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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신학생, 신도들이 2018년 9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총회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에 참석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세습을 규탄하고 있다.
▲ 예장목회자대회 "명성교회는 금권세습을 철회하라” 목회자와 신학생, 신도들이 2018년 9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총회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에 참석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세습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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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월 8일 오전 10시 15분]

부자 세습으로 '교회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던 대한예수교장로회(아래 예장통합)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에 대해 최근 법원이 그의 대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다시 논란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박미리)는 지난달 26일 명성교회 평신도 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지난해 1월 제기한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명성교회측은 판결 이틀 뒤인 28일, 이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앞서 정 집사는 "김 목사가 공동의회 등 위임 목사 임직에 필요한 적법한 선출 절차를 거치지 않고 2021년 1월 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은퇴한 김삼환 목사의 직계비속으로 교단 헌법에 따라 명성교회 위임목사가 될 수 없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자 이 소송을 제기한 정태윤 안수집사를 지난 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집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법원이 명성교회 평신도연합회가 제기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에 대한 위임목사 직무 집행정지 1심 소송에서 명성교회 평신도연합회의 손을 들어줬잖아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먼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인도하신 공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뜻을 함께한 명성교회 평신도연합회 집사님 권사님들 그리고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 또 드러내지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많은 목사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명성교회가 항소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다툴 것 같은데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책임감으로 걱정이 더 큽니다."

- 명성교회 평신도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또 이번 판결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명성교회 집사, 권사들로 이루어진 세습을 반대하는 단체입니다. (판결의 의미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필귀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정의로운 법치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교단의 살아있는 세습 금지법을 어기고 힘으로 밀어붙인 것에 정의로운 사법부가 철퇴를 내렸다고 봅니다."

-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장통합 총회의 헌법을 잠재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도 행사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은 예장통합 총회 수습안(예장통합은 2019년 9월,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 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내용 등 7가지 항목이 담긴 수습안을 발표했다. - 편집자 말)에 매우 분개했습니다. (총회 재판국) 재심 판결(김하나 목사 청빙은 무효이니 김 목사를 대신해 임시 당회장을 파송 받으라는 내용 - 편집자 말)대로 집행했으면 나서지 않았을 텐데 재심 판결 뒤집어 교회가 사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하게 되었습니다."

- 주일 설교에서 이번 판결 관련 언급은 없었나요?
"설교에서 많이 언급했죠. 김삼환 목사가 1월 29일 (새벽기도) 설교에서 이 판결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교인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마라. 1심에서 패소한 건 눈곱만큼도 신경 쓰면 안 돼요. 대법원에서 10번 판결을 해도 우리는 신경 쓸게 없어요'란 설교를 했습니다."

- 해당 발언은 관련 판결과 법을 무시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세상 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거죠. 저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김삼환 목사가 그동안 했던 설교들을 들어보시면 이해는 좀 됩니다. '원로 목사가 예수와 똑같다'라는 이야기부터 '예수를 안 믿어도 되고 저주해도 살아난다. 신약의 제일 큰 죄는 성령을 거스르는 것인데 성령을 거스르면 살아나지 못한다. 성령을 거스르는 죄가 뭐냐? 성령을 거스르는 것은 교회가 시키는 대로 안 하는 것이 성령을 거스르는 것이다. 결국 목사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살아나지 못한다. 즉 죽는다'라고 정의를 내리면서 교인들을 세뇌하거든요. 이런 논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어떠한 논리도 가능하죠."

- 현재 김삼환 목사는 원로목사인데, 그래도 설교를 하나요? 
"원래 원로 목사가 이렇게까지 설교를 하지는 않죠. 그런데 여기는 일반적이지 않아요. 본인이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무슨 일이든지 하는 것 같아요. 은퇴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설교를 하고 모든 교회의 업무를 관장을 하는 것 같은 모습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 사실상 김삼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라고 생각되나요?
"그렇죠. 사실상 김삼환 목사가 좌지우지한다고 봐야 되고요. 지난번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명성교회에 왔을 때도 모든 것을 김삼환 목사가 주관했어요. 또 윤석열 후보를 소개하는 시간에도 광고하던 김하나 목사가 갑자기 멈추고 아버지에게 마이크를 넘겼단 말이에요. 이런 것을 보면 사실상 김삼환 목사가 상왕 노릇을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 당회는 제지 안 하나요?
"감히 누가 말을 해요. 거슬리는 말을 하면 쫓겨납니다. 쫓겨나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못 합니다. 실제로 쫓겨나는 사람도 있었고요."

- 교회법이 있잖아요. 근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교회에 법이 있더라도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리고 명성교회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보이고요. 교회법도 다 유명무실하게 되었는데, (이건) 결국 총회에 소속돼 있는 목사님들도 힘에 눌려서 이렇게 되었다고 봅니다."
 
정태윤 명성교회 안수집사
 정태윤 명성교회 안수집사
ⓒ 정태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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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게 세습이 불가하다는 예장통합 교단 헌법인 것 같아요.
"그렇죠. 교단의 살아있는 세습 금지법을 어긴 것에 대해 국가의 법원이 개입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준 것이잖아요. 김하나 목사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예장통합) 재심 판결이 또 중요한 작용을 했고요. 또 총회 수습안의 대외적 효력 상실이 컸다고 봅니다. 수습안에는 그 절차만 있었지 김하나 목사를 위임 목사로 인정하는 내용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렸다고 봅니다."

- 예장통합 총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아직 총회에서는 언급을 안 하고 있고요.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 법원은 "피고 교회의 김하나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은 교단 헌법에 위반된다"며 "그 위반 여부는 중대하고 명백해 김하나의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는데...
"그 핵심은 결국 살아있는 교단 헌법, 세습금지법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판결문을 보면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 1일부터 주일 강단에서 예배 인도, 말씀 선포 당회 소집 등 대표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잖아요. 이 말은 대표자 행세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 그럼 지금 김하나 목사 위치는 뭐죠?
"법원에서 목사 자격 없다고 판결을 내렸으니까, 무임 목사죠. 설교할 수도 없고 교회 업무를 해서는 안 되는데도 설교를 하고 있는데, 누가 제재를 가할 수는 없잖아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온 건 아니라서 당장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이번 소송 이후 일각에선 개신교가 섬기는 '야훼 하나님'이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Dike)'보다 못하다는 조롱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교단 스스로 교단법을 무력화시켜 결국 자신들의 발등을 찍은 거잖아요. 하나님의 공의를 훼파시킨 것으로, 우리를 위해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향해) 다시 한 번 채찍질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 통합총회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성명을 통해 "정의와 진리의 하나님께서 재판관들을 들어 쓰시어 약자의 손을 잡아 준 것"이라며 "김하나 목사는 이번 선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공개 사과하고 명성교회를 떠나길 바란다"라고 밝혔어요. 
"사법부에서 김하나 목사가 대표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판결을 했잖아요. 지금은 교회에 있을 명분도 없는 무임 목사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떠나야죠. 원고인 저는 36년 동안 명성교회를 다녔는데 그 가운데 성가대에서 33년 동안 봉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김하나 목사가 2009년부터 10년 동안 헌금과 출석을 하지 않았다며 (저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는 부적격자로 매도했는데 재판부는 적격자로 판결했습니다.

사람이 순간적인 실수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야 사실 용서가 되는데 김하나 목사는 교구장들을 동원해서 제가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허위 진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게끔 지시했단 말이에요. 목사라는 성직자는 일반인들보다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정말 용서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하나 목사는) 2021년 1년 동안 담임 목사 행세하면서 당회 소집도 하고 집행하고 업무봤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은 다 무임 목사로서 행세를 했기 때문에 다 무효화돼야 되고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명성교회를 떠나야 하고 담임 목사 지위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목양을 하면 안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보입니다."
 
2019년 9월 26일 오전 경북 포항시 기쁨의 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2년 이상 논란을 빚은 명성교회 부자(父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하는 안에 대해 참석자들이 거수로 표결하고 있다. 거수로 진행한 표결에서 예장 통합 교단은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2019년 9월 26일 오전 경북 포항시 기쁨의 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2년 이상 논란을 빚은 명성교회 부자(父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하는 안에 대해 참석자들이 거수로 표결하고 있다. 거수로 진행한 표결에서 예장 통합 교단은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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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조금 언급했는데 교회가 항소한 건 어떻게 보세요?
"이것도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게 이번 판결문을 자세히 보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부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는 명백히 알 수가 있어요. 그런데 진영논리를 앞세워 이것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에만 매몰돼서, 재판부의 공정하고 팩트에 의한 판결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짓에 매몰된 사람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철면피요 인두겁을 쓴 자이며 성경에서는 양심에 화인을 맞았다고 말을 하잖아요. 재판부가 열과 성을 다하여 팩트 체크하고 또 양심에 따라 정의로운 판결을 했음에도, (김하나 목사 측은) 양심의 화인을 맞아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무엇이 진실인지도 분별 못 하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건지 궁금합니다. 
"명성교회에서 항소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다툴 것 같은데요.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책임감이 사실은 크거든요. 그래서 기도하면서 (교회측이) 항소 이유서를 어떻게 작성했는지 살펴보고 변호사와 협의하여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수은파교회를 비롯한 몇몇 교회가 세습 논란이 있는데 이번 판결이 영향 줄까요?
"아마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지금까지 사법부의 이런 판례가 없었잖아요.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판결이 되면 세습을 준비하는 교회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물론 여수은파 교회도 많은 영향을 받겠죠."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명성 측과 일부 통합 교단 목사들에 의해서 2년 4개월 동안 묻혀 있었던 부끄러운 것들을 판사님들이 인지하고 내린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복음서에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친다는 말씀이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묵묵히 소리치는 돌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정태윤, #명성교회, #세습, #김삼환,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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