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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이종민씨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하러 가고 있다. 당시 장애인센터 관계자가 투표보조인을 자처했지만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제지 당했다.
 발달장애인 이종민씨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하러 가고 있다. 당시 장애인센터 관계자가 투표보조인을 자처했지만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제지 당했다.
ⓒ 장현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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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 종민이도 대통령을 뽑고 싶어 해요. 중요한 선거잖아요. 다만, 발달장애인은 투표용지를 접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의 특성상 하나의 동작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발달 장애인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 보조를 보장해달라는 건데, 이게 과한 요구인가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장현아씨가 되물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달장애인인 아들의 투표보조인으로 기표소에 들어가려다 '선거법 위반'으로 제지당했던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가 직접 투표보조를 하겠다고 했는데, 거절당했다"라면서 "투표용지 접는 걸 설명하고 도장이 번지지 않게 잘 찍도록 주의를 주는 등 지원이 필요한데, 무조건 발달장애인 혼자 투표하라고 하니 답답하다"라고 하소연했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발달장애인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보조'를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지난 10일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싶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장애인단체가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임시 조치해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현행 공직선거법(제157조)에 따르면, 투표보조는 시각 또는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가족이나 자신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적장애·자폐 등 발달장애는 신체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현재 투표보조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장애인단체의 요구에 따라 2014년 지방선거부터 투표관리매뉴얼에 시각 또는 신체장애 외에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장애')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 지침을 마련해 운영했다. 

이에 따라 투표소의 투표사무원은 장애인 복지카드를 통해 발달장애인 (지적∙자폐성 장애인)임을 확인한 후 투표보조를 허용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관리매뉴얼에서 '발달장애' 문구를 삭제,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신체장애인만 투표 보조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과 관련해 당시 선관위는 "발달장애인 중 장애정도에 따라 스스로 투표가 가능한 사람까지 동반인의 보조를 받게 하면 자기결정권 침해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문구를 제외했다"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해야"
선관위는 2020년 투표관리매뉴얼을 변경해,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신체장애인만 투표 보조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선관위는 2020년 투표관리매뉴얼을 변경해,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신체장애인만 투표 보조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 장추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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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두고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장애인단체들은 선관위가 '사회적약자인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활동가는 "중증발달장애인은 본인 의사로 후보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혼자서 해당 후보자의 란에 기표행위를 하는 게 어렵다"라면서 "투표보조 없이 하다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펼친 채 기표소 밖으로 나오는 돌발행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해서는 투표보조가 지원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선관위는 여전히 투표보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라면서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인의 선거 참여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역시 2021년 5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한 교육을 하라고 선관위에 시정권고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아무런 어려움 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 등 적극적인 조치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조원 배치 ▲투표소마다 공적보조원(조력인) 배치를 권고했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법 테두리 안에서 발달장애인이 투표할 수 있도록 개정을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등 참정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해 종합적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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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신나리 입니다.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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