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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의 20대>를 쓴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
 <급진의 20대>를 쓴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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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민심'은 이번 대선 최대 화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 이후 20대는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다르다. 최근 2월 2주차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20대에서 윤석열 후보는 41.2%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29.9%의 이재명 후보에 앞섰다. 심지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의 장년층이 민주당의 4050을 압박해서 승리한다는 세대포위론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20대의 보수화'라고 쉽게 단정하긴 어렵다. 불과 한 달 전인 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9.7%,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5.9%로 나타났다. 현재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지지율 역시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적폐수사'를 한다는 윤 후보 발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분노' 등에 따라 급격하게 여론이 출렁인 결과다. 여전히 부동층, 무당층이 많다는 증거다. 정치권이 20대를 '캐스팅 보터'로 주목하며 구애를 펼치는 까닭이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선 지금 20대가 보여주는 정치적 태도는 하나의 '난제'다. 이에 정치인이나 언론이 20대를 쉽사리 규정해보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꼰대'라는 비아냥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20대 미디어연구자가 지금의 '20대 현상'을 분석했다면 어떨까? <프로보커터(도발자)>라는 책을 통해 온라인 문화와 '주목경제'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의 신간 <급진의 20대>가 반가운 이유다.

20대 미디어연구자가 본 20대

김씨는 20대 현상을 포퓰리즘(Populism)의 한 양상으로 진단한다. 정치철학자 에르세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의 '좌파 포퓰리즘' 연구를 기반으로,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에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내재하면서 이따금 증상으로 나타난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포퓰리즘의 주체는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인민'이다. 즉, '아래로부터의 포퓰리즘'이다.

그렇다면 왜 20대에게서 아래로부터의 포퓰리즘 현상이 일어날까? 김씨는 샹탈 무페의 말을 빌려 현재 우리가 '포퓰리즘 계기'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일종의 '헤게모니의 궐위(부재)'로 인해 "합의와 약속 권위가 의심받고 도전받는 시간"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한다. 김씨는 <급진의 20대>에서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공공성의 붕괴, 신자유주의의 심화, 적폐청산 헤게모니의 소멸 등을 예로 든다. 그러면서 이들의 포퓰리즘이 극우화될 수도, 아니면 새로운 사회적 투쟁의 동력이 되는 '급진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그는 현재 한국의 20대 현상에 대해 'K-포퓰리즘'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난 15일 일산의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김씨는 20대에서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기표를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공정'이라는 기표는 속이 비어 있고, 그 자체로 말해주는 바가 없어서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에 쉽게 이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진보적 정치 세력 역시 공정이라는 기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에서도 그는 "어떤 성격의 '우리'를 구축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와 '그들'의 응고-용해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어떻게 개입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20대 현상의 실체는 우경화나 혐오가 아니다
 
<급진의 20대>를 쓴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
 <급진의 20대>를 쓴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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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0대 남성의 안티 페미니즘과 보수 정당 지지를 '이대남 현상'이라며 주목한다. 그러나 김씨는 '20대 현상'을 경유해서 '이대남 현상'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젠더 의제를 제외하고는 20대 여성들의 입장과 태도가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0대 여성과 남성의 요구는 자주 충돌하지만, 외국인, 난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두고는 '우리'로 뭉치기도 한다. 

당연히 투표 경향이나 정책에 대한 반발 역시 일관되지 않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이념이나 가치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통해 '우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 책에서 말하는 '20대 현상'은 무엇인가?

"먼저 기성 정치의 언어가 통하지 않고 제도권 질서를 거치지 않은 날 것의 언어나 표현이 소구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만 전문가로 인정하는 반 전문가주의 내지는 반 엘리트주의를 포함한다.

불안과 불만 자체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기인하지만 결집의 계기는 문화적 반발이다. 그런데 이것은 계급운동이나 신사회운동(여성·환경·평화 등등)도 아니다. 그렇다고 민족주의나 남성우월주의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전의 조직 원리에 안 맞는 세력화가 일어난다. 제도권 정치가 끓어오르는 불만을 호명할 의제를 결여한 상태에서 불만이나 분노들이 일정한 방향이 없고 내용 없는 표현들을 통해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불공정, 반 페미니즘, 반중, 반 위선 등으로."

- 그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우경화나 혹은 혐오 현상으로 일컬어졌다. 그런데 책에선 '아래로부터의 포퓰리즘'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20대 현상은 이념 지향으로 결집한 결과로 볼 수 없다. 또 혐오를 지금 현상의 본질이라고 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혐오하지 마세요'가 해답은 아닐 것이다. 우경화나 혐오의 갈래로 뻗아나가는 것의 핵심은 '불안'이고, 불안은 헤게모니 궐위에 기인한다. 세계적인 정치 기현상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혐오의 골자는 '우리'와 '그들'의 분리며 이것은 정치가 있는 한 항상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포퓰리즘 이론을 통해) '결집'과 '분산'에 대한 개입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흔히 우리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포퓰리즘 정치가 나쁘다'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포퓰리즘도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20대 남성을 여성과 동일시 할 수 있나? 여러 통계에서 20대 여성은 진보적 성향이 더 강하고, 보수 정당 지지율도 20대 남성만큼 높지는 않다.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큰 그림에서 정부의 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반응은 비슷하다고 봤다. 추론컨대 차이가 있다면 여자 응답자는 세대 인식조사 등에서 현실 정책에 반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진보의 가치'를 폐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남성들은 (20대 여성은 진보, 20대 남성은 '강한 보수'로 나타난) 중앙일보 정책이념 조사에서 한국외대 이재묵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남성들은 현정부를 페미니즘 정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에 동일시'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페미니즘=진보의 공식을 근간으로, 진보에 대한 반발을 탑재한 상태에서 조사에 응하면서, 무조건 진보적 의제에 대해 반대 표시를 한 것이다. 20대 여성이 특별히 진보적이라기 보다는, 20대 남성이 과하게 반대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20대의 반감, 어디에서 오는가

정치에 대한 20대의 태도는 상당 부분 모순적이다. 김씨가 연구를 위해 의견을 청취한 20대들의 공통점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무관심하면서 동시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가 "약자 배려를 명목으로 게임의 법칙을 교란하는 위선의 본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스레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

- 이슈에는 비교적 민감한 것 같은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동시에 반감을 갖는다고 말한 근거는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눠본 연구 참여자들은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정치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정당 이름을 세 개 이상 이야기하기도 힘들어했다. 구직 문제 등이 중요하다 보니 저 '상식 습득' 이상의 뉴스 소비는 불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뉴스가 요약되어있는, 카드 뉴스를 둔갑한 혐오 콘텐츠나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주로 선호하게 된다.

연예가 소식, 대중문화 리뷰, 유머 등으로 둔갑한 '렉카' 콘텐츠는 SNS 도처에 있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 날은 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팔로워를 모으지만 중간중간에는 '택배 파업의 진실' 같은 게시물도 올린다는 것이다. 이런 게시물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혐오와 반 정부 여론을 유도하는 코드와 밈으로 점철돼 있다."

- 유튜브의 사이버렉카, 혹은 인스타의 자료 짜깁기 계정 같은 것이 정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부추긴다는 이야기인가?

"구직과 스펙 경쟁 과정에서 누적된 좌절과 불만 등이 방향을 못 찾는 와중에, 사이버렉카와 일부 언론이 내세우는 '내용없는 공정'에 반응하게 되는 것 아니겠나. 그러다 보니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정부의 정책이나 소수자 집단을 향해 표출되는 것일 테고."

김씨는 이러한 정치 무관심이 한국 사회의 '협소한 정치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평가했다. 한국의 정치적 상상력이 자유주의와 권위적 보수주의의 박스권에서 머물면서, 그 이외의 사민주의 등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보편화된 시기에 태어나고, 레드콤플렉스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이 겹친 결과다. 

한국의 양당정치를 강하게 불신하지만, 그 너머의 다른 정치적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고, 결국 '현 정권이 잘못하면 응징한다'는 식의 부정적 투표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부동층의 행태다.

- <급진의 20대>에서 20대들이 정치적 상상력이 협소해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어떠한 변화를 지향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것이 현재의 '정치 혐오'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대안이 있을까?

"결국 정치인들의 의지와 역할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20대가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바란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변화를 바라는 요구에 응해서 조금만 왼쪽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너무 급진·극단적이다' 이런 모순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러니 아예 대담하게 구조적 문제를 직접 호명하는 담론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확 넘어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지금 외국은 극우파가 이런 시도를 하면서 오히려 중도층이 가장 보수적으로 보이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은 태극기 부대 등이 있어서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유예된 상황에서 좌파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선, 그리고 20대의 가능성
 
<급진의 20대>를 쓴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
 <급진의 20대>를 쓴 미디어연구자 김내훈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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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선은 20대 현상를 정치권이 수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김씨는 "나는 정치를 평론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현재 주로 20대 남성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보수화'가 아닌 '과격화' 현상이며, 동시에 이들에게서 보이는 반 정부 경향 역시 '표피'에 가깝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 안에는 "몰락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한 몸부림"이 있고, 이렇듯 실존적 위협에 있는 이들을 호명하는 기표로 '위태로운 자들'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20대 현상이 '공정'이나 '반 위선' 등 알맹이 없는 기표에 머물면서 약자를 공격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표를 통해 한국의 2016년 촛불시위, 미국의 월가 점령과 같은 새로운 투쟁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한편 그는 '공정'을 강조하는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 현재 국민의힘은 '공정'과 '위선'이라는 반 정부 및 반 민주당 프레임을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공정'의 내용이 비어 있다. 공정이라는 말을 '불공정' 딱지를 붙이는 식으로만 쓰고 있다.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공정한 정책을 펼친다는 이야기는 딱히 없다. '정치인을 시험으로 뽑겠다', '대변인을 공개 오디션으로 뽑겠다'는 수준이다.

물론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은 직관적으로는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단일한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서 전 국민 줄 세우는 게 진짜 옳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정시 100% 해야 된다고 이야기 하던 사람들도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곤 한다. 

여기서 이야기할 계제가 아닐 수 있지만, 윤석열 후보가 부인 의혹으로 시끄러워진 이후부터 국민의힘에서 공정을 얘기하기가 좀 멋쩍은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보니 더더욱 공정 담론은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전략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 20대가 부동층에 머물지 않고, 이번 대선 전후로 새로운 정치적 투쟁의 주체로 떠오를 수 있을까?

"스스로 그렇게 변화하기는 힘들 것이다. 현재 20대 남성의 언어가 너무 많이 오염이 됐다. 특히 일부 20대 남성의 과한 불만과 요구를 피상적으로만 수용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한 어렵다. 그들의 극우적 목소리는 보수 언론과 렉카들에 의해 증폭된 것에 불과한데, 그것에 편승하는 것은 당위적으로도 안 맞고 전략적으로도 안 맞다. 정치인들이 근본적인 문제, 구체적인 불만들을 대담하게 호명하는 의제를 상상력 바깥에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과격화'가 '급진화'가 된 예가 있다면?

"미국에서 버니 샌더스와 그를 지지하는 좌파들이 젊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는 점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참고해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미국의 '젊은 민주사회주의자' 블록과 같은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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