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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방문한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소기업 경영 및 근로환경 개선 현장 방문을 위해 지난 10일 인천 남동공단 경우정밀을 찾은 가운데 공장 관계자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중소기업 방문한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소기업 경영 및 근로환경 개선 현장 방문을 위해 지난 10일 인천 남동공단 경우정밀을 찾은 가운데 공장 관계자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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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님. 저는 한국노총에서 운영하는 노동상담소에서 일합니다. 제가 일면식도 없는 후보님에게 지면을 빌어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함입니다.

후보님은 자유주의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감명받아 법학과 진학을 결정했다죠. 자유론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탐구한 책입니다. 그런 후보님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수호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검찰의 수장이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취임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윤 후보님이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한 "시카고 학파의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었습니다.

후보님은 일관된 자세로 시장경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부정식품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을 인용하며 "퀄리티가 낮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고 막 죽는 정도가 아니면 없는 사람들이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죠. 

정부가 단속을 해 가난한 이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후보님의 인식은 빈곤층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절대 빈곤 시대가 아닌 2020년대에 먹거리의 질을 보장해 국민의 건강 역시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생각한다면 후보님의 자유론은 구시대적입니다. 지금은 배만 채우면 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참 일관된 발언들

후보님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제도'와 1주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게 정한 '근로기준법'도 불합리한 규제로 보는 듯합니다.

지난해 7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원하면 "1주 12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어느 게임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정부의 근로시간 제한을 비난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엔 충북 청주의 어느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저시급제와 주52시간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한다면서 "비현실적 제도를 철폐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노동계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헌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에 근거해 국민의 최소생계를 위해 제정된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을 부정한 셈이니까요.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최저임금제도를 철폐한다고 말한 적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월 150만 원 받고 일할 수 있는데 최저임금이 그보다 높게 정해져 일할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는 취지로 최저임금제를 비판했습니다.

노동에 대해 무지한 망언이라 여당과 노동계는 맹렬하게 비판했지만 저는 후보님의 노동정책과 관련한 일련의 발언들이 하나같이 일관됐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시카고 학파의 경제철학을 기반으로, 사업주들의 어려움을 깊이 경청해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니까요.

노동자의 77.8%가 잘했다는데... 후보님은 불필요하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8일에 발표한 '주 최대 52시간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8일에 발표한 "주 최대 52시간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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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후보님이 산업현장에서 만난 이들이 주52시간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달라 했으니까요. 그런데 왜 후보님은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 언제나 사업주의 말만 듣습니까? 중소영세업체의 목소리가 반영돼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보다는 경제단체와 사업주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는 편향이 드러납니다.

후보님이 주52시간제를 비판하며 예로 들었던 곳은 장시간 노동관행으로 노동자의 고통이 집중되는 산업현장이었습니다. 후보님이 120시간 노동 발언의 배경이 된 게임·IT업계가 대표적입니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약 83곳의 게임 IT업체를 상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게입업체와 정보기술서비스 업체의 90% 이상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어느 유명 게임업체는 전체 근로자 1135명 중 329명 명이 1주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고 연장근로 수당으로 임금 3억8000만 원을 미지급한 사실이 밝혀졌죠.

후보님이 게임·IT업체 관계자의 고충을 듣고 주52시간제에 대한 공부를 했다면 당연히 장시간 노동관행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자는 취지에 공감하기보단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겠지요. 후보가 만난 중소제조업 사업주는 "주52시간제 시행으로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물론 사업주로서의 애로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우리 국민 대다수의 인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77.8%는 주52시간을 상한으로 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잘한 일로 평가했습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55.8%)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정시퇴근해서 여가를 즐기겠다(76.1%)는 의견이 초과근무해서 임금을 더 받고 싶다(23.5%)는 의견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해 노동자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물론 산업현장에서 임금이 줄어 주52시간제를 비판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주 52시간제로 연장근로가 줄어 임금이 깎이면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하는 만큼 당사자로서는 고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정하고 임금총액의 30% 이상을 초과근로수당으로 설계한 기업의 꼼수를 바로잡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건강과 일-가정의 양립이 불가능한 현실에도 초과수당이 깎인 노동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자극해 주52시간제 재검토를 주장하는 건 정치적으로 매우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더욱이 주52시간제는 후보님이 속한 국민의힘의 전신인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그 필요성을 주장하며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입니다.

'진짜' 현장 이야기
 
노동자의 장갑.
 노동자의 장갑.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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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운영하지만 제가 상담하는 노동자들은 열에 아홉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100인 미만의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합니다.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화된 2020년 이전까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1일 8시간의 기본노동에 길게는 4시간의 잔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한 주에 약 56시간을 일하고 회사가 바쁘면 토요일에도 일합니다. 잔업이 없는 수요일을 제외하면 길게는 64시간을 노동하는 것입니다.

이들 사업장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임금지급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됩니다. 제조업 노동자들은 초과근로수당을 포함해 월 300만 원을 조금 넘게 가져가고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250만 원 남짓 받아 한 달 가정경제를 꾸립니다. 최저임금 기준 기본급이 월 180만 원 남짓이니 월급의 30% 이상은 초과근로수당입니다.

주52시간 상한제 시행 이전까지 4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저임금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1주 60시간 이상을 일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건강을 잃고 팍팍한 삶을 살았습니다. 1주 60시간 이상 일한다면 통상 휴일인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같이 10시간 이상을 일하는 겁니다.

후보님이 속한 정당에서는 국민들의 이런 장시간 노동관행을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칭송하며 우리 경제의 발전을 일군 원동력이라 평가합니다. 물론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관행으로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근로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한 해 평균 370명 이상이 과로사로 죽어가는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시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려운 경제구조를 만들어 놓고 노동자의 건강과 여가를 위해 근로시간을 제한한 것을 두고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자유는 대체 누구의 자유입니까.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부천상담소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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