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렛)의 가족이 승용차로 먼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릴리(수잔 서랜든)와 폴(샘 닐) 부부의 집. 그러니까 제니퍼의 친정이었다. 얼마 간의 시차를 두고 이번엔 작은 딸 안나(미아 와시코브스카)도 그녀의 단짝 크리스(벡스 테일러 클라우스)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다.
 
두 딸 가족 일행의 친정 방문을 어느 때보다 반갑게 맞이하는 부모. 이들은 딸 식구가 묵고 갈 침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제니퍼는 집안의 골칫덩어리로 여겨온 동생 안나에게 슬쩍 다가가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데면데면했던 관계를 조금은 풀어보려 시도하지만, 두 사람이 각기 품고 있던 좋지 않은 감정만 재차 헤집어놓을 뿐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영화 <완벽한 가족>

영화 <완벽한 가족>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완벽한 가족>은 불치병에 걸린 한 여성이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되자 스스로 임종을 결정한 뒤 가족들과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민감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인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릴리는 오랜 기간 병을 앓아온 중증 환자다.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은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몸의 상태가 좋아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되어 간다. 최근에는 그나마 멀쩡하던 한 쪽 손마저 사용하기가 부쩍 힘들어졌다. 조금 더 있으면 자력에 의한 식사가 아예 불가능해지고, 호흡마저도 기계에 의존해야 할 판이다. 여생을 자신의 의지에 반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야 하는 릴리. 온 가족이 오랜만에 부모의 집으로 모이게 된 사연은 이렇듯 불치병으로 말 못할 고통을 호소하던 릴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의사인 남편 폴은 아내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성심껏 조력에 나선다. 이날 폴의 집에 모인 가족은 어느 누구도 릴리의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여 사전에 가족에게 알리고 이를 이해시킨 릴리 개인의 노력 덕분에 대체로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
 
 영화 <완벽한 가족>

영화 <완벽한 가족>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하지만 둘째 딸 안나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완강했다. 자신은 어머니의 임종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은 되어 있지 않다며, 어머니의 선택과 결정에 극구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릴리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제니퍼와 안나 사이의 해묵은 감정은 형식적으로 몇 차례 얼굴을 맞댄 행위만으로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의 갈등은 어머니의 자발적 임종 결정에 대한 입장 차이만큼이나 첨예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족 모두가 릴리의 임종을 앞둔 여정에 동참하면서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애써 무시해오던 태도로부터 서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게 된다.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내려 놓고 너무 가깝지 않은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니,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영화 <완벽한 가족>

영화 <완벽한 가족>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중 릴리는 불치병으로 인해 여생을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이다. 이러한 삶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 그녀는 스스로 임종을 선택하고 의사 출신인 남편이 이를 돕게 된다. 이른바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렇듯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흔히 안락사라고 한다. 문제는 이들 부부의 거주지가 이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데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안락사라는 이슈와 관련하여 이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 왔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측은 개인의 삶과 죽음에 국가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 극중 릴리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렇게 될 경우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주로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생명은 개인이 아닌 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죽음은 개인이 결정할 수 없으며 오롯이 신의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 안락사를 가장한 범법 행위의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반대론자들의 또 다른 논리의 근거다.
 
영화 <완벽한 가족>은 불치병에 걸린 릴리가 선택한 생애 마지막 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불법을 무릅쓰면서까지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의 실천에 나선 릴리의 평화스러워 보이는 마지막 얼굴과 그녀의 곁에서 함께 자리를 지키는 가족들의 담담한 표정의 얼굴을 차례로 클로즈업하면서 죽음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 아주 가까이 있다고 항변하는 듯하다. 품위 있게 살아가야 할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 있듯이 품위 있게 죽을 권리도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안락사와 관련한 사회적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이다. 
 
 영화 <완벽한 가족>

영화 <완벽한 가족>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완벽한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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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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