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이미지.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이미지. ⓒ 그린나래미디어


냉전 시대를 거치며 여러 국가는 이데올로기 대결에 신음했다. 어쩌면 외부 세력의 침략보다 무서울 내전, 쿠데타와 각종 정치 혁명은 무고한 시민의 수많은 죽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캄보디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에겐 킬링필드라는 단어로 알려진 1975년 대량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27일 개봉했다. < 1975 킬링필드, 푸난 >은 그간 공개된 실사 영화와 달리 한 가족의 아픈 역사를 중심으로 당시 캄보디아, 나아가 비이성과 정치적 광기에 휩싸인 당대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동남아시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색감과 음악을 배경으로 영화는 평화롭게 일상을 살던 쿠와 슈 부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장악한 쿠데타 세력이자 공산주의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는 혁명을 이유로 양민 수탈을 일삼기 시작하고 사상 검증을 이어간다. 모든 걸 잃고 거리로 내쫓긴 쿠와 슈는 피난 중 세 살 아들 소반과 헤어지게 되고 약 4년이 지나서 이웃과 동료를 잃은 뒤에야 재회하게 된다.
 
그간 언론인 시점의 극영화로, 다큐멘터리로 재해석 돼 온 킬링필드 사건을 한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사실성과 진정성을 담보한다. 이는 한국전쟁 직후 활발하게 등장했던 여러 국내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의 참상을 개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극도의 사실성을 체감할 수 있는데 이러한 리얼리즘 사조를 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극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장르라는 점에서 일종의 판타지 성격도 갖게 된다. 크메르 루주 세력이었지만 영화엔 쿠와 슈 가족에게 일말의 도움을 준 인물도 등장한다. 사상 혁명, 정치 혁명을 빌미로 자행된 학살에서 진정한 희생자는 바로 이러한 선량한 시민이라는 하나의 방증이다.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이미지.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이미지. ⓒ 그린나래미디어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이미지.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이미지. ⓒ 그린나래미디어

 
무겁고 아픈 역사를 두고 영화는 무언가를 고발하거나 질타하는 대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에 품고 있을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든 혹은 정말 혁명적 대의에 경도돼서든 영화 속 여러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거나 어떤 결말을 맞이한다. 그 인과관계를 제법 현실감 있게 제시하면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자칫 가족애를 내세운 신파 같지만, 엄연한 현실이었고, 역사적 사실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드니 도 감독은 어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이 영화를 구성했다고 한다. 감독은 "이 일을 함께 겪지 못한 죄책감이 있다. 어머니의 증언으로 등장인물들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었고, 이 과정은 가족들이 겪은 일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연출의 변을 홍보사를 통해 전해왔다.
 
약 200만 명의 희생자가 나온 킬링필드 사건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다. 국가와 문화권을 넘어 < 1975 킬링필드, 푸난 >이 던지는 질문과 환기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해당 작품은 제42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한줄평: 국경과 문화권을 넘어 지켜져야 할 보편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평점: ★★★☆(3.5/5)

 
영화 <1975 킬링필드, 푸난> 관련 정보
연출: 드니 도(Denis Do)
각본: 드니 도(Denis Do), 마갈리 푸졸(Magali Pouzol), 엘리스 트린(Elise Trinh)
출연: 베레니스 베조(Bérénice Bejo), 루이 가렐(Louis Garrel)
수입 및 배급: 그린나래미디어㈜
러닝타임: 86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내개봉: 2022년 1월 27일  
 
1975 킬링필드, 푸난 캄보디아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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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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