되므로 자연스레 토지에 대한 투기와 그로 인한 불로소득의 전유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두 주장의 장단점을 논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말하자면 우리 현실에서 이 두 가지 방안을 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즉 현재 토지와 주택(건물)에 부과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중 노동의 산물인 건물에 대한 종부세는 폐지하고, 불로소득의 대상인 토지에 대한 종부세만 부과하여 토지보유의 실익을 없애고, 이렇게 해서 조성되는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여 주택가의 거품을 걷어내는 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땅 투기를 막는 주택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토지불로소득을 막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주택을 분양할 때 토지 소유권은 공공기관이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토지소유권을 공공이 보유하므로 땅 투기거래는 원천 차단된다.

하지만 땅 임대료가 적정한지에 따라 지상권 투기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땅에 대한 소유권을 공유하더라도 그 수익권 중 하나인 지상권에 적절한 과세를 하지 않으면 그로인한 불로소득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토지를 국유화한 중국에서 부동산 투기가 생겨나 문제가 된 것도 바로 국유토지임대료가 시가대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고, 적절한 시기에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2009년 경 반값 아파트라 해서 크게 주목을 받다가 어느 순간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사라지고 말았는데, 법 제정과 통합, 폐기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다. 최초에 토지임대부 주택 관련 법은 2009년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제정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토지임대분양주택법)이었다. 그런데 2016년에 주택법 개정과 함께 해당 법안의 내용을 일부 흡수하면서 폐기되고 그런 유형의 주택공급은 중단되고 말았다.

2009년 법 시행 이후 2016년 폐기될 때까지 토지임대 주택으로 실제 공급된 물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3개 시범사업 지구(군포·서초·강남) 763세대였다. 그 당시 청약 미달된 군포부곡휴먼시아(2010년 입주)를 제외하고는 성공했다고 봐야한다. 서초(LH서초5단지, 2013년 입주)와 강남(LH강남브리즈힐, 2014년 입주)은 청약 경쟁률이 각각 8.5:1과 3.8:1로 높았고, 이후 이들 아파트는 2020년 실거래가 기준 가격이 분양가(1억5000만~2억2000만원)대비 6배 이상(13억원~15억원) 상승했다. 결국 2015년 이후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중단된 것은 그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주택법으로 흡수할 때 토지임대 분양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 지원과 정부의 공급계획수립 의무 등을 빼버렸고, 더구나 곧바로(2016년 말) 정동영 전 국민의당 의원이 해당 법을 부활시키려고 했으나 국토교통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LH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토지임대부 주택사업은 토지대금을 장기간 회수할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 없이는 추가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확대되려면 우선 LH가 토지를 개발한 뒤 민간에게 분양하는 사업을 접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대장동 사태도 결국 공공토지를 민간에 분양하면서 천문학적 불로소득이 특정 민간업자들에게 흘러가 부동산 투기장화되고 말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공토지의 민간 분양 대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그 위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주택공급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종부세 부담으로 흘러나온 민간토지도 적극 매입하고, 이에 필요한 정부의 재정 및 세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건설업계에도 좋은 정책이다. 토지를 개발하고, 건설하는 토건업자들은 사업을 하고 이윤을 가져가는 정상적인 기업인들이다. 폐기된 토지임대 분양주택법을 원래의 취지대로 살리고, 이에 대한 정부 계획 수립과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토지임대부 주택 입주자들이 또다른 불로소득 수혜자가 되지 않도록 토지 임대료와 보증금을 최소 2년 단위로 시세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도 추가 될 필요가 있다.

태그:#토지임대부 주택공급, #질비오 게질, #헨리 조지, #부동산투기,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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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와 세무업무에 종사하면서 시쓰기와 사회문제에 대한 글쓰기를 합니다. 모든 인간이 살면서 잠재적 능력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고, 서로 돕고 힘을 합쳐 지구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재무제표무작정따라하기><절세상식사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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