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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지난 20일 오전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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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좀 제가 듣기에 말이 안 되는 게 고인의 유지가... 고인이 갑자기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합니까? 아니, 그러면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니면 버스 운전하시는 분들은 그거 들어가기 전에 유세... 유서 써놓고 가십니까?

저는 이게 참 비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를 국민들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그런데 여기서 그분을 핑계 삼아 가지고 또는 그분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취지로 이 판을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제가 뭐 비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안타까운 국민의당 유세차 사망 사고에 대해 "제가 웬만해서는 조문 관련해가지고 제가 비판을 안 하는데 좀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는 게 국민의당 측에서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가지고 선거운동을 하겠다 그러거든요?"라고 운을 뗀 뒤 이어간 실제 발언은 이랬다.

맞다. 이날 하루 "패륜"부터 "이준석 인성" 논란을 자처했던 이 대표의 바로 그 문제의 발언이다(관련기사: "경악" "고인모독" "패륜"... 이준석에게 쏟아지는 비난 http://omn.kr/1xfqc). 이를 두고 비판의 대상이던 국민의당은 "금수보다 못한" 발언이라고 극렬하게 반발했고,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핵심은 실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리라.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당내에서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이준석 대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이어진 질문에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판을) 저랑 후보, 권영세 본부장 같은 경우에는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저희는 분석해가면서 이야기합니다"라고 답했다. 본인의 논리가 확고함을 강조한 셈이다. 

맞다. 결국 '고인 유지' 발언 또한 이 대표 본인의 논리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과 신념의 발로일 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인까지 선거에, 본인 정치에 활용하느냐'는 취지의 쏟아진 비판에도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은) 할 수 있는 지적"이라며 도리어 국민의당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삭제하기도 했다.

'유지'와 '유언'을 헷갈려한다는 수준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정치는 결국 말의 전쟁이라 일컫는다. 정치인의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그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기도 하는 법. 이준석의 말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어 단일화뿐 아니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거 운동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식 말
 
호남의 정책 문제를 더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 우리 특공조, 특수부대인 59초 쇼츠 담당 보좌역들(박민영, 오철환, 김동욱)과 광주 출신 곽승용 보좌역 등 청년 보좌역을 총투입하겠다.
- 18일 이 대표 페이스북글 중

소위 '이대남'의 표심은 확실히 붙잡았다고 여기는 걸까, 여론조사 결과에 취한 걸까. 최근 들어 이 대표가 "국민의힘은 광주를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라며 공을 들이는 지역이 바로 호남이다. 특공조 운운한 18일 글 역시 국민의힘 호남 지지율이 33%를 기록한 한 여론조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즉각 비난이 일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이 자행한 폭력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광주 시민을 대상으로 특공조, 특수부대란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일베나 이대남이 주된 사용자인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 식 조롱의 언어란 지적이었다. 비난이 커지자 이후 이 대표는 해당 게시물에서 '특수부대'란 표현만 수정했다.

다음 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대상으로 한 이 대표의 저격 글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윤 의원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한 이 대표는 "입에 담기도 민망하지만 여성의 신체를 칼로 훼손하면 어떻겠냐는 욕설을 한 분이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나서는 것이 진짜 어떻게 해석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라는 촌평을 달았다. 상대 당 후보에 대한 비판을 넘어 아슬아슬한 수위의 언어가 지속적으로 공당 대표의 말과 글을 통해 유포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날 광주 충장로 연설에서 영·호남 간 경제 격차를 언급한 이 후보를 향해 "정신 나간 정치인", "제정신인가"란 표현을 썼다 논란이 일자 "막말이 아니라 '맞말'"이라 응수한 바 있다. 

일각에서 이 대표의 이러한 일베식, 펨코식 조롱과 혐오의 언어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인 유지' 발언은 곪은 것이 터진 것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식의 이 대표의 말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윤석열 캠프 전체를 지배 중인 걸로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식 혐오정치

지난 15일 유튜브에 공개된 윤석열 후보 TV 광고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 국민편>에 대한 비난 여론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관련기사: 윤석열 TV광고 논란... 등장인물 두고 각당 설전 http://omn.kr/1xfnu).

문제는 광고 속 청년 구직자의 면접 장면에서 비롯됐다. 밝은 표정의 여성 면접자를 못마땅하게 보던 남성 면접자의 탈락을 묘사하며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고 표현한 대목을 두고 '여성차별적 표현', '여성혐오', '남녀 갈라치기'란 지적이 쏟아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TV광고에 나오는 장면. 신입사원 채용 면접 중 가운데 앉은 남성 면접자가 양 옆의 면접자들을 번갈아 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TV광고에 나오는 장면. 신입사원 채용 면접 중 가운데 앉은 남성 면접자가 양 옆의 면접자들을 번갈아 보고 있다.
ⓒ 윤석열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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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위 청년본부장은 20일 페이스북글을 통해 이런 해명 및 반박을 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각의 우려를 일부 사실로 확인해준 장면이었다.
 
옆자리는 부모 찬스로 입시와 취업하는 내로남불 기득권의 자녀들이다. 자연스레 조국 사태 그리고 의혹투성이인 이재명 후보 장남 이동호의 사모펀드 취업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찔리기 때문일까. 민주당 지지자들은 청년이 여성 지원자만 쳐다본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딸 같아서 화들짝 놀란 것 같다. 그러면서 또 남자와 여자를 갈라치기 한다.

그러면서 장 본부장은 "의사와 간호사, 전 국민과 자영업자, 호남과 영남, 복합쇼핑몰과 소상공인, 끝없이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게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이에 앞서 현재 진행형인 이 대표의 언어를 찬찬히 되짚어 보라고 권해 드리는 바다. 

'여가부 폐지'는 이 대표가 자랑스레 내세우는 윤 후보의 10대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표가 영입한 청년본부 인재들의 작품이라 알려진 바 있다. 선대위가 대표 공약으로 내건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대선 TV 광고에 당의 철학을 녹여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거기서 끝날 문제일까. 누가 과연 표집을 위해 갈라치기를 앞세우는가. 

이준석식 조롱과 혐오의 언어는 결국 차별과 배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급기야 '고인 유지' 발언처럼 고인이 사고로 사망하기 전 유지했던 정치적 신념이나 유족의 뜻까지 배제하고 왜곡하는 식이다. 그 조롱과 혐오의 언어 앞에 '특공부대'를 떠올린 광주 시민은, '여성의 신체'란 표현을 접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여가부 폐지'를 맞닥뜨린 여성들은 배제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화합시켜도 모자랄 정치인의 입이 국민을 공격하는 무기요, 흉기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하버드 출신인 이 대표가 혐오 정치로 의외의 승리를 일궈냈던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을 배우기라도 한 것일까. 공교롭게도, 유세전에 나선 윤 후보마저 연일 독한 언어를 내뱉어 논란을 자처하는 중이다.  

진짜 근심스러운 것은 대선 후다. '이대남'에 공을 들이는 이 대표를 주목하는 유권자 층은 단연 1020 남성들이라 할 수 있다. 공당의 대표인 이 대표의 언어는 청년 남성들에게 '우리도 이준석처럼'이라거나 '이준석 대표도 내뱉은 말인데'라는 긍정의 사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마치 트럼프 시대 미국 유권자들이, 지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결과 미국은 백악관 점거 사태와 미국 내 아프리카계 및 아시아계 국민을 향한 폭력 사태를 겪어야 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그러한 트럼프 현상의 잔흔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혐오 전략은 끝나지 않았다는 미국 내 평가는 안타까울 지경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그런 혐오 정치를 진짜 바랄 이가 존재할까.   

태그:#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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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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