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24 19:31최종 업데이트 22.01.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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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몇 년 전 중학생이던 내 아이가 학교 수학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학교 선생님 수업에 집중하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이후로도 아이는 여전히 수학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망설이다 학교 수학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우리 아이가 수학 수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선생님께 상의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당시 수학선생님과 통화 중에 내가 했던 말 중 하나는 "아이가 수학이 어렵다고 하는데, 학교 수학선생님께 상의드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는 너무나 당연한 내 말에 수학선생님이 당황해 하시는 것 같았다. 수학선생님은 이내 "제가 아이를 좀 파악하겠으니 추후 상담을 오도록 하세요"라고 말했다. 몇 주 후쯤 나는 수학선생님께 상담을 갔고, 당시 수학선생님의 말씀은 "아이가 수학 기초가 부족하니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공교육의 한 부분이었고, 자녀교육에서 사교육에 의존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 최초의 사건이다.

해마다 사교육비 지출 현황에 대한 교육부 조사가 발표된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11.8% 감소한 게 약 9.3조 원이다. 전체 학생 중 사교육 참여율은 매우 높은 비율(2019년 74.3%, 2020년 66.5%)이며,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2019년 1인당 일반교과 월평균 사교육비 41.8만 원, 2020년 43.6만 원)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심각하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사교육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학교 수업 보충'이 47.7%로 전체 50%에 가깝다(2021년 교육부). 즉, 앞서 말한 내 아이처럼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사교육을 받는 보충 학습인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부족한 학습을 위해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찾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학부모에게 책임 떠넘기는 학교

교육은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으로 구성된다. 즉, 가르치는 교수(Teaching)에 의하여 배우는 학습(Learning)이 일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항상 동시에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르치기는 하지만, 배움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항상 동시에 일어난다면 왜 공부가 어렵겠는가?

이처럼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이 항상 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교육에서 중요한 건 '가르치는 것(교수)'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이 '배우는 것(학습)'일 것이다. 즉, 학교는 가르치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기 위한 곳이다. 왜냐면 그것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 말이 교육의 이해관계를 논하다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 같을 때가 많다.

그런데 현재 교육현장에서 이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의 부조화가 크다. 다시 말해 교사들은 가르쳤다고 하는데, 학생들은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 책임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물론 위에서 사교육을 가야 했던 내 아이는 수학에 재능이 부족하고, 기초가 특히 부족하여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이 내 아이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도 모두 공교육에서 학습받아야 할 학생들이다. 학교는 수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 더한 배움을 제공하는 역할 역시 해야 하지만, 동시에 국가 교육 기관으로서 재능이 없거나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최소한의 역량을 쌓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교육에서는 학생의 학습이 부진했을 때 우선적으로 교육 제공자의 역량을 진단한다. 다시 말해 학원을 보내도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아이가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학부모들은 강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만둔다. 그래서 사교육 종사자들은 아이가 학원을 떠나지 않고 학습이 '제대로' 일어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즉, 학습여부라는 교육결과에 대해 시장원리로 책임을 진다.

그러나 공교육, 즉 학교에서는 상황이 꽤 다르다. 학생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학습결과에 대하여 주로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서(?) 책임진다. 그 책임은 학부모가 사교육을 보내거나 아니면 그냥 학생의 학습부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업중인 한 중학교 1학년 교실. 2020.6.8 ⓒ 연합뉴스

 
그러면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겠다는 공교육에서는 이런 학생의 학습결과에 대하여 왜 책임을 지지 않는가. 공교육의 역할 및 교육자의 책무성이라는 원론적 담론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세금으로 학생 1인당 연간 약 1296만 원이라는 공교육비(2018년 OECD 평균 968만 원)를 지출하고 있는데 말이다(OECD 교육지표 2021).

먼저 이런 공교육 현장에서 학교와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결과에 대한 관심과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는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진단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 과정과 효과적인 수업 방법을 통하여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학습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 및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 이것이 의무교육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임교육"이라 생각한다.

교사 평가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교사의 수업에 대하여 의견을 내고 평가를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학습이 가능토록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 이런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가 교원능력개발평가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육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제공자인 교원과 학교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다. 교원들은 이와 같은 교육수혜자의 평가와 진단을 통해 수업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신장한다는 목적으로 2010년 전면 도입되었다.

그러나 교원능력개발평가 도입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제도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은 학교와 수업에 대한 유일한 공식적 소통 창구라는 측면에서 폐지를 반대하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교원단체들은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애당초 실효성이 없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현 제도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과 달리 공교육에서는 왜 교육 수혜자의 의견과 평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들의 의견이 왜 실질적인 수업의 개선을 유도하지 못하는 것일까.

현재 교원능력개발평가는 1년에 1회 실행되고 있으며 평가 결과는 실질적인 교원 인사, 자격 유지, 성과 보상, 제재 등과 전혀 상관이 없으며 단순히 교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자체적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열의를 갖고 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자신의 수업을 개선해 가는 교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교사들의 수업 역량과 교육 전문성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서 입직한 우리 교사들의 지식적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공교육은 교육 제공자로서 교육 수혜자인 학생과 교육을 위탁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신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자 개인의 열의와 사명감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타당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구축하여 공교육에서 실질적인 수업 개선과 교사의 학생 지도 노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특성과 수준, 환경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교사가 얼마나 성실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공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학생 교육에 대한 책임 부재 현상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 방법은 다양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를 교원 인사에 반영하여 승진 및 성과급 차등지급 등 우수 교원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수업능력 부족 교원에 대해 적절한 제재가 부여되도록 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수업능력이 부족하다고 나타나는 부적격 교원에 대해서는 교사자격갱신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데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교원 역량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교원의 역량 강화와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제도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공교육 책임 교육은 여기서부터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필자 소개: 필자 이영희는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다. 과학교육학을 전공하고 학원강사 경험 후 경기도에서 과학교사로 근무하였다. 2002년 도미 후 미국 휴스턴 대학에서 교육과정 및 수업(Curriculum and Instruction)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남부텍사스대학 전임교수로 교사교육을 지도하였고, 현재는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적 탐구>(2015), <과학의 본성>(2017) 등의 과학교육 관련 저서를 출판하였으며, 최근에는 교육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교육정책 연구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진행한 연구로는 2018년 국가교육회의 유초중등미래교육비전연구, 2019년 교원능력개발평가 개선연구, 2020년 고교학점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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