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돈 룩 업> 포스터

영화 <돈 룩 업> 포스터 ⓒ 넷플릭스

 
현대 사회는 정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떤 정치적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의 말, 행동에 집중한다. 누군가는 직접 정치인이 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고자 한다. 정치는 우리 삶에서 완전히 떼어내기 어렵다.

때론 정치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정치라는 것이 언제나 안정적이고 발전적 방향으로만 흘러갈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수많은 논쟁이 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 영역에서조차 정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구 충돌 혜성을 발견한 두 과학자, 그리고 정치인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영화 <돈 룩 업>은 지구에 곧 충돌할 혜성을 발견하게 된 두 과학자가 정치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과정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영화 초반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박사 과정 제자 케이트(제니퍼 로렌스)가 혜성을 발견하는 과정은 여느 재난 영화의 장면과 다를 바 없다. 기존 재난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건 그들이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백악관에 간 이후다. 여기엔 나사의 테디 박사(롭 모건)도 동행하게 되는데,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민디, 케이트, 테디가 처음 대면하는 정치인은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하루 이상을 기다리게 되는데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란 사실을 전달했을 때 대통령은 그 사안을 언제 공개하고 어떻게 이용할지 정치적으로 계산하기 바쁘다.

인류 멸망이라는 엄청난 재난 상황 앞에서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과학자들의 말을 온전히 과학적 발견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 <돈 룩 업> 장면

영화 <돈 룩 업> 장면 ⓒ 넷플릭스

 
이런 태도는 언론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유명 방송사도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정치인들이 잘 받아주지 않자 다음 해결 방법으로 매스컴을 택한다.

그들은 처음에는 백악관이 그 사실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을 방송에 출연시키지만 그들 역시 과학자들의 말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심지어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들, 즉 천문학자들과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천문학자들의 저의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정치적으로 소비되어 버리는 과학자들

영화는 방송사에서 과학자들을 소비하는 방식도 잘 묘사하고 있다. 잭(타일러 페리)과 브리(케이트 블란쳇)는 아주 가벼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인류 종말이라는 상황을 심각하게 이야기하지만 진행자인 잭과 브리는 그것을 별일 아닌 것처럼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그리고 화를 내는 케이트와 침착하게 대응한 민디 박사를 비교하기까지 한다. 한순간 케이트는 SNS에 이상한 마녀 이미지로 변신하게 되고 민디 박사는 전문가로 떠받들여진다. 

민디 박사와, 케이트, 테디 박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정치적인 판단을 벗어나려 애쓴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한낱 정치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중들도 자신의 관심사와 이익실현 여부에 따라 정부를 지지하는 쪽과 과학자를 믿는 쪽으로 나뉜다.

영화 속 정치인들은 그들의 프로파간다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영웅을 이용한다. 베네딕트(론 펄만)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핵미사일을 발사해 혜성을 파괴시키기로 하는데, 이런 영웅심리를 이용해 대통령 본인과 집권당의 정치적 지지율은 상승한다. 그리고 이런 의도된 행동은 매스컴을 통해 그 영향력이 확대된다. 
 
 영화 <돈 룩 업> 장면

영화 <돈 룩 업> 장면 ⓒ 넷플릭스

 
현실 속의 모습이 잘 드러난 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 업>은 관객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성향에 구애받지 않는다. 집권하고 있는 여당에 대입해도, 그 대척점에 있는 야당에 대입해서 해석해도 충분히 납득가능하다. 영화는 직설적으로 정치라는 프로세스가 대중에 끼치는 영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서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접목시켜보면 우리도 영화 속 사람들처럼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고, 결국 지구는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비하게 될 테고, 어쩌면 아예 파악하기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모든 활동에 대한 판단은 무언가를 보고 자기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 그건 결국 사회적 정쟁과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세 과학자가 처한 상황은 꽤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엔 안절부절못하다가 이성을 찾는 과학자 민디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주 순수한 모습과 자신만만한 모습을 오가며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그가 지구 종말을 외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혜성을 처음 발견한 박사과정 학생 케이트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전혀 정치적인 색깔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방송에서 짜증을 부렸던 것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역할을 잘 연기했다. 그런 답답함과 분노가 제니퍼 로렌스의 뾰로통한 얼굴에 잘 드러나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은 <빅쇼트>나 <바이스> 같이 사회적인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가 각본까지 도맡은 <돈 룩 업>은 꽤 재치 넘치는 대사와 상황으로 사회적 부조리를 잘 표현했다. <돈 룩 업>에서도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에서 보이는 웃픈 상황들이 허구라는 측면에서는 안도감이 들지만, 그것이 현실과 아주 가깝다는 사실에서는 불안감이 들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돈룩업 넷플릭스 정치 과학자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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