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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 엄중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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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9일 현재 5만 4122명을 기록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되면서 매일 확진자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월 이내 하루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의견을 듣고자 지난 9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오미크론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이제 시작"

-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잖아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다들 불안해하시고 걱정도 많으신데 이제 시작이에요. 정부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또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 체계를 잘 만드느냐로 상황이 가려질 거거든요. 질병관리청에서도 큰 유행을 예측했는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은 반신반의한 것 같고 총리실은 안 믿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현장에서 준비하는 데도 문제가 있는 거죠. 

현 방역 체계 개편도 질병관리청에서 확진자가 앞으로 많이 발생할 걸 처음부터 예상해서 만든 게 아니에요. 3만 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니까 떠밀려서 하는 거거든요. 중환자가 다시 1500~2000명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실제로 얼마나 현실 인식을 갖고 준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그게 위기죠. 확진자가 5만 명 나온 것 자체가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왜 그렇게 보시는거죠? 
"위중증 환자 비율이 낮은 게 오미크론의 임상적인 특징이고 우리나라는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확진자가 늘어나도 위중증 환자 병상의 대응 체계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에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거죠. 15만 명, 많으면 20만 명도 나올 수가 있어요. 거기에 맞는 대응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중환자 병상이 한계의 기준 될 것" 

- 영업시간 제한을 밤 9시로 두고 있지만, 거리두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9시 이후 영업 제한 정도의 강도로는 전파 차단이 안 되는 거죠. 전파력이 높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 마스크 착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은 전파력이 강하다는 의미거든요. 시간제한을 9시까지 하고 있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사람들 만나는 과정들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속 전파되는 거죠."

- 영업시간을 더 줄어야 감소할까요?
"영업시간을 더 줄이면 아마 유행이 커지는 속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줄이면 얼마나 줄일 수 있겠느냐죠. 결국 최소한 6시 이후 영업을 제한해야 되는데 그렇게 됐을 때 사회적인 반발이나 협조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그런 결정을 못 할 겁니다."

- 대선 후보들은 영업시간 제한을 풀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안철수 후보의 경우 '밀접·밀집·밀폐' 3밀 방역 규정을 준수한 업체에 대해 영업 제한을 아예 폐지하자는 얘기를 했고, 이재명 후보의 경우 3차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는 영업시간을 자정까지 늘리자고 해요.
"영업시간 제한 혹은 사람 숫자의 제한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점점 벗어나고 있어요. 통상적으로 우리가 해왔던 거리두기를 적용한다고 해서 짧은 시간 동안에 환자가 더 감소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유럽 등에서 환자들이 하루에 15만 명씩 나올 때 선택하는 방법이 락다운이잖아요."

- 락다운으로 가야 할까요?
"결국 중환자 대응 체계가 중요한데요. 중환자 대응 체계가 한계에 이르거나 어떤 형태로든 재택 치료를 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다든지 또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 사회 운영 체계 자체에 여러 공백이 생긴다든지 종합적으로 도저히 제어가 안 되겠다고 판단됐을 때는 락다운 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응이 진짜 어려워서 조절해야 되겠다면 기존의 거리두기 방식으로는 짧은 기간 동안에 환자를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락다운에 가까운 또는 락다운 형태의 시도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줄지 않을 겁니다."

- 한계점을 어느 정도로 보세요?
"한계점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볼 수 있어요. 중환자실 기점으로 보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한 2000개 정도 확보됐다고 제가 마지막 자료를 받았는데 2000 병상에 꽉 찰 때까지 못 갈 것 같고요. 왜냐하면 장비가 없는 병상도 있고 사람을 확보하지 못한 병상도 있어요. 그래서 한 1500에서 1800병상 사이 정도 차면 중환자 병상도 가동하기 어려워서 힘들어할 것 같아요."

- 즉 기준이 확진자보단 중환자라는 거죠?
"그렇죠. 아무래도 중환자 대응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적으로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고 중환자 관리가 안 되면 지역사회에서 재택 치료하는 사람들한테까지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중환자 치료 병상을 기준으로 하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간 정부가 PCR 역량 늘리기 위한 노력을 안했어"

-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아서 크게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낫다는 의미인데 이스라엘 전문가들도 얘기했지만 최초 바이러스 수준은 되거든요. 델타보다 5분의 1 정도 중증화율을 계산하더라도 델타 변이 때(확진자 약 8천 명)처럼 중환자가 많이 발생하려면 확잔자 4만 명이면 되는 거잖아요. 벌써 그 정도는 됐고요. 그런데 백신 접종한 사람이 많잖아요. 그것이 절반 정도 줄여준다고 하면 10만 명까지는 견딜 수가 있는 거고 팍스로비드(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또 줄여준다면 10만 명 초반대까지는 대응할 수 있는 거죠."

- 정은경 질병청장은 2월 달 안에 일일 확진자가 17만 명까지 갈 수 있다고 했어요. 이달 안에 20만 명을 넘길 가능성도 있을까요?
"가능하죠. 확진자가 점점 늘어날수록 확인이 되지 않은 감염자들이 많다는 걸 의미해요. 아예 증상이 없거나 또는 아주 가벼운 증상을 가진 감염자들은 당연히 검사를 안 받을 거고요. 지금 신속 항원 검사를 이용하고 있는데 신속 항원 검사에서 위음성으로 판정이 됐지만 감염된 사람들도 걸러지지 않을 거거든요. 기준을 어디로 잡아야 될지 모르지만 1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되면 적어도 2배 이상의 확진자가 있다고 추산하고 대응을 해야지 맞을 것 같아요."

-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경증 환자 같은 또는 무증상 환자 같은 사람들 잡아내려고 해서는 해결이 안 되고요. 결국은 10만 명이지만 20만 명에 대한 중환자 대비를 해야 되는 거죠. 즉 10만 명에서 1%의 중환자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중환자 병상만 운영하면 안 된다는 얘기예요. 걸러지지 않은 나머지 중에 중환자가 나올 가능성도 고려해서 중환자 병상을 대비하는 것 말고는 사실 특별히 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신속 항원 검사보다 PCR 검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실 환자들이 많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PCR 검사 역량을 더 확장시켜놔야 된다고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도 정부에 계속 건의를 했고요. 많은 검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PCR 장비의 수입을 승인해달라고 식약처에 신청해놨는데 아직 심사도 안 되고 있어요. PCR 역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그동안 정부가 안 했다는 얘기죠. 그런 게 참 답답한 것 같아요."

- 그럼 PCR 검사는 늘릴 수 있나요?
"네, 제가 알기에는 사람과 장비만 있으면 늘릴 수 있죠."

- 그럼 정부는 PCR 검사를 안 늘리고 신속 항원 검사를 하는 거죠?
"사실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너무 PCR 검사를 하는 데 있어서 별로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유행만 경험하다 보니까 대량 환자가 발생하는 거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방역 정책은 일관성 있게 갈 수 있기를"

- 4차 접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어려운데요. 4차 접종과 관련된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연구 자료가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소규모 연구 정도만 존재하고 있고 또 그렇다고 새로운 백신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된 자료도 없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유행 양상에 따라 고위험군에 대해서 4차 접종을 고려해 볼 수는 있죠.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4차 접종을 권고하기는 어려워 보이지 않나 싶어요."

- 백신 접종 후 3개월이 지나면 백신 효과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죠. 대략 생각해 보면 3개월 이후부터는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할 거고 6개월이 지나면 거의 효과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으로서는 오미크론 유행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 보여요."

-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세요?
"글쎄요. 적어도 한두 번은 중환자 발생 증가로 상당히 괴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락다운 같은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 넘어가면 좋지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네요."

- 오미크론으로 인한 유행이 끝나면 어느 정도는 일상 회복이 가능할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요. 그건 전적으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안 나타난다면 정말 편안하게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 같고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와서 유행한다고 했을 때 또 전파력이나 치명률이 어떠냐에 따라서 일상 회복을 좀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조금 걱정인 게 이제 대선이 있잖아요. 선거 결과에 따라 방역 체계가 너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안 생기면 좋겠어요. 적어도 방역 정책은 일관성 있게 갈 수 있도록 하고 차기 정권을 맡은 분들은 너무 자기들 입맛대로 뭔가를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엄중식, #코로나, #오미크론, #락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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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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