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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출퇴근시간에는 많은 승객이 몰리는 인천국제공항철도. 최근 공항철도는 150km/h급 전철 차량을 발주해 주목을 모았다.
 출퇴근시간에는 많은 승객이 몰리는 인천국제공항철도. 최근 공항철도는 150km/h급 전철 차량을 발주해 주목을 모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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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광역전철로 운행되는 이른바 '통근형 전동차'의 최고 속도는 얼마일까? 철도 운영 회사들의 입찰 자료에 따르면 시속 100km 전후라는 걸 알 수 있다. 서울 2호선 지하철의 경우 최대 90km/h를 낼 수 있는 차량이, 급행열차가 운행되는 서울 1호선 전철은 최대 110km/h를 낼 수 있는 동차가 있다. 

그렇다면 무궁화호나 ITX-새마을처럼 '기차'로 여겨지는 일반열차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어떻게 될까? 노선이나 차량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ITX-새마을에 쓰이는 동차의 경우 최대 시속 150km를 낼 수 있다. 이렇듯 '전철'과 '기차'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차이점에는 '열차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가 존재했다.

그런데 최근 그런 차이를 깨뜨리는 일이 생겼다. 인천국제공항철도가 6일 18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150km/h급 통근형 동차 9개 편성 차량을 수주한 것. 현대로템이 제작을 맡는 이 차량은 GTX를 제외한 광역전철 차량 중 처음으로 최대 시속 150km의 고지를 밟는 차량이 될 전망이다.

시속 150km로의 증속 운행이 실현된다면 매일 시민들이 타고 내리는 전철 차량의 속도가 새마을호의 속도를 넘보는 셈이다. 시민들에게도, 운영 주체에도 좋은 일이 되지만, 신경써야 될 점이 적지 않기도 하다.

소요시간 줄고, 차량 운용에 여유 늘어나고

공항철도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사업을 통해 최대 속도를 150km/h까지 향상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150km/h급 열차의 도입은 2025년부터 진행되고 공항철도의 증속 사업은 2028년 마무리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신호 시스템을 비롯해 궤도 및 전차선을 개량하고, 교량 구조를 보강하는 등 인프라 개선도 뒤따른다.

증속 사업을 통해 열차의 속도가 빨라진다면 가장 먼저 누리게 될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소요시간이 줄어든다. 평소 시속 110km로 운행하던 구간에서 150km/h로 운행하게 되면 역 사이를 오가는 소요시간이 짧아진다. 
 
공항철도 전동차의 모습. 150km/h로 증속된 차량이 2025년부터 투입될 전망이다.
 공항철도 전동차의 모습. 150km/h로 증속된 차량이 2025년부터 투입될 전망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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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는 증속 사업이 진행되면 서울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의 운행 소요시간은 직통열차는 기존 51분에서 37분으로 14분이 단축되고, 일반열차는 1시간 5분에서 49분으로 16분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소요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시민들에게도 반가운 일이지만 운영 주체에도 득이 되는 일이다. 한 차량이 같은 시간을 들여 과거에 비해 더욱 먼 거리를 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운행할 수 있는 횟수도 늘어나니, 더욱 여유로운 차량 운용이 가능해진다.

차량 운용이 여유로워지면, 시민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찾아온다. 소요시간이 줄어들어 남는 차량을 중간중간 투입해 배차간격을 좁힐 수도 있고, 시민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열차를 넣어 혼잡도를 낮출 수도 있다. 열차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가 늘어났을 뿐인데 달라지는 것이 많다.

실제로 공항철도는 신규 차량 9편성이 추가 투입되면 출근시간대 차내 혼잡도는 147%까지 줄어들고, 출퇴근시간대 배차간격은 4분대로 단축된다고 전했다. 승객 규모가 크게 늘고 있어 2025년까지 혼잡도가 250%까지 달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 터라, 이번 사업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공항철도는 이미 서울과 인천 북부 지역 사이를 오가는 데에서 높은 정시성, 환승 편의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증속 사업을 통해 GTX 못지않은 속도를 얻게 될 공항철도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증속 사업이 완전히 끝나기 이전까지 신경써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속도 빨라진 만큼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건 안전 문제다. 일반 전철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의 열차가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을 가득 싣고 달리니만큼, 사고 위험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무궁화호나 새마을호에 비해 더욱 많은 승객을 수송하니, 고속 운행 중 발생할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당장 수도권 광역급행전철(GTX)에 투입되는 차량의 경우 충돌 시의 충격 흡수를 위해 기존 전동차에 비해 길게 튀어나온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운전석을 기존 전동차에 비해 길게 만드는 등 안전 장치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다. 공항철도에 투입되는 차량 역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시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탈 수 있을 테다.
 
지난해 품평회를 거쳤던 GTX-A 노선의 목업 차량. 길쭉하게 완충장치가 설비되었고, 운전석 역시 더욱 길쭉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품평회를 거쳤던 GTX-A 노선의 목업 차량. 길쭉하게 완충장치가 설비되었고, 운전석 역시 더욱 길쭉한 것이 눈에 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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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속화로 인해 더욱 거세진 열차풍에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할 필요도 있다. 특히 터널을 비롯해 환기구, 스크린도어 등 기존 110km/h급으로 설계된 시설에서 증속에 앞서 충분한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지상의 시민들 역시 시설물의 탈락, 깨짐 등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신경 쓸 점은 '혼용' 문제다. 2025년 첫 번째 150km/h급 전철이 투입되고, 2028년 증속 사업이 완료된다고 해도 기존 공항철도에서 운행하던 110km/h급 전동차는 내구 연한이 충분히 남았기에 여전히 해당 구간을 운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기껏 운행을 시작한 150km/h급 전동차가 110km/h급 전동차를 뒤따라 가느라 제 속도를 못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향후 신규 열차 투입 시에 시간표 등을 조정해 150km/h급 전동차가 충분한 속도로 운행될 수 있게끔 뒷받침하고, 기존 열차를 150km/h급 전동차로 보다 빠르게 교체하는 등 운영 주체에서 새로운 열차가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슬기로운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광역전철'의 첫 시도, 더욱 빨라진 출퇴근 만들길

공항철도의 첫 시도는 다른 철도 운영 주체들도 관심을 갖고 살펴볼 만하다. 특히 광역전철의 경우 최근 새로이 지어지는 노선이 150km/h급, 심지어는 200km/h급이 넘도록 설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10km/h급 전동차가 주로 출고되고 있어 높은 선로 규격과의 괴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경춘선 전철이 오가는 선로에 시속 180km의 속도로 ITX-청춘 열차가 다니고, 경의중앙선 전철이 오가는 중앙선 양평 구간의 경우 150km/h 이상의 속도로 무궁화호와 KTX 차량이 운행되는 등 주어진 선로 규격에 맞춘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철은 가장 느리게 운행되면서 선로 용량을 비대하게 차지할 뿐만 아니라, 소요시간이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에 비해 상당히 길다는 문제를 안고 달리는 상황이다. 특히 전철의 운행 거리가 늘어나고, GTX까지 운행을 앞둔 현재의 실정에서는 더욱 빨라진 전철 차량이 절실하다. 

공항철도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열차를 운행하게 될 때, 이를 뒤따라 새로이 '빨라진 출퇴근길'에 동참할 새로운 전철 노선은 어디일까. 출퇴근길이 이미 '지옥'인 곳에서, 그런 출퇴근길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태그:#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철도, #철도 안전, #광역전철, #증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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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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