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추억의 음악과 가수들을 소환했다. 1월 15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도토리 페스티벌'(도토페)1부로 써니힐과 윤하, 에픽하이 등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유재석과 멤버들은 공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설레임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재석은 "시상식에 온 것 같다. 객석에 의자가 있는 게 얼마 만이냐"며 감격해 했다. 이날 도토페를 보고자 신청한 시청자는 약 2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콘서트 직전 존 레전드의 깜짝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존 레전드는 멤버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호명해 인사한 뒤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멋진 공연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못 가게 됐다"며"많은 한국팬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주셨다고 들었는데 감사하다. 그래서 한국 회사와 협업을 통해 만든 크리스마스 신곡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유재석은 "존 레전드가 우리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고 싶다며 영어 발음 표기까지 받았다"는 미담을 전하자 멤버들은 모두 감동했다. 신봉선은 유재석에게 존의 전화번호를 아냐고 묻자, 유재석은 "그렇게 불편한 관계는 맺지 않는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토페의 오프닝은 정준하와 신봉선으로 구성된 소스윗이 꾸민 '누구보다 널 사랑해' 무대로 시작했다. 원곡가수인 비주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재현해낸 정준하-신봉선의 비주얼과 잔망스러운 케미가 미소를 자아냈다.
 
써니힐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도토페의 막을 올렸다. <놀면 뭐하니?>출연 이후 인기 역주행중인 써니힐은 '두근두근' '통화연결음' '굿바이 투 로맨스' 등의 명곡을 열창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승마장에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는 빛나는 "제 직장에 연예인 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관심도 1위가 됐다"며 달라진 반응을 소개했다. 배우로 전향한 김은영은 "촬영장 공기가 달라졌다. 배우 김은영인 줄 알았는데, 써니힐 주비인 줄 모르셨다. 요즘은 NG가 나도 혼을 안 내신다"고 웃으며 근황을 전했다.
 
다음 무대는 윤하가 책임졌다. 윤하는 피아노 옆에서 '비밀번호486'과 '기다리다'를 열창하며 그 시절의 감성과 디테일을 그대로 재현했다. 노래가 끝난 후 무대 화면에 윤하의 미니홈피와 데뷔시절 사진이 갑자기 등장하자, 윤하는 "어우, 왜 이래"라며 비명을 지르며 당황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윤하와 멤버들은 과거 그 시절 중2병 감수성 충만한 미니홈피 제목들을 돌아봤다. 윤하는 자신의 미니홈피 제목이었던 '달콤한 변명이 싫었던 스물하나'를 지금은 SNS에서 다시 그대로 쓰고 있다고 고백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오늘은 웃자 내일은 웃어야 되니까.' '행복? 그거 어떻게하는 거였더라.' '제목없음, 그리고 너도 없음'등 오글거리는 제목들이 쏟아지자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커플로 공연장을 찾은 한 남성관객은 윤하의 팬이라고 밝히며 최애곡으로 여자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 헤어졌어요'라고 밝히며 멤버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하는 "남자분이 눈치가 없는거냐, 깡다구가 좋은 거냐"라며 감탄했다. 관객은 "여자친구는 (도토페 출연예정인) 성시경을 좋아한다"며 폭로하며 이유있는 당당함을 드러냈다. 이어 윤하는 '오늘 헤어졌어요'를 열창하며 팬들을 추억의 감성에 젖게 했다.
 
세 번째로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투컷)가 완전체로 등장하며 윤하가 피처링한 '우산'으로 함께 무대를 꾸몄다. 2015년 이후 무려 7년만에 네 사람이 완전체로 꾸민 무대임을 밝혀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에픽하이는 리허설 때 윤하의 성장한 노래실력을 두고 "이제 가수데뷔해도 되겠다"며 농담을 섞어 극찬했다고 밝혔다. 윤하는 "왜 맨날 나 없는 데서만 칭찬을 하냐"고 투정하자, 미주는 "놀면 뭐하니 오빠들도 저 없을 때만 칭찬하더라"고 공감했다. 유재석은 "저희들은 대놓고 칭찬을 잘 안 한다"고 고백했다.

타블로는 오랜만에 2021 연말 콘서트에서 관객과 호흡했던 일화를 밝히며 게스트로 방문한 싸이가 알려준 데로 함성과 떼창 대신 박수와 발구르기로 대체하는 공연즐기기 팁을 전수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에 나선 에픽하이는 '원(One)'과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플라이(Fly)' 등을 열창하며 2000년대 감성을 자극했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KCM, 아이비, 그리고 프로젝트 그룹 '토요태'가 첫 공개되는 도토페 2부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놀면 뭐하니?>의 도토페 프로젝트는 2010년대 중반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시리즈를 잇는 또다른 콘서트 기획이다. 토토가는 <무한도전>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세 번의 특집을 거치며 90년대 음악과 추억의 가수들을 소환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모았다. <무한도전>의 국민예능 계보를 계승한 <놀면 뭐하니?>는 토토가 시절보다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듯, 도토페에서는 2000년대의 히트곡들과 미니홈피 문화를 소환하며 2030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다.
 
'복고감성과 음악의 결합'은 <무한도전>와 <놀면 뭐하니?> 유니버스를 거치며 모두 불패의 흥행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사실상 '무한도전2'라고 할 수 있는 <놀면 뭐하니?>에서도 트로트에 도전한 유산슬, 프로젝트 그룹인 싹쓰리-환불원정대-MSG워너비 등은 모두 과거의 음악과 스타들을 활용하여 그 시절을 추억하는 대중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사실상 과도기에 놓여있는 <놀면 뭐하니?>에서 도토페의 성공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하여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놀면 뭐하니?>는 MBC 예능의 간판으로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최근에는 <무한도전> 시절부터 유재석과 함께 양대축으로 예능 유니버스의 실질적 창조주였던 김태호 PD의 전격 이적, 집단 버라이어티 구성에 가까운 '패밀리십' 체제로의 전환, 추억의 콩트와 상황극 같은 <무한도전>시절로의 퇴행 여부 등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도토페 프로젝트는 김태호 PD가 <놀면 뭐하니?>에서 연출한 마지막 기획으로 알려졌다.
 
도토페가 보여준 따뜻한 추억감성과 그 시절 가수들의 재발견은 물론 반갑지만, 한편으로 "또 추억팔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놀면 뭐하니?> 에피소드 자체의 완성도나 아이디어의 창의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와도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무한도전> 그러했듯이 유재석표 예능이자 공익적 메시지까지 겸비한 국민예능으로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눈높이가 지나치게 올라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도토페 이후 포스트 김태호 시대의 <놀면 뭐하니?>가 앞으로 제시해야 할 방향성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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