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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선후보 4자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최우선 부동산정책으로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출규제 완화와 임대차3법 개정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1% 자가보유율을 임기말까지 80% 도달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땅과 집으로 돈버는 시대를 끝내겠다는 합의 필요와 집없는 서민을 위한 공급정책을 꼽았다.

TV토론에서 윤석열 후보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임기내에 250만호 주택공급을 공약으로 내건 것을 감안하면 주택공급 대폭확대는 누가 당선되어도 확실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부동산 공약 앞다퉈 내놓은 후보들이 말하지 못한 단어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 순서는 자리 배치 순).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 순서는 자리 배치 순).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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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의 대규모 주택공급 공약 앞에는 내심 후보들이 꺼내지 못한 단어가 있다. '상황에 따라'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다. 후보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250만호, 311만호 숫자들은 말 그대로 숫자놀음에 불과하는 것을.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상황 속에서도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을까? 지난 5년처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떨어져 주택구입수요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주택을 대량공급할 수 있을까? 대규모 주택공급은 '상황에 따라' 공급규모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  

200만 호 이상의 주택을 임기 내 5년 안에 건설한다는 것은 신도시가 전혀 없던, 서울 외곽에 값싼 땅들이 널려 있던 1990년에도 쉽지 않았던 계획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 내놓았던 공급계획만 해도 200만 호가 넘고 입주까지 이루어지기 위한 기간도 2030년까지 10년을 잡고 있다. 차기 정부는 특별히 공급을 더 추가할 것 없이 문재인정부의 공급 계획만 충실히 이행해도 주택공급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왜 대선후보들은 주택공급 확대라는 공약을 강조할까? 사람들의 주택구매 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주택을 많이 공급해서 집값을 떨어뜨릴 테니 그때까지 구입을 미루라는 암묵적인 요청을 하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문재인정부가 계획했던 대로 해마다 50만호 이상씩 공급을 하면 되는 것이고, 경기가 좋지 않아 집값이 급락할 것 같으면 계획했던 주택공급을 대폭 줄이면 된다. 후보 입장에서는 공급확대 공약은 남발해도 손해볼 일이 없는 공약이기에 다들 공급확대를 외친다.

공급확대 공약의 폐해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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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급확대 공약이 후보 입장에서는 손해볼 일이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 문제의 원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향후 부동산정책에는 큰 손실을 입히는 공약이다. 공급확대 주장의 이면에는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공급부족이라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정부 집권 후 2020년 말까지 연평균 아파트 입주물량은 41만 2956가구로, 이명박정부 26만 2635가구, 박근혜정부 27만 1176가구에 비해 대폭 늘었다.

주택공급이 적었던 전 정부들에 비해 주택공급물량이 많았음에도 주택가격이 급등했다면 공급량 부족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아니라면, 무언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서 아파트를 사도록 했던 요인들이 있으며, 이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정책화해야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여건이든,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장이든, 정부의 재정지출 없이 주거안정을 모색하려 했던 전세대출정책이든, 보편적이고 시장친화적인 토지불로소득 환수정책이 아닌 반시장적이고 국지적인 핀셋규제 정책이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을 일으켰던 요인과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는 구멍들을 찾지 않고 주택공급 부족이라고 퉁쳐버리면 앞으로도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를 잃어버렸다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새로 소를 사서 넣어본들 또 언젠가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 토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부동산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이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 공급확대 정책이 가장 무난하고 욕먹지 않을 정책이지만,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왜곡시켜 향후 제대로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5년간 국민들의 속을 시끄럽게 했던 부동산문제에 대해 차기 대선후보들은 어떤 고민과 해법을 내놓을지 기대했지만, 부동산정책에 관해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오히려 불량식품을 내놓은 것과 다름없는 외화내빈형 정책토론으로 끝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태그:#공급확대, #대선토론,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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